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부당해야지 불편하고 부당해서야
불편부당해야지 불편하고 부당해서야
  • 변동빈 기자
  • 승인 2021.12.19 21:52
  • 호수 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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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령 900호를 맞아 다시 지역 언론을 생각했다. 아니 그건 어쩌면 지난 18년 동안 신문을 만들면서 부끄럽고, 후회되는 일은 없었는지 되돌아보는 일이다.

미디어(media)의 어원은 medium(중간)을 뜻하는데 이는 산술적인 중간이 아니라 중립, 균형 또는 기준을 잡다’ ‘중심에 서다는 뜻에 가깝다. 중도(中道)나 중용(中庸) 가운데라는 의미가 아니라 옳다또는 바르다라는 뜻이다. 그래서 언론은 옳을 것을 옳다하고 그른 것을 그르다고 하는 시시비비(是是非非)’, 치우치지 않고 당파의 이익을 챙기지 않는 불편부당(不偏不黨)’, 바른 주장을 사실 그대로 전하는 정론직필(正論直筆)’을 사명으로 삼아야 한다.

영국의 BBC는 모든 뉴스가 적정하게 불편부당해야 한다면서 불편부당을 그 내용이 편향되지 않고, 배제적이지 않고, 협소하지 않아야 한다는 뜻이라고 천명했다. 불편부당을 공정으로 해석하기도 하는데 이는 공명정대 즉 어떤 일을 할 때 사사로운 감정이나 욕심을 개입시키지 않고 치우침 없이 대응하여 올바르고 현명한 자세로 임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사실이 반드시 진실이 될 수는 없다. 객관적 사실만을 나열하고 강조하는 것은 때때로 진실을 은폐하는 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독일의 미디어 이론가 브레히트는 타이프라이터는 거짓말을 할 수 있어도 사진은 진실의 성격을 띠고 있다고 믿지만 사실 사진도 진실을 은폐하는 수단이 된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언론학자들은 사실이 아니라 진실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고 리영희 전 한양대교수는 내 목숨을 걸어서라도 지킬라고 하는 것은 국가가 아니야. 분명히 소위 애국 이런 것이 아니야. 진실이야라고 말했다.

매스미디어가 공공적인 사실이나 사건에 관한 정보를 보도하고 논평하는 활동이 늘어나면서 정의의 자의적 해석이 크게 늘어났다. 특히 종합편성방송인 TV조선, 채A, MBN, jtbc 등의 방송이 허가되면서 정치적인 뉴스의 편향성은 극심해졌다.

저널리즘(journalism)의 어원은 ‘jiurna’로 이는 잘 일깨워준다는 뜻을 갖고 있다. 그런데 저널리즘이 오염되면 거짓과 사실 조작, 진실의 호도, 자의적 정의 해석이 나타나게 된다. 최근에는 공중파보다 유튜브 방송의 시청률이 높아지면서 언론을 가장한 가짜뉴스와 왜곡된 저널리즘이 한계를 넘고 있다.

이러다 보니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2021년 발표한 리포트에서 우리 국민의 뉴스 신뢰도는 조사 대상 46개 국가 중에 38위이며 특히 인터넷의 허위뉴스에 대해 국민의 65%가 우려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진실의 추구는 진실에 대한 이해관계를 초월할 뿐 아니라 기자가 완벽하게 객관적일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계속해서 진실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진실의 추구는 기사를 작성하는 기자의 능력과 진실을 밝혀내려는 집념 그리고 꾸준한 인내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언론 현실은 치우치거나 당파의 이익을 챙기지 않는 불편부당이 아니라 오히려 독자들을 불편(不便)하게 하고, 부당(不當)하다고 느끼게 한다. 광주`전남에 지방일간지가 20여 개 가까이 되고, 인구가 5만 명도 안 되는 지역에도 주간신문이 5~6개가 되는 곳이 수두룩하다. 언론이 진실을 추구하지 않고, 권력화되거나 권력의 한 축을 이루려고 하기 때문이다.

지방분권이 강화되고, 지방자치가 주민자치라는 직접민주주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는 이때 지역신문의 역할은 더욱 커졌고, 지역신문이 짊어져야 할 소명은 더욱 무거워졌다. 18년 전 작은 언론의 아름다운 희망을 꿈꾸며 시작한 장성군민신문이 지령 900호가 되었다.

정직한 신문, 깨어있는 언론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자신감은 어느덧 희미한 기억처럼 사라지고, 경영인이 되어 적자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치는 모습이 참 흉하다고 느낄 때가 있다. 하지만 10년 뒤 아니 1년 뒤에도 내가 만든 신문을 보고 부끄럽지는 않게 해야 한다는 다짐으로 지령 900호를 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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