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성 유근기·해남 명현관 군수 등 7명만 공개 응해
공직자의 개인적인 기부실적 공개 요구는 공적 관심사 및 주민 알 권리 보장을 위한 필요선일까, 개인정보 및 사생활 침해에 해당하는 필요악일까.
본지는 2021년 21월 29일, 전라남도지사를 비롯한 전남 22개 시·군 지자체장을 상대로 최근 5년간 개인 기부 실적을 정보공개 청구했다. 헌법재판소가 2013년 ‘공직자의 자질, 도덕성, 청렴성에 관한 사실은 사생활이라고 하더라도 순수한 사생활로만 보기 어렵다’고 판결한 예를 들어, 정보공개청구에 응하지 않은 경우 그 사유를 밝혀달라는 요청도 첨부했다.
지방자치단체장들의 개인 기부실적이 공공기관 정보공개법에 따른 공개대상 정보일까? 당연히 아니다. 따라서 상당수 지자체가 개인정보 보호법에 따른 비공개 혹은 공공기관에서 수집·보유하고 있지 않은 정보로서 ‘정보부존재’ 통지를 해 올 것을 예상했다. 그럼에도 자발적 기부 내역이 있는 단체장은 정보공개에 협조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고, 이달 3일부터 11일까지 곡성군 유근기 군수 등 7명이 기부 내역을 공개했다(기부처와 기부액 등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기로 한다).
말로만 ‘노블레스 오블리주’
자발적 기부는 사회지도층의 의무
프랑스어로 ‘귀족은 의무를 갖는다’는 의미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부와 권력, 명성은 사회에 대한 책임과 함께 해야 한다는 뜻으로, 오늘날 사회지도층에게 사회에 대한 책임이나 국민의 의무를 모범적으로 실천하는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단어다. ‘기부’의 역사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역사와 궤적을 같이 한다. 특히 초기 로마 사회에서는 사회 고위층의 공공봉사와 기부, 헌납 등의 전통이 강했는데, 이러한 행위는 의무인 동시에 명예로 인식돼 자발적이고 경쟁적으로 이루어졌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현행 공공기관 정보공개법에 따라 공개대상 정보에 해당하지 않는 지자체장 개인 기부 실적은 지자체가 비공개 처리하더라도 제재할 방법은 없다. 전적으로 지자체장의 의지에 달린 셈이다. 김영록 도지사를 포함한 전남 시장, 군수 23명 중 최근 5년 이내 개인 기부실적이 있는 유근기 곡성군수, 명현관 해남군수, 김종식 목포시장, 이상익 함평군수, 정현복 광양시장, 권오봉 여수시장, 박우량 신안군수 등 7명만이 정보공개에 응했다. 장흥군과 완도군은 각각 ‘정보처리 조직에 의해 처리된 정보가 공개 부분과 비공개 부분을 포함하여 정해진 기간 내에 공개 가능 여부를 결정하기 어려움’ ‘많은 정보공개가 청구되거나 청구 내용이 복잡하여 정해진 기간 내에 결정하기 어려움’ 등의 황당한 사유를 들어 공개 여부 결정 기간 연장 통지(연장 결정 기간 1월 25일)했다. 곡성군은 주말을 제외하고 단 3일 만에 유근기 군수의 기부실적을 공개했는데 말이다. 나주시는 ‘나주시가 보유 또는 관리하는 정보가 아니므로 부존재함을 알린다’면서도 문서상 ‘부존재 통지’ 처리하지 않고 ‘공개’로 처리하는 오류를 범하기도 했다.
‘공직자 기부실적 공개 규정’ 필요해
언론마다 개인, 사회단체의 연말연시 나눔 기사가 넘쳐난다. 장성장학회 장학금 기탁액은 3년 연속 1억 원을 돌파했다. ‘기부’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지만 모두가 하고 있지는 않다. 최소한 앞으로 모든 공공기관 홈페이지와 자료집에서 ‘ㅇㅇ기관장의 기부실적 공개 규정’과 기부 내역을 볼 수 있는 날을 기대한다. 과도한 ‘기부경쟁’이 일어나더라도, 나쁠 것은 없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