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 인권용어사전에서 ‘인권감수성’은 ‘일상생활에서 만나는 다양한 자극이나 사건에 대해 매우 작은 요소에서도 인권적인 요소를 발견하고, 적용하면서 인권을 고려하는 것‘이라고 정의돼 있다.
서울특별시교육청교육연수원에서 발행한 교육자료 ‘강사용 인권감수성 교육자료-강의에 인권감수성을 더하다’에서는 ‘성인지 감수성’을 ‘성별에 따른 다름을 인지적으로 아는 것을 넘어 민감해지는 것, 즉 침해상황에 대한 섬세한 눈을 갖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 가지 모두 우리에게 보다 세심하고 예민한 자세로 자신의 고정 관념과 한계를 인식하고, 인권의 눈으로 자신과 타인 그리고 사회 환경을 재인식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상대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모든 인간관계에 내재된 권력관계를 인식하고, 누가 약자인지 파악해 약자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변화가 필요한 것들을 골라내고, 행동하고 실천해야만 인권 감수성과 성인지 감수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 다행인 것은 ‘감수성’이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훈련되는 습관이라는 점이다. 후천적인 학습, 사회 구성원들의 인식 변화에 순응하며 노력한 만큼 향상시킬 수 있는 범주에 속한다는 점에서 다행이라 말할 수 있다.
성희롱 등은 인권 감수성, 나아가 성인지 감수성에 대한 이해와 경각심이 부족한 데서 발생하기 쉽다.
「양성평등기본법」에서 정의한 ‘성희롱’이란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 등과 관련해 성적 언동 또는 성적 요구 등으로 상대방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 △상대방이 성적 언동 또는 성적 요구에 따르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주거나 그에 따르는 것을 조건으로 이익 공여의 의사표시를 하는 행위 등이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별표1에서는 ‘직장 내 성희롱을 판단하기 위한 기준’을 비교적 자세히 기술하고 있다. 먼저 ‘성적인 언동의 예시’를 살펴보면 첫 번째, 육체적 행위는 △입맞춤, 포옹 또는 뒤에서 껴안는 등의 신체적 접촉 행위 △가슴·엉덩이 등 특정 신체 부위를 만지는 행위 △안마나 애무를 강요하는 행위 등이다. 세 번째, 시각적 행위는 △음란한 사진·그림·낙서·출판물 등을 게시하거나 보여주는 행위 △성과 관련된 자신의 특정 신체 부위를 고의적으로 노출하거나 만지는 행위 등이다. 여기서 눈여겨보아야 할 부분은 통상 ‘성희롱’으로 인식되는 육체적·시각적 행위 외 두 번째로 명시한 언어적 행위다. 여기에는 ▲음란한 농담을 하거나 음탕하고 상스러운 이야기를 하는 행위 ▲외모에 대한 성적인 비유나 평가를 하는 행위 ▲성적인 사실관계를 묻거나 성적인 내용의 정보를 의도적으로 퍼뜨리는 행위 ▲성적인 관계를 강요하거나 회유하는 행위 ▲회식 자리 등에서 무리하게 옆에 앉혀 술을 따르도록 강요하는 행위 등이 포함된다.
서울교육청교육연수원 교육 자료에서 소개한 15개의 ‘성인지 감수성 점검 문항’ 가운데 ‘조직 문화’ 점검 문항 중에는 “우리 조직은 동료의 외모나 성적 매력에 대해 평가하는 분위기다”가 포함돼 있다. 외모에 대한 언급을 더는 친밀감의 표현이나 관계 맺기의 요소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차별을 볼 수 있는 눈, 고통을 들을 수 있는 귀, 공감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어야 사회 곳곳에 만연한 차별을 볼 수 있다. 한번 보이면 계속 보이게 되는 인권 감수성, 성인지 감수성이 우리 사회의 약자를 배려하고 평등한 공동체 사회로 나아가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