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과 성비 파괴
저출산과 성비 파괴
  • 변동빈 기자
  • 승인 2021.09.26 21:55
  • 호수 88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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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기준 중국의 15세 이상 미혼 남녀의 성비는 152.9%로 조사되었다. 이는 결혼 적령기 여성 한 명일 때 남성은 1.5명이라는 뜻으로 남성 15명 중에 5명은 결혼할 여성이 없다는 말이다. 현재 중국의 미혼 인구는 24천여 명으로 이 가운데 9천만 명 이상이 혼자 거주하는 1인가구라고 한다.

더구나 중국의 급속한 경제성장과 도시화 그리고 고학력자의 증가는 혼인율을 더욱 떨어뜨리고 있다. 중국의 2013년도 결혼 건수는 2380만 건이었는데 비해 2019년에는 1390만 건으로 6년 사이에 무려 41%가 줄어들었다.

이런 현상은 새로운 소비문화 가운데 하나인 디지털 경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젊은 사람들은 장래의 배우자나 애인 또는 즉석 만남을 위해 사이트에 가입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그런데 중국인들은 만남을 위한 사이트의 81% 이상을 중매 사이트에 지출하는 반면 미국인이나 유럽인들은 40%만을 지출하고 있다. 미국인이나 유럽인들은 중국인처럼 결혼을 목적으로하는 진지한 만남보다 가벼운 데이트나 1회성 만남을 목적으로하는 사이트에 더 많이 가입한다는 것이다.

한편 성비가 1.51인 중국의 만남 사이트에서 남성은 여성의 소득 수준에 상관없이 거의 동일한 비율로 여성의 자기소개서를 확인하였으나 여성은 소득이 높은 남성과 소득이 낮은 남성의 자기소개서의 확인이 평균 10배 이상 차이가 났다고 한다. 미혼 여성들은 소득이 높은 남성에게 훨씬 높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따라서 결혼적령기의 아들을 둔 가정에서는 일찍부터 적당한 짝을 찾아주기 위해 저축을 늘려 왔다고 한다. 2000년 전후에 중국 가정의 저축률이 무려 60% 이상 증가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해주고 있다. 2017년 영국의 이코노미스트 신문은 아들 선호 현상으로 인해 왜곡된 성비 불균형이 중국의 결혼 재앙을 불러왔다는 기사를 실을 정도다.

한편 러시아에서는 많은 남성들이 일찍 사망하여 젊은 남성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한다. 러시아인들이 술을 좋아하는데다 독한 보드카를 과도하게 마셔 단명하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일부 여성들이 일부다처제를 합법화하자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인류학자 캐럴라인 험프리는 시베리아 여성들은 아무도 없는 것보다 남자 반쪽이라도 좋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정식적으로 남편을 얻음으로써 재정, 물리적 지원을 정당하게 받을 수 있고, 자녀에 대한 권리와 국가의 혜택도 합법적으로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일부다처제를 주장하고 있다고 했다.

우리나라 남성들이 결혼할 상대를 찾기 위해 동남아시아 국가나 중국 등으로 몰려가듯 중국 남성들이 결혼할 짝을 찾아 러시아로 몰려든다는 뉴스가 여러 차례 보도된 것을 보면 남녀의 성비 파괴는 국제적인 문제가 되었다.

아랍권의 국가에서 일부다처제를 허용한 것은 결혼적령기 여성이 남성보다 많았기 때문이고, 히말라야 주변의 고산지역에서 일처다부제 문화가 만들어진 이유는 결혼적령기 여성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원시 사회에서는 여성이 부족하면 전쟁을 일으켜 이웃 부족의 여성을 빼앗아 오기도 했다고 하는데 남녀의 성비가 무너지면서 불러온 비극이었다.

한편 남녀의 성비가 무너지면 결혼적령기 성인의 혼인율이 떨어지고, 이에 따라 출산율로 낮아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농촌에서는 이미 초고령사회가 되었고, 전국적으로도 고령사회에 접어들었다. 더구나 우리나라 여성의 출산율은 1.1명으로 중국의 1.6명에 비해도 매우 낮은 편이다. 요즘 젊은 부부들은 많은 자녀를 낳아 양육하는 것보다는 적게 나아 보다 윤택하고 여유있게 살기를 희망한다고 한다. 싱가포르는 5C(현금, 자동차, 신용카드, 고급아파트, 별장이나 콘도)를 갖기 위해 국민들이 자녀 갖기를 포기하는 상황을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한다.

OECD 가입국 중에 가장 낮은 출산율을 나타내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저출산과 고령화 사회가 너무나 빨리 진행되고 있어 심각한 상황이다. 보이지 않는 남녀의 불평등과 편견이 사라져야 성비의 파괴가 개선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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