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칩과 철없는 개구리
경칩과 철없는 개구리
  • 장성군민신문
  • 승인 2022.03.06 21:53
  • 호수 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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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가 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이 엊그제 지났다. 경칩은 24절기 중 세 번째 절기로서 놀랄 경()’자에 겨울잠 자는 벌레 칩()’자가 어울린 말로 계칩(啓蟄)이라고도 하며 겨울잠 자는 벌레나 동물이 깨어나서 꿈틀거린다는 뜻이다.

옛날에는 경칩에 흙 일을 하면 탈이 없다고 해서 갈라진 벽을 메꾸거나 담을 고치기도 했고 경칩 때 벽을 바르면 빈대가 없어진다고 하여 일부러 흙벽을 바르기도 했으며, 빈대가 심한 집에서는 물에 재를 타서 그릇에 담아 방 네 귀퉁이에 놓아두는 풍습도 있었다. 또한 북을 쳐서 큰 소리를 내거나 집 안팎에 연기를 피워 잠에서 깨어난 벌레나 뱀을 집 밖으로 몰아내는 지혜도 엿보였다.

이 시기에는 단풍나무나 고로쇠나무에 구멍을 뚫어 수액을 마시는데 경칩 이전의 수액이 관절염이나 위장병 등에 특히 효과가 있다고 전하며 몸에 좋다 하여 개구리나 도룡뇽 알을 먹는 경우도 있었다. 젊은 남녀들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징표로써 은행 씨앗을 선물로 주고 받으며 은밀히 사랑을 싹틔웠다고 전해지기에 경칩은 정월 대보름, 칠월칠석과 함께 토종 연인의 날이라고도 한다. 보리싹의 성장을 보아 그해 농사의 풍흉을 가늠했다고 하는 경칩에는 농기구를 정비하며 본격적인 농사 준비를 하는 시기로서, 조선시대 왕실에서는 임금이 농사의 본을 보이는 적전(藉田)을 경칩이 지난 뒤의 돼지날(亥日)’에 선농제(先農祭)와 함께 하였으며, 이와 더불어 경칩 이후에는 갓 나온 벌레 또는 갓 자라는 풀이 상하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불을 놓지 말라는 금령(禁令)을 내려 자연 사랑의 애틋한 마음을 보이기도 했다니 눈여겨 볼 대목이자 공감이 가는 부분이다.

경칩이라는 절기에는 위의 경우처럼 선조들의 삶의 흔적이 묻어나는 여러 가지 속설도 얽혀 있지만 그와 함께 만물이 생동하고 깨어나는 시기인 만큼, 자연에 대한 소중함을 되짚어 보는 날임과 동시에 환경보호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금의 현실은 결코 녹록치가 않은 것 같아 염려스럽다. 일례로 지구온난화에 따른 평균 온도 상승으로 인하여 경칩을 상징하는 대표적 양서류이면서 기후변화 지표종인 북방산개구리와 두꺼비의 산란 시기가 빨라지고 있고, 그렇게 빨라진 산란 이후에는 뒤늦게 찾아오는 추위로 인해 개체수가 감소하면서 생태계의 변화를 초래하고 있어서다. 북방산개구리의 경우 예년보다 45일이나 앞서서 산란이 관측됐다는 보도가 있는가 하면 섬진강 두꺼비도 경칩보다 훨씬 앞선 124일에 산란했다는 기록이 있는걸 보면 매년 35, 6일경의 경칩 절기에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말은 옛말이 된 듯한 느낌이다.

두꺼비와 개구리 같은 양서류의 질서 변화와 파괴는 당연히 인간 삶의 질서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고 이는 지구와 인류의 생존 문제로까지 치달을 수 있다는 걱정과 함께 말이다. 어릴 적 시끄러울 정도로 많이 듣던 추억 속의 개구리 소리를 매해 봄마다 빨리 들을 수 있어서 반가워해야 할지, 철없이 일찍 울어대는 개구리들을 나무라야 할지. 자연과 환경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해보는 계절이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기후변화니 지구온난화니 생태계 변화니 하는, 그런 걱정 없는 새봄을 맞이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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