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유 공급이 한 달 넘게 차질을 빚으면서 하우스 시설작물 재배 농가와 난방 연료로 등유를 사용하는 가구 등이 어려움을 겪었다. 낮은 정제 마진, 코로나로 인한 항공유 수요 급감 등에 따라 정유사들이 공장가동률을 떨어뜨리면서 전국적으로 등유 대란이 빚어진 것이다.
올해 들어 영하 20도를 넘나드는 초강력 한파로 냉해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2월부터 등유 수급이 전국적으로 차질을 빚어 농가들의 고충이 커졌다.
등유는 국내 석유제품 전체 소비 중 2%를 차지하며, 주로 가정이나 농어업 난방용으로 사용된다. 난방유 특성상 계절적 소비 편차가 크며, 수요의 70%가 동절기에 집중된다.
지역의 한 주유소 관계자는 “아무리 늦어도 주문을 하면 하루면 오는 게 일반적이었는데, 12월에는 일주일 이상 걸린 적도 있고, 얼마 전까지도 빨라야 2~3일씩 걸리는 게 보통이었다”며 “급하게 등유를 주문하는 농가나 가정이 많은데 원하는 만큼 한꺼번에 공급하기가 어려워 불평하시는 고객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보유한 양도 많지 않고, 떨어지면 곧바로 구한다는 보장도 없어, 주문 상황에 따라 등유량을 조절해서 공급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부가 비축유를 풀어 급한 불은 껐지만, 이달 들어 영하 20도를 넘나드는 한파와 기록적인 폭설로 육상·해상 수송에 차질이 생겨 또다시 등유 수급 불안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정부 비축유까지 풀었지만..>
이처럼 지난달 등유 대란이 벌어진 건 SK에너지,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S-OIL 등 4대 정유사들이 ‘2019년 10월 이후 1년 이상 정제 마진이 손익분기점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며 공장가동률을 70%대까지 떨어뜨렸기 때문이다. 특히 SK에너지의 공장가동률은 60%대에 진입했다.
또, 등유는 항공유 생산 때 같이 나오는 유종인데, 코로나로 항공유 소비가 줄어들자 정유사들이 항공유 원료인 등유를 경유생산에 이용하면서 품귀 현상을 부추겼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부는 뒤늦게 지난달 25일부터 최대 10만 배럴의 비축유 긴급 대여를 시작했다. 대한석유협회 역시 “일부 지역에서 발생한 등유 수급 차질은 갑작스러운 한파로 인한 수요 증가로 석유유통업계의 재고 소진으로 인한 것이다”라며 “정유사는 안정적인 등유 수급을 위해 생산 확대 등 다각적인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동절기 서민 대표 연료인 등유 대란을 불러온 데는 초강력 한파에 책임을 떠넘기며 제 앞가림에만 급급했던 정부와 4대 정유사의 안일한 대처가 원인이라는 비판은 피할 수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