호랑이보다 무서운 것
호랑이보다 무서운 것
  • 장성군민신문
  • 승인 2022.04.04 23:32
  • 호수 9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류이경 발행인

물처럼 흐르는 세월이라더니 60년 만에 돌아온 귀한 흑 호랑이가 어느덧 임인년의 1/4지점을 지나쳤다. 호랑이는 용맹의 대명사이자 우리 민족에게는 인간의 말을 알아듣는 영물, 의리를 아는 친숙한 존재로 여겨지기도 한다.

단군 신화에도 등장하고 조선시대 민화와 같은 회화 속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두려운 존재가 아닌 잡귀와 부정을 막는 수호신으로, 해학적 인간미가 넘치는 생활 속의 동물로 묘사되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호랑이는 한반도의 상징, 정신적 구심점을 나타내는 모델로 사용되어 88서울올림픽의 마스코트 호돌이와 평창올림픽의 수호랑은 호랑이를 도안으로 만들어졌다. 우리 지역을 연고로 하는 프로야구 기아 구단의 상징 동물이기도 하며 후백제의 맹주였던 견훤이 어릴 적에 호랑이 젖을 먹고 자랐다는 설화가 삼국사기에 전한다.

신라 원성왕때 흥륜사(興輪寺)의 전탑(殿塔)을 돌며 복을 비는 탑돌이에서 김현이란 사람이 처녀로 변신한 호랑이를 만나 정을 통했다는, 인간을 사랑한 호랑이의 희생을 다룬 김현감호설화도 있다. 호랑이를 그린 부적으로 가내 안녕을 기원하는 풍습도 있었으며 호랑이를 산신령 내지는 산군,

즉 숲의 주인이라 칭하고 숭배의 대상으로 삼기도 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친근한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호랑이에 대한 이중적 애증의 감정은 숨길 수가 없다. 누가 뭐래도 호랑이는 위험한 맹수이며 공포와 두려움의 대상이다. 성질도 사납고 굉장히 위험한 육식동물로서 먹이사슬 최상위의 맹혹한 포식자다. 이런 호랑이에게 우리 조상들도 많은 피해를 당했다.

이때 8(八道)에 모두 호환(虎患)이 있었는데, 영동 지방이 가장 심하여 호랑이에게 물려서 죽은 자가 40여 인에 이르렀다(영조실록). 의주에 호랑이가 떼를 지어 성을 넘어 들어와 사람과 가축을 해쳤다(인조실록)등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호랑이 피해 사례만도 600여 건이 넘는다. 하지만 이러한 호랑이보다 더 무서운 이야기가 있으니, 떼를 쓰던 아이가 울음을 그쳤다는 곶감 이야기나 오뉴월 손님은 호랑이보다 무섭다는 속담이 아니라, 예기(禮記)의 단궁편(檀弓篇)에 나오는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의 유래다. 하루는 공자가 제자들과 함께 길을 걷고 있을 때, 한 여인이 무덤 앞에서 슬피 울고 있었다.

공자가 제자를 통하여 사연을 알아본즉, 여인은 예전에 시아버지가 호랑이에게 물려 죽었고 작년에는 남편이, 그리고 이번에는 아들이 호랑이에게 화를 당해 여기에 묻었습니다답했고, 이에 공자가 그런데도 왜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지 않느냐?” 물으니, 여인은이곳에는 가혹한 정치가 없기 때문입니다라고 했단다. 이 말을 들은 공자는가혹한 정치는 사람을 셋이나 잡아먹은 호랑이보다 더 무섭다(苛政猛於虎)”는 것을 꼭 명심하라고 말했다. 민본정치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교훈이다.

역대급 비호감 선거라는 오명 속에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나온 제20대 대선이 막을 내리고 새 대통령 당선자가 가려졌다. 선거 과정에서 숱한 논란의 중심에 섰던 당선자는 위의 고사를 알고나 있는지 모르겠다. ‘백성이 가장 귀하고 사직은 그 다음이며 군주는 그 다음 다음이라는 맹자의 가르침을 들어는 보았는지 궁금하다. 당선 첫 일성으로 부르짖은 국민통합의 약속이 공염불이 되진 않아야 할 텐데. 호랑이보다 무서운 가혹한 정치가 아니라 곶감처럼 달콤한 그런 정치를 펼쳐야 할 텐데. 많이 걱정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전라남도 장성군 영천로 168 3층
  • 대표전화 : 061-392-2041~2042
  • 팩스 : 061-392-2402
  • 청소년보호책임자 : 변동빈
  • 법인명 : (주)주간장성군민신문사
  • 제호 : 장성군민신문
  • 등록번호 : 전남 다 00184
  • 등록일 : 2003-07-04
  • 발행일 : 2003-08-15
  • 발행인 : 류이경
  • 편집인 : 변동빈
  • 장성군민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장성군민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jsnews1@daum.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