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나의 이야기 좀 들어볼랑가?”
“평범한 나의 이야기 좀 들어볼랑가?”
  • 이미선 기자
  • 승인 2019.04.16 10:14
  • 호수 76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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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순 충무 1동 노인회장 만나다

"노인회관을 찾아갔을 때는 비가 와서 쌀쌀한 날씨였음에도 제일 먼저 나와 주민들을 위해 방을 따뜻하게 데워놓고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는 김상순 노인회장이 빗자루를 들고 반겨 주었다"

 

울산김씨 김상순(85) 노인회장

장성읍에서 33녀 중 장녀로 태어나 22살에 장성군 남면 분향리로 시집을 가 2~3년 후 읍으로 이사를 나왔다. “늙어서 그런가 기억이 가물가물 하네~”

영감님을 여쭤보니 우리영감은 하늘에 있어.. 혼자 산지는 20년 가까이 됐지? 간암으로 먼저 가버렸어보고 싶으시죠? 라는 물음에 보고 싶으면 뭐해. 나도 곧 따라 갈텐데 위에서 나를 기달리고 있을랑가 모르겠네라며 눈시울이 붉어졌다.

시집살이를 묻자 시어머니가 중풍에 걸려서 16년간 병수발을 들었지. 나중에는 치매까지 와서 당시엔 힘들었지만, 돌아가신 후로는 내가 못해드린 것, 잘못한 것만 생각이 나더라고.. 있을 때 잘하란 소리가 괜한 소리가 아니야

옆에서 같이 듣던 노인은 언니랑 오랜 시간을 함께 지내왔지만 그 당시에는 언니가 힘들단 내색 한번을 하지 않더라고.. 참 존경할만한 사람이지라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봉사, 살림, 관리는 나의 몫

김 여사는 2014년도부터 6년 동안 충무 1동 노인회장을 맡고 있다.

우리 집은 부유한 정도는 아니었지만 고생은 안하고 편하게 살았다고 생각이 들어서 지금은 봉사를 하며 살려구해. 다른 사람들은 한글도 배우고 영어도 배우고 한다던데 나는 나이가 먹고 하니 건강만 생각하게 되더라고, 공부할라믄 신경쓰이고 그래서 나는 안가

김 여사는 회관에서 살림과 관리 등을 도맡아서 하고 있다. “회관에 앉아 도란도란 둘러앉아 맛있는 것도 먹고 이야기도 하고~ 우리 회관이 없었다면 자주 만나기 어려웠을거야. 반찬이 아무리 많아도 혼자 먹는 밥이 그렇게 맛이 없는데 여럿이서 이야기하면서 먹으면 반찬이 없어도 꿀맛이야!”라고 말했다.

 

우리 충무1동 노인회관에 자랑은 화목한 것이지~

우리 회관은 노인들끼리 사이가 다들 원만해. 우리 회관이 화목하고 최고야. 난 그게 자랑이야.

우리 회관이 소문이 났을까? 우리 동네 사람이 아닌 다른 동네사람들도 꽤 여럿 놀다 가고들 해. 여기가 좋은가벼. 하긴 나도 우리 언니, 동생들하고 있으면 이렇게 좋을 수가 없는데 다른 동네 사람들이 안 오고 베겨? 옆에 있던 노인은 우리는 오후가 되면 옹기종기 모여앉아 삼봉을 치는데 이것이 돈도 따고 머리도 돌아가고 잡음도 없고 좋아. 누이 좋고 매부 좋고~

늙어서 집에만 있음 뭐해. 이런 회관이 있어서 즐거움도 있고 우리 회장님도 있는거 아니것어?”라며 우리 회장님은 연세가 많은데 옛날로 치면 극 노인이지~ 어른공경을 받아야할 나이이건만 노인공경을 하고 있어. 우리 회장님이 욕보고 있지. 그래서 우리 모두가 편하게 놀다가 가는거야라고 거들었다.

 

오늘은 건강검진 날

매월 1회 장성군 보건소에서는 마을회관을 돌아다니며 건강검진을 한다. 여기서 굉장히 신기한 장면을 목격했다.

김 여사는 누구 한사람이라도 건강검진을 못 받을까 여기저기 전화를 해보라고 재촉한다.

언능 전화해서 오라 그래. 보건소사람들 올 시간 다 됐어

전화기를 든 노인은 번호가.. 라고 말을 하자 김 여사는 ..삼에~ ..공에~”라며 찾아 보지도않고 전화번호를 술술 읊었다.

그걸 어떻게 다 외우고 계세요? 라고 묻자 내가 기억력이 조금 좋긴 하다더라구, 이것도 회장의 일이기도 하고~”라며 웃으며 번호를 계속 불렀다. 그 모습에 요즘시대에 핸드폰에 의지해 사소한 전화번호도 외우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 지금 지긋한 연세에도 번호를 하나하나 알고 기억하고 있다는 것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또한 사람들이 많이 모이니 팥죽을 먹자며 오늘 팥죽 먹게 언능 오라해~ 될 수 있음 다 같이 먹어야지라며 계속 전화를 하라고 재촉했다. 누구하나 검진을 못 받을까, 누구하나 팥죽을 함께 먹지 못할까, 늦게 와서 퍼진 팥죽을 먹을까 김 여사님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였다.

 

누구나 다들 할 수 있는 일

나는 혼자 있어서 편해서 하는 거지. 다른 사람들이 못해서 안하는 것이 아니야. 하지만 주변에서는 그 일도 책임감이 있어야 하는 것이라고 한마디씩 했다. 나는 우리 마을 사람들이 좋아. 그러니깐 마음에서 우러나와서 봉사를 하는 것이지, 에이 봉사 축에도 못 껴. 나는 자랑할 것이 하나도 없어~“

김 여사의 이야기를 많이 듣고 싶었지만 도리어 다른 사람들 칭찬만 줄줄이 늘어놓았다.

이야기를 하면서도 이것 좀먹어 하면서 오렌지 내어주시는 어머니’, ‘참외를 깎아 하나씩 나눠주며 누구는 입이고 누구는 주댕인가? 다 같이 먹어야지 할머니가 깎아 준 것은 더 맛나~ 하는 어머니’, ‘사탕을 손에 쥐어주는 어머니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시골 외할머니 집에 온 듯한 온기가 느껴졌다.

특별한 이야기를 묻자 우리? 우리는 평범한 것이 특별한 것이야. 큰소리 없이 서로 챙기며 원만하게 지내는 우리 충무1동 노인회관이 특별한 것이지

이것도 인연인데 온 김에 팥죽 먹고 가~” 라는 말에 그냥가려하자 호주머니에 간식을 잔뜩 담아주셨다. 조금 더 앉아 있다가는 냉장고에 있는 건 죄다 빼줄 듯 했다. 이러한 배려심이 노인회장이 존경 받으며 큰소리 없이 충무 1동 노인회관을 이끌 수 있는 능력 아닐까?

 

세월의 속도는 나이에 비례한다는 말이 있다.

10대는 10km, 20대는 20km... 80대는 80km로 흐른다는 것이다. 올해 85세인 김 여사에게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남에게 피해주지 않고 베풀면서 맘 편히 사는 것 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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