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명에 죽으나 한식에 죽으나
청명에 죽으나 한식에 죽으나
  • 변동빈 기자
  • 승인 2021.04.05 14: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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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명(淸明)하늘이 맑아진다는 뜻으로 양력 44~5일 무렵에 든다. 한식(寒食)은 찬밥을 먹는다는 뜻으로 중국에서 들어온 풍속이다. 한식은 불 사용을 금하고 설날, 단오, 추석과 함께 4대 절사(節祀)라 하여 조상의 산소에 성묘를 한다. 한식에는 겨울에 얼었던 땅이 녹으면서 조상의 분묘가 헐었거나 잔디가 상했을 때 새로 흙을 덮어 주거나 잔디를 입혀 주기도 한다. 또한 손 없는 날또는 귀신이 꼼짝 않는 날로 여겨 산소에 손을 대도 탈이 없는 날이라고 하여 비석 또는 상석을 세우고, 이장을 하였다.

한식에 불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이 무렵에 땅이 건조하여 겨울에 떨어진 낙엽 등에 불이 붙어 산불이 자주 일어났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는 의미도 포함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청명은 한해 농사를 시작하는 때로 볍씨를 담그고, 가래질을 했으며 부지깽이를 꽂아도 싹이 난다고 할 정도로 나무가 잘 자라는 시기다.

청명과 관련된 속담 중에 청명에 죽으나 한식에 죽으나라는 말이 있다. 청명과 한식이 하룻사이거나 같은 날로 겹치기 때문에 나온 말이다. 그런데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되면서 여러나라의 가난한 사람들은 바이러스로 죽으나 굶어 죽으나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삶이 궁핍해지고 있다.

코로나보다 더 무서운 것은 배고픔이라는 어느 특파원의 보도에서 가난한 나라 그리고 가난한 사람들이 겪고 있는 고통을 짐작할 뿐이다. 인구가 2억 명인 나이지리아는 빈곤층이 8천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들 빈곤층은 대부분 하루 벌어서 하루 먹는 사람들로 코로나 19로 인해 경제활동이 중단되자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마찬가지라며 봉쇄 해제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고 한다. 나이지리아는 국제공항이 폐쇄되었고, 종교활동은 물론 여럿이 모이는 행사는 금지되고 있으며 은행과 관공서도 일부만 업무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집합금지 명령에 의해 영업이 중단된 유흥주점과 헬스장, 스크린골프장, 학원, 체육관, PC방 등의 업주와 원장들이 영업금지 기준이 없이 형평성을 잃은 행정명령을 내려 생존권마저 박탈되었다며 집단 소송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들에 따르면 태권도장은 되고, 킥복싱 체육관은 안 되며, 술도 파는 노래방은 되고 유흥주점은 안 되는 등 기준이 없이 형평성을 잃은 행정명령에 승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중국 우한에서 시작한 코로나바이러스는 불과 1년 만에 인간이 살고 있는 땅 대부분을 점령해 버렸다. 그런데 코로나 백신 확보 및 접종률을 보면 미국, 영국, 유럽연합, 일본, 호주 등 부자나라들이 가장 높고, 가난한 나라에서는 코백스에서 무상지원하는 백신만 쳐다보고 있다.

코로나19는 가난한 사람의 감염 및 사망률이 부자의 사망률에 비해 훨씬 높게 나타나고 있다. 뉴욕보건부 발표에 따르면 뉴욕에서 가장 가난한 동네의 코로나19 사망률이 가장 부유한 동네의 사망률에 비해 15배 높게 나타났다고 한다. 부자나라인 미국에서조차 부자와 가난한 사람들의 사망률이 15배나 차이가 나고, 흑인과 백인의 사망률도 4배 이상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바이러스조차 부자와 가난한 사람을 차별하고, 백신을 개발한 나라와 백신을 구걸해야하는 가난한 나라로 구별되고 있다. 하지만 정작 가난한 사람들에게 코로나 바이러스보다 더 두려운 것은 가난과 배고픔 그리고 미래에 대한 불안이다. 이들에게는 청명에 죽으나 한식에 죽으나죽기는 마찬가지라는 절박하고 처절한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는 희망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이들을 구제해야 할 책임과 의무가 바로 국가와 정부에 있으며 그것이 국가의 존립 이유다. 하지만 정부가 책임을 다할 수 없을 때는 모든 국민이 함께 나서야 한다. 특히 부자와 기득권을 가진 자들이 솔선해야 마땅하다.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脣亡齒寒)’는 고사성어가 있다. 가난한 사람, 못 배우고, 힘이 없는 사람들이 아니면 어떻게 국방을 장담하고, 치안을 유지할 수 있겠는가? 그들이 죽기를 각오하면 이 나라도 존립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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