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 공모제, 학교혁신 위한 필요선인가, 무자격 교장 양산하는 필요악인가 Ⅳ
교장 공모제, 학교혁신 위한 필요선인가, 무자격 교장 양산하는 필요악인가 Ⅳ
  • 권진영 기자
  • 승인 2021.01.31 22:04
  • 호수 8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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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교장 공모제를 비판하는 사람들, ‘무자격증 교장’은 ‘무자격 교장’?

학교를 혁신할 유능한 교장을 임용해 학교 자율화 및 현장 친화적 학교 행정을 구현하고, 교육과정의 특성화 의지가 있는 교장을 공모하여 공교육의 변화를 선도하기 위해 실시하는 교장 공모제에 대한 찬반 논의가 뜨겁다. 최근 일부 언론에서 전교조 전국위원장 출신인 장석웅 전라남도교육감의 측근 다수가 관할 학교의 교장 공모제에 응시해 임용되었다교장공모제가 진보 교육감의 측근 챙기기로 전락했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내부형 교장 공모제를 두고 무자격 교장제도라고 폄하하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내부형 교장 공모제는 교장 자격증이 없는 평교사(근속 15년 이상)를 대상으로 공모해 교장으로 뽑는 제도다. 이를 두고 학교 혁신을 통한 공교육의 변화 선도라는 긍정적인 평가와 무자격 교장제라는 부정적 시각이 대립하고 있다.

이제 본지는 4회에 걸쳐 교장 공모제란 무엇인지, 교장 자격증은 왜 필요한지, ‘무자격증 교장무자격 교장으로 바라보는 시각에 문제점은 없는지 짚어보기로 한다.

 

1. 교장 공모제란 무엇인가

2. 교장 자격증? 초등학생도 반장 선출하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3. 진보 교육감과 교장 공모제의 상관관계

4. 교장 공모제를 비판하는 사람들, ‘무자격증 교장무자격 교장’?

 

박화실 교장과 학생자치회 임원들
박화실 교장과 학생자치회 임원들

<민주주의 교육, 교장 선출에서 시작해야>

앞서 교장 자격증 제도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을 거론한 것은 승진 점수가 곧 교장 자격증인 우리나라에서 수업 잘하는 교사보다 행정이나 개인적인 연구 잘하는 교사가 유능한 교사로 인정받고 승진하는 현 시스템을 탓하는 것이지, 양쪽을 병행하면서도 제도 안에서 교장 자격을 얻기 위해 어렵사리 승진 점수를 쌓아온 교장들의 노고를 깎아내리자는 것은 아니다.

학교장은 교사의 인사권은 물론 교육과정 편성권, 학사운영권, 예산 수립 및 집행권 등을 행사할 수 있다. 교장 자격증을 따기 위해 오랜 기간 준비하는 수많은 교장지망생이 교장 자격증 없이도 교장이 되는 승진제인 교장 공모제를 반대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들로서는 공모 교장에 도전하기 위해 공모 교장 지정학교 학교운영위원회 심사, 교직원 대상 학교경영계획 발표, 공모 교장 심사위원단 심층 면접, 해당 지역 교육청 심사(심층 면접) 등을 거치고 6주간의 교장 자격연수를 마친 뒤 교장 자격을 얻는 공모 교장제도가 불편할 수 있다. 그러나 민주주의를 가르치고 배우는 학교에서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교사들이 학교를 대표하는 교장을 선출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점수를 모으는 데 공을 들이기보다 교사의 임무인 교육에 온 힘을 다하고, 권위 있는 교장이 아니라 헌신하고 봉사하는 교장이 되기 위해 고민하는 풍토를 만들어간다면 학교 구성원 모두 환영할 것이기 때문이다.

 

<삼서중-통폐합 대상에서 장성 대표 혁신 학교로>

장성군에서는 2020년 동화초등학교(박헌주 교장), 황룡중학교(박용권 교장), 백암중학교(김종명 교장), 삼서중학교(박화실 교장), 장성남중학교(이미선 교장) 5곳이 교장 공모제를 시행했다. 이 중 20183월 전남혁신학교로 선정되고, 이듬해인 20193월 공모 교장인 박화실 교장(20)이 부임한 삼서중학교는 장성교육을 대표하는 교육공동체 활성화학교다. 그리고 여기에는 박화실 교장의 교육 혁신에 대한 노력과 교육 철학이 큰 몫을 했다는데 이견이 없다.

장성군 삼서면 대곡한실길에 위치한 삼서중학교는 지속적인 학생 수 감소로 한때 통폐합 대상 학교였다. 하지만 학부모를 비롯한 지역민, 삼서중 총동문회 등이 적극 반대 의사를 밝히고, 교육부의 1개면 1개 초·중학교 유지 방침에 따라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다.

삼서 온마을학교 김정애 대표는 삼서중학교를 대상으로 한 통폐합 얘기가 나오니 위기감을 느꼈다그래서 교육과정이나 학부모회·지역사회와의 관계 변화 등 학교 교육 혁신을 통해 학교를 지켜줄 수 있는 교장선생님을 원하는 학부모들의 의견에 따라 교장 공모제를 시행하게 됐고, 실제 그 바람이 이루어졌다고 말했다. 당시 적정규모 학교 육성을 내세워 삼계중과의 통합을 위한 통폐합대책추진위원회가 구성되는 등 지역민과 학부모들의 의견을 배제한 통폐합 논의가 진행되고, 이후로도 관련 문제가 거론되자 이에 대한 대안으로 공모 교장제를 도입했다는 것.

김 대표는 박화실 교장 선생님보다 먼저 이현희 교장 선생님이 공모 교장으로 부임하셨는데, 아이들을 대하는 자세나 학교 혁신에 대한 열정이 남다르셨고, 이를 지켜본 삼서중 학부모들은 2019년에 부임할 제20대 삼서중 교장을 두 번째 공모하는데 100% 찬성했다박화실 교장선생님은 학교와 마을이 교육공동체가 되어야 한다는 신념으로 학부모 및 마을교육공동체와 함께 고민하고 적극 지원·협조해주신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학부모 활동 지원은 물론, 아이들에 대한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 개발에도 열정적이시며, 전문적 학습공동체를 통해 교사 간 수업 나눔에도 열의를 갖고 계신다. 이러한 것들이 아이들 교육과정에 녹아들어 학부모들의 만족도도 높고, 아이들도 행복한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내부형 교장 공모제를 시행하면서 교장 자격증 소지 여부는 고려 대상이 아니다. 오히려 내부 공모 교장의 경우 현장 경험이 많고 현장에서 바로 오시기 때문에 평교사들과의 관계도 더 잘 풀고, 아이들에 대해서도 실질적인 고민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충분히 마련된다고 강조했다.

 

<‘혁신 학교넘어 미래형 혁신 학교>

삼서중 전경
삼서중 전경

삼서중학교는 2018년 전남혁신학교로 지정된 데 이어 2021학년도 전라남도교육청 미래형 혁신 학교로 지정됐다. 중학교에서는 순천 별량중과 함께 단 두 곳만 지정됐다. 초등학교 중에서는 영광 묘량중앙초등학교, 구례 용방초등학교, 순천 송산초등학교, 광양 옥룡초등학교 등 4곳이 선정됐다. 전남교육청 혁신학교팀 류형우 주무관은 교육과정이나 수업 혁신을 통해서 학교를 변화시켜가는 모형으로서의 역할을 해달라는 취지로 혁신 학교를 지정하는데, 각 학교가 자체적으로 학교 안에서 학교식 문화를 만들다 보니 다른 학교와 공유할 수 있는 모형을 만들어내는데 집중하기가 어려웠다전남 미래 교육의 방향성, 특히 전남이 앞으로 가지고 가야 할 전남의 교육 방향에 맞는 교육과정이나 마을과 함께 하는 지역 교육화 등에 대해 고민하던 차에 교육부가 추진하고 있는 미래형 혁신 학교 사업과 연동해서 현재 전남혁신학교 중에 모형으로서의 역할을 해줄 수 있는 학교들을 찾았고, 삼서중의 경우는 전남혁신학교 지정 이후 많은 변화와 교육 혁신 내용이 있고, 학교 단위 공간 혁신에도 참여해 지역과 함께 할 수 있는 복합 공간으로서의 모델도 고민하고 있어 2021학년도 미래형 혁신 학교로 지정됐다고 설명했다.

 

<학생, 학부모, 교직원이 인정하는 교장이 진짜 교장이다>

3주에 걸쳐 교장 공모제란 무엇인가 교장 자격증? 초등학생도 반장 선출하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진보 교육감과 교장 공모제의 상관관계 등을 짚어보았다. 모든 제도에는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이 공존하는 법. 교장 자격증과 교장 공모제도 그랬다. 이념과 사고의 변화가 사회 변화를 따라가지 못해서일 수도 있고, 교육청과 교육부가 학교 현장의 요구를 미처 다 파악하지 못해서일 수도 있고, 극단적으로 말해 자기 밥그릇 챙기기일 수도 있다.

그러나 취재 중 학교 현장에서 만난 대부분 교직원과 학부모들은 교장 자격증에 큰 의미를 두고 있지 않았다. 대신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교육할 것인가라는 교육의 과제는 더 이상 학교와 교사들만의 몫이 아닌, 우리 교육공동체가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이며, 교육공동체가 협력하여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만든다는 신념을 학생들에게 행동으로 모범을 보일 때 우리 교육이 추구하는 바람직한 민주 시민을 길러낼 수 있을 것이라는 데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로, 학교에 가는 일이 행복한 아이들로 길러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교장 자격증이 어느 만큼의 영향을 미칠까? 학생, 학부모, 교직원에게 인정받고 존중받는 교장이, 자격증이 없다고 해서 무자격 교장일까? 학생, 학부모, 교직원 등 학교 교육 구성원과 나아가 마을 주민들로부터 신뢰와 존경을 받는 교장이 진짜 교장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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