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속과 정치
무속과 정치
  • 변동빈 기자
  • 승인 2022.02.21 10:42
  • 호수 9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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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가 무속인들과 자주 접촉하며 그들에게 자문도 구한다고 말한 것이 알려지면서 윤후보가 국민의힘 경선 토론 때 손바닥에 쓴 왕()자와 더불어 윤 후보의 무속논란이 적지 않다. 여권에서는 무속에 의지하는 사람에게 국가의 운명을 맡길 수 없다고 비난하고 있는데 이는 무속신앙은 저급한 신앙에 속하고, 불교나 기독교 등은 고등종교라는 인식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우리나라 건국신화의 주인공인 단군왕검은 제사장과 부족장의 역할을 함께 담 당하였고, 한국 사찰에 신앙의 한 형태로 자리잡고 있는 산신각이나 칠성각 등은 우리의 민속종교인 무속신앙이 불교로 흡수된 대표적인 사례이다.

무속신앙은 복을 빌고, 재앙을 면하며, 병을 물리치려는 인간의 욕망에서 비롯되었으며 제사 또는 굿 등을 통해 신과 접속하여 소망을 이루고자 한다. 그런데 고등종교에서도 복 을 기원하는 것은 무속신앙과 다르지 않은데 기독교에서도 복음대회, 합격이나 병을 치유 하기 위한 기도회 또는 부흥회나 통성기도 등은 그 형식이 조직화되고, 교주와 교리가 있 을 뿐 무속신앙의 기복행위와 크게 다르지 않다.

어느 종교든 비과학적이며 신비주의적인 성향을 갖고 있지만 고등종교와 민속종교의 차 이는 추구하는 바가 이기적이냐 또는 이타적인 것이 포함되느냐의 차이다. 인간은 지극히 이기적인 동물이지만 종교는 이타적인 가르침을 통해 공생 공존하는 사회윤리를 실천하 게 하고 있다. 민속종교가 고등종교라는 세계적인 종교로 확산되지 못한 이유는 바로 민속 신앙이 추구하는 바가 부족 또는 가족이나 개인의 평화와 안녕에 국한되었기 때문이다.

한국리서치가 지난 17일부터 3일 동안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에게 조사한 내용에 의 하면 최근 5년간 점을 본 사람이 41%이고, 이 가운데 20~30대가 52%였다고 한다. 그렇다 면 우리나라에 많은 젊은이들이 무속에 빠졌다고 단정할 수 있을까?

타로점이나 사주를 본다고 그들이 무속신앙에 빠졌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 이다. 다만 개인의 삶은 물론 기업이나 국가의 중요한 일에 대해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사 고에 의하지 않고, 무속에 의지하여 결정하게 된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다.

그렇지만 이명박씨가 서울시장이 되어 서울시를 하나님께 봉헌하겠다고 한 발언이나 종교인들이 모여 조찬 기도회를 하며 특정 정치세력과 결탁하는 것은 문제 삼지 않으면서 무속인과 가깝게 지낸다거나 무속인을 만났다고 이를 비난하는 것은 억지다.

조선시대부터 전해왔던 한국의 민간신앙은 개화기 서구문물과 기독교 그리고 서양 의 술이 유입되면서 크게 위축되었고, 1910년 일제강점기가 시작되면서 우리의 민간신앙을 미신으로 간주하여 마을의 동제를 중단시키고, 신사를 파괴하였다. 일제는 3.1 독립만세 운동 이후 산신제나, 기우제 등은 물론 민속놀이를 치안과 위생 등을 이유로 금지하였는 데 이는 군중이 모이는 것을 막기 위한 구실이었다.

필자가 강조하고 싶은 말은 기독교나 불교 또는 이슬람교 등 세계적인 종교와 민속종교 가 인간의 행복을 추구하고, 재난과 재앙을 면하게 하며, 가족과 이웃의 안녕을 기원한다 는 점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다만 종교가 정치에 깊이 개입했을 때는 긍정적인 역할보다 부정적인 결과가 더 많았다. 더구나 나라가 기울어질 때마다 도사 또는 법사란 자들이 나타나 국정을 더욱 혼탁하게 하였다.

조선이 망할 무렵 민비는 왕실 종친에게 내리는 군호를 무당에게 주었으니 그가 진령군 으로 진령군은 궁궐에 제단을 차리고 굿판을 벌였으며 민비의 측근임을 내세워 호가호위 하며 매관매직도 서슴지 않았다. 김건희씨가 도사의 말에 현혹되어 윤석열후보가 대통령 에 당선되면 청와대 영빈관을 옮기겠다고 한 발언도 위험하기 짝이 없다. 합리적 논의와 절차 없이 국가의 중요 현안을 도사의 말이나 종교인들의 말에 의해 좌우되는 일이 있어 서는 안 된다.

종교와 정치의 유착은 말할 것도 없고 무속신앙이 정치에 영향을 주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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