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릉부릉, 정을 한가득 싣고 달리는 집배원
부릉부릉, 정을 한가득 싣고 달리는 집배원
  • 이미선 기자
  • 승인 2019.07.15 23:33
  • 호수 78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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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년간 집배원으로 근무한 김두상씨를 만나다

주민들에게 우편물을 빠른 시간 내에 전해주는 집배원

책임감이 중요해 우편물 하나하나 소중하지 않은 게 없다. 주민들의 손과 발이 되어주는 고마운 사람 김두상 집배원을 만났다.

 

옛날과는 많이 달라진 지금

“87년도부터 시작해 32년간 집배원으로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남면과 진원면을 주로 맡아서 하고 있어요.

보통 아침 7시에 출근하여 하루일과를 시작합니다. 우편물, 등기, 소포들을 각 읍·면에 맞게 분류한 다음 집집마다 배달 해주는 것이 주요 업무에요.

저의 보람은 항상 일을 나갈 때는 우편물을 가득 싣고 나가 들어올 때는 빈 가방으로 들어옵니다. 그러면 마치 산타할아버지가 된 것처럼 아주 뿌듯해요.

시골이라서 불편한 점이 있다면 이동거리가 길지만 이곳은 낭만이 존재하죠. 이륜차를 사계절 내내 타고 돌아다니면서 자연을 보며 소풍 다니는 기분으로 일에 임하고 있어요.

하지만 요즘은 바쁘다보니 정이 없어졌어요. 옛날에는 집에 들어가서 어르신들과 대화하고 안부를 주고받고 했었는데 지금은 우편함에 넣고 바로 다음 목적지로 가야하니깐 그런 정들이 많이 사라졌죠. 얼굴을 자주 못 뵙다 보니 오죽하면 어르신들이 전기검침 왔냐?, 식당배달 왔냐? 고 물어보신 적도 있어요. 옛날에는 집집마다 밥숟가락 개수까지 알 정도였는데 지금은 배달하면서 얼굴보기도 어려운 실정입니다. 정말 안타까운 현실이죠

 

손 편지는 줄어들고, 업무량은 늘어나고

현재는 우편물은 많이 줄어들었고 택배물량은 늘어났어요. 지금도 손 글씨로 쓴 편지라고는 5? 이를테면 군대에서 오는 편지, 학생들이 억지로 쓰는 편지 몇 장뿐이에요. 요샌 편지가 계속 줄어들고 있어 따뜻한 편지보다 고지서가 총알처럼 더 많이 날아오는 세상입니다. 어떨 때는 사람들이 또 고지서 들고 왔냐며 저를 피하기도 해요. 남면에 분향초등학교라고 있는데 봄이면 운동장에 벚꽃이 참 아름답게 피어요. 헌데 얼마나 기계적으로 왔다 갔다 했는지 올봄에는 벚꽃이 다 져버릴 때까지 보질 못했어요. 지금은 배달하는 기계에 가까워져버렸어요. 한군데라도 더 배달을 해줘야하기 때문에 주민들과 말을 할 시간, 주위를 둘러볼 시간조차 없어져 버린거죠

 

누군가 해야 할 일이라면 긍정적으로

저희일은 톱니바퀴처럼 계속 돌아갑니다. 저 혼자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고 서로 맞물려서 가야한다고 생각해요. 부정적인 사고방식을 갖는다고 일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니까요. 지구상에 안 힘든 일이 어디 있겠어요. 토요일에도 우편물과 택배를 배달해요. 저희도 사람인지라 쉬고는 싶죠. 하지만 간단히 마트에서도 살 수 있는 식재료들도 요즘은 택배로 주문하는 시대에요. 택배 수요가 계속 증가하고 있는 현실에서 토요택배는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 아닐까요? 토요일에 택배를 집 앞까지 가져다주면 얼마나 좋아요. 마트가면 주차도 해야 되고, 무거운 짐을 차에 싣고 내리는 번거로움이 있잖아요. 다만 주민들이 무거운 택배를 나르는 저희의 노고를 인정해준다면 주민도 좋고 토요일에 일하는 저희도 기분이 좋겠죠.

예를 들어 앞에서 마차가 줄을 매달고 끌고 가려고 하는데 어차피 끌려가야만 한다면 그냥 그 마차에 타고 가는 것이 편하지 않겠어요? 싫다고 발버둥 치고 반대로 간다면 자기 목을 조이는 것 밖에 안 되니까요. 어차피 가야하는 길 편하게 가면 좋잖아요. 저는 시대의 흐름을 따라 가야된다고 봅니다. 저의 개인적인 생각에서요

 

집배원일을 하다보면요

“90년도였어요. 옛날에는 마을에 막걸리를 파는 작은 주막들이 많았어요.

그날도 어김없이 우편물을 배달하고 있는데 주막에서 술을 드시던 분이 저한테 불만을 늘어 놓더라구요. 우편물을 왜 대문 열고 집에다가 넣어줘야지. 우편함에 넣어놓고 가냐며, 본인 우편물은 꼭 집안에다 두고 가라고 막 성질을 내는거에요. 저도 참으면 됐는데 그 당시는 저도 젊었으니까요. 서로 얼굴을 붉히며 말싸움을 했죠. 그러고 다음날 그분이 저한테 막 인사를 해요. 알고 봤더니 어제 다툼이 있었던 주민과 돌고 돌아 사돈관계가 된 거에요. 그분도 미안하고 저도 미안하고 그걸 계기로 많이 느꼈죠. 어떤 사람을 만나도 좋은 인간관계를 맺어야겠다. 누군가와 인연이 어떻게 만날지 모르니까요. 또 우편물 배달하다가 주민이 가스렌지를 켜놓고 나가 연기를 발견하고 들어가서 꺼준 적, 비 맞고 있는 빨래를 걷어준 적, 술 취한 어르신 집에 모셔다드린 적 등 많은 일들이 있었어요.

또한 지금은 많지는 않지만 찹쌀, 마늘, 곡식 등을 방안 한편에 챙겨뒀다가 제가 오면 꼭 담아주셨어요. 저는 특별히 잘해 드린 게 없는데, 저도 받은 게 많은 만큼 앞으로 사람들에게 베풀고 살아야죠

 

집배원이란 일을 함으로써

집배원 일을 하면서 나의 아내를 만나고 자녀들이 태어나고 밥 굶기지 않고 내 집 한 칸 마련했으니 성공한 거라고 생각해요. 젊었을 때는 점심을 거른 적도 많았어요. 7년 전에는 위절제술을 받기도 하였지만 몸 관리를 소홀이 한 제 잘못이죠. 바쁘게 달려 오다보니 저를 돌아보는 시간이 없었던 것 같아요. 저희는 남들이 쉴 때 더 바빠요. 명절, 크리스마스 등 때로는 가족들의 기념일도 잘 챙겨주지 못한 적도 있어요. 이제는 시간을 내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저를 한번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고 싶어요. 또 저와 가족, 동료들이 항상 건강하고 평범하게 잔잔한 파도처럼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예비군복을 입고 산에 올라가면 훈련이고 등산복을 입고 산에 올라가면 등산이에요. 똑같은 산인데 말이죠. 무슨 일이든 마음가짐이 중요해요. 제가 부정적으로 생각한다고 해서 변화되진 안잖아요. 오히려 건강을 잃거나 악순환만 반복될 뿐이죠

집배원으로 취직해 우편배달 업무를 담당한지 어느덧 30여 년이 흘렀다. 그동안 숱한 일들이 그를 지나갔다. 자전거를 타고 배달했던 시절에는 시골엔 교통수단이 없어 그가 사소한 심부름을 대신해 주기도 했다.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이 야속하기만 하다.

1365, 눈이오나 비가 오나 폭염 속에서도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일하는 집배원들, 주민들의 따뜻한 한마디가 그들에게는 아주 큰 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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