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천절과 단군
개천절과 단군
  • 변동빈 기자
  • 승인 2021.10.03 22:23
  • 호수 88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한사전에 천()은 하늘(땅과 대비되는). 만물의 근본, 조물주(하느님), 진리, 임금, 운명, 아버지 그리고 날씨 등을 뜻하는 말로 사용되고 있다고 했다. 중용에서 천명지위성(天命之謂性)은 하늘의 명이 인간의 존재 원리로 내재하는 것으로 창조자인 하늘과 인간이 하나가 되는 것으로 설명했다. 민심이 곧 천심이라는 천도교의 교리도 중용의 가르침과 크게 다르지 않다.

맹자에서 하늘의 뜻을 따르면 흥하고 하늘의 뜻을 거역하면 망한다고 했늘 때 하늘은 진리 또는 순리를 의미한다. 이처럼 천은 다양한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103일 개천절은 우리나라 국경일로 지정되어 있으며 단군을 숭배하는 대종교에서 시작한 기념일이다. 대종교의 경전에 한배(단군)님이 갑자년 103일 태백산에 강림하여 125년간 교화시대를 지내고 무진년 103일 치화하였다고 했다. 이 경전에 의하면 103일은 단군이 태어나신 날이기도 하며 돌아가신 날이기도 하다. 한편 대종교가 창시되기 전에도 평안도나 함경도 등 일부 지방에서 음력 103일 단군에게 제사 지냈다는 기록이 전해 오고 있다.

대종교는 1909년 교주 나철이 창시한 민족 종교로 대종이란 한얼님이 이 세상을 구제하기 위해 사람이 되어 내려오셨다는 뜻이다. 대종교를 창시한 나철은 1863년 전남 보성에서 태어나 29세에 과거에 급제하였고, 1905년 을사늑약이 체결되자 이를 주도한 매국노들을 처단하려다 실패하여 유배된 인물이다.

1909115일 단군교를 선포하였고, 1910년 대종교로 이름을 바꾸었다. 대종교는 우리 민족의 기원을 단군으로 삼았으며 환인과 환웅 그리고 단군을 하나로 여기는 삼신일체설을 주창하였다. 환인은 우주와 만물을 다스리는 조화신이며 환웅은 인간 세상을 구제하기 위해 백두산으로 내려온 교화신이며 단군은 사람의 몸으로 나라를 세워 임금이 되었으니 우리민족은 하느님의 자손이라는 사상을 가졌다.

이러한 대종교의 교리는 독립운동의 사상적 뿌리가 되었으니 1911년 의병활동을 했던 사람들을 모아 1911년 만주에서 독립운동 단체인 중광단을 조직하였고, 교단의 본부를 만주로 옮겨 군관학교를 세워 무장 항일 운동에 힘썼다. 청산리 전투에 김좌진, 대한 독립 군단의 총재 서일 등이 모두 대종교의 교도였다. 하지만 교주 나철은 일제의 혹독한 탄압으로 교단의 사정이 어려워지자 191653세의 나이에 삼신상을 모신 구월산 삼성사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한 때 일부 개신교에서 개천절을 공휴일로 지정하는 것을 반대하며 단군신화를 우리나라 역사의 시조로 삼는 것은 안 된다며 교과서에서도 이를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단군이 고조선을 세운 목적이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홍익인간이라는 점과 우리의 역사가 반만년으로 이어진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개천절은 큰 의미가 있다.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말은 인간의 평등과 평화를 구현하려는 의지가 담겨있는 말이다.

하나의 국가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군사력과 경제력 그리고 정치적인 안정과 함께 그 사회와 국가가 인류의 보편적이고 합리적인 가치를 추구해야 한다. 단군이 세운 고조선이 표명한 홍익인간의 가치는 비록 반만년의 역사가 지났지만 인류가 이 땅에 살아가는 한 바뀔 수 없는 불변의 진리와도 같다.

동양에서 하느님이란 하늘에 인격을 부여했을 때 부르는 이름이다. 하늘이 열리고, 오직 인간을 이롭게 하기 위해 환인은 단군이라는 인간의 모습으로 이 세상에 내려왔다. 하나님이 독생자인 예수를 이 땅에 보내 인간의 죄를 대신하고 인간을 구제하려 한 것과 다르지 않다.

홍익인간에는 인간에 대한 보편적인 사랑, 평등의 구현 그리고 평화가 담겨있다. 개천절은 한 종교의 교주를 기리는 날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정통성과 반만년의 역사라는 자긍심 그리고 홍익인간이라는 가치가 담겨 있는 의미있는 날이다.

올해부터 대체 공휴일이 인정되어 개천절 다음날인 월요일도 공휴일이 되었다. 하루 쉬는 날이 아니라 하루라도 개천절의 의미를 되새겨 보는 것은 어떨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