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천년의 풍습을 순간에 바꾸다
코로나19, 천년의 풍습을 순간에 바꾸다
  • 변동빈 기자
  • 승인 2022.02.06 22:46
  • 호수 9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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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혼상제는 사람이 일생을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의례로 사람으로서 마땅한 도리이며 행동습관의 하나로 1천 년 이상 자리 잡아 왔다. 영유아 사망률이 높았던 과거에는 아이가 태어나는 것보다 성년이 되는 것이 더 큰 축복이었고, 집안의 경사였다.

남자가 성년이 되면 결혼을 하지 않아도 상투를 올리는 성년의식을 치렀는데 이를 관례(冠禮)라고 하였으며, 여자는 댕기를 풀고 비녀를 꽂았으며 이를 계례(笄禮)라고 하였다. 또한 어렸을 때 부르던 이름 대신 자()를 지어 불렀고, 이 때부터는 호를 사용하기도 했다.

양반 관료의 집에서 혼인이란 두 사람의 남녀가 만나는 의미 외에 집안끼리의 인연을 맺는 일이고, 유교의 기본질서인 삼강오륜이 실현되는 기본 바탕이 되는 것이었다. 따라서 혼인을 맺기로 약속을 하면 신랑 측이 신부 측에 신랑이 태어난 연월일시를 적은 사주단자를 보내는데 이때 신랑의 할아버지 이름과 아버지의 이름 그리고 본관 등을 적어 보내게 된다. 신랑 신부 두 사람만의 혼인이 아니라 집안끼리의 혼인이 되는 것이다.

사람이 죽으면 일가친척은 물론 이웃끼리도 돈이나 삼베 그리고 쌀 등을 상주에게 주어서 장례를 치르도록 돕는데 이는 농사를 지을 때 품앗이를 하던 전통풍습처럼 우리의 오랜 문화로 자리 잡았다. 이런 전통문화는 법으로 규제하거나 바꿀 수 없는 것으로 오랜 세월 동안 우리 삶의 한 부분을 차지하였다.

그런데 코로나 이후로 자녀의 결혼식은 물론 부모의 장례 때도 마음 전할 곳이라는 란을 만들어 혼주나 상주의 계좌번호를 적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예전에는 청첩장이나 부고장에 계좌번호를 적는 것을 몰염치한 일로 여길 때도 있었지만 이젠 이것도 하나의 풍습이 되어가고 있다.

우리의 가장 큰 명절인 추석과 설은 일가친척이 만나 조상에게 성묘하고 차례를 지내고,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덕담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우애를 돈독히 하고, 서운하고 아쉬웠던 일은 풀어버리는 기회로 삼았다. 직장 때문에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던 형제자매와 일가친척이 모일 수 있는 때가 바로 설과 추석이었고, 고속도로가 정체되어 아무리 차량이 막혀도 고향을 찾는 것은 당연한 도리라고 여겼다.

조상을 기리고 숭배하는 제사마저 금하는 개신교가 들어온 지 150년이 되었고, 개신교 신자 수가 1천만 명에 달하지만 제사의 풍속을 바꾸지 못했다. 그런데 1천 년 이상 내려온 우리의 전통이 지난 2년 동안 너무나 크게 바뀌어 가고 있다.

온라인으로 성묘와 차례를 지내고, 모바일로 세뱃돈을 보내며, 연휴 기간에는 호텔이나 휴양지에서 동거 가족끼리 보내는 것이 유행이 되었다. 숙박 플랫폼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코로나 이전에 비해 지난 설 연휴 기간 호텔에서 연박(2박이상)하는 건수가 무려 11배 이상 늘었다고 한다.

스마트폰을 바꾸는 시기는 보통 2년이고, 승용차를 새로 구입하는 것은 5년 내외이며 심지어 집을 바꾸는 것도 일생에 여러 차례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우리의 풍속이나 문화는 쉽게 바뀌지 않으며 종교나 정치적 이유로 이를 억지로 변화시키려 하면 갈등과 저항이 따르게 마련이다. 그런데 20201월부터 확산되기 시작한 코로나191천 년 이상 전해온 풍속과 문화를 한순간에 변하게 했다. 사실 인류 역사를 크게 변화시킨 것은 전쟁이나 계급투쟁이 아니라 감염력이 강하고 치사율이 높은 전염병 때문이었다.

600년 전 유럽을 휩쓴 흑사병은 중국에서 시작하여 실크로드를 타고 유럽으로 전해졌으며 해상무역으로 인해 유럽 전역에 확산되었다. 흑사병 이후 대항해 시대가 열린 것은 하부구조인 농노가 죽자 새로운 노예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세계사의 재편은 흑사병이 가져온 새로운 질서였다. 코로나1921세기의 눈부신 의학발전에 따른 백신 개발에도 불구하고 변이종의 출현으로 인류와 함께 계속될 것이다. 코로나는 종교와 법률로도 바꾸지 못한 우리의 풍속과 삶의 형태를 너무나 크게 변화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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