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비 인상 논란’ 무엇이 문제인가
‘의정비 인상 논란’ 무엇이 문제인가
  • 권진영 기자
  • 승인 2018.12.24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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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재정능력, 의원 의정활동 고려해야”

주민설문조사 52% ‘적정’, “더 잘하라는 채찍질”

장성군의회(의장 차상현)가 지난 21일 제303회 장성군의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를 열고 ‘장성군의회 의원의정활동비 등 지급에 관한 조례’ 개정안을 의결했다.

앞서 군은 지난달 15일 장성군 의정비 심의위원회를 열고 의정비 인상안을 심의한 결과 월정수당을 연 1,830만 원에서 2,177만 원으로 인상(19%)하도록 의결했다. 의정비 총액은 여기에 의정활동비 1,320만 원을 합한 3,497만 원이다.

여기에 공무원보수인상률 2.6%를 초과해 의정비를 인상할 경우 실시하도록 되어 있는 주민여론조사 결과 52.2%가 ‘적정하다’고 답해 심의위의 인상안이 확정되고 조례 개정 절차에 들어갔지만 여전히 주민들 사이에서 의정비 심의와 인상, 그리고 여론조사 과정을 둘러싸고 여러 문제점들이 거론되고 있다.

당초 의정비심의위원회가 월정수당 19% 인상안을 의결한 것이 알려지자 주민들 사이에서 “우리 군의 재정능력과 의원들의 의정활동 실적 등을 고려하지 않은 선심성 의결이다”는 지적이 일었다.

주민여론조사, 적정했나?

올 10월 개정된 지방자치법 시행령 제33조 제1항 제3호는 주민 입장에서 이해가 어렵고 지방의원 직무활동에 대한 지역별 특수성 반영이 어려운 기존 월정수당 계산 방식과 비율 규정을 삭제하고, 대신 의정비심의위원회가 구성되는 해의 월정수당 금액을 기준으로 하되 해당 자치단체의 주민수, 재정능력, 지방공무원 보수인상률, 지방의회의 의정활동 실적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금액을 결정하도록 했다.

바꿔 말하면 월정수당 등 의정비 금액 결정에 주민의 이해와 동의가 필요하고, 지자체 재정상황과 의원들의 의정활동 실적이 반영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장성군은 의정비심의위원회에서 의결한 의정비 잠정액 3,497만 원이 올해 공무원 보수인상률 2.6%를 상회함에 따라 행안부 규정에 의거, 지난달 29일부터 30일까지 이틀간 주민여론조사를 실시했다.

군 관계자는 주민여론조사 전문기관을 통해 11개 읍면의 인구에 비례하여 설문대상자를 선정해 상담원이 전화면접조사하는 방식으로 조사를 실시하였고, 총 506명의 응답자 중 52.5%가 ‘의정비 잠정액이 적정하다’고 응답하였고, ‘낮다’는 3.3%, ‘높다’는 44.2%의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장성군 의정비 심의위원회(위원장 오봉원)는 지난 11일 제3차 회의를 개최하고, 1차 회의 때 잠정 결정한 의정비 월정수당 2,177만 원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를 반영해 2019년 의정비를 최종 결정하고, 2020년부터 2022년까지 매년 지방공무원 보수인상률 만큼 의정비 인상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방의원 의정비 결정 관련 행안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지역주민 의견수렴 절차가 시행령 규정취지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지역주민의 소득수준 ▲지방공무원보수인상률 ▲물가상승률 ▲지방의회의 의정활동 실적 등 다양한 고려요소에 대한 정확하고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야 하고, 의견조사가 지역주민의 의사를 일정한 방향으로 유도하거나 왜곡하지 않도록 공정하고 중립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장성군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지역주민의 소득수준이나 지방의회의 의정활동 실적 등에 대한 정보 제공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대신 ‘참고로 우리 장성군 지방의원 의정비는 7년동안 동결하였습니다’라고 설명한 뒤 의정비 인상의 적정 여부를 물은 것으로 알려져 인상안 찬성을 유도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심의 시기, 심의위원회 구성 등 제도적 보완 필요

1991년 지방자치제가 처음 시작될 때 지방의원은 무보수 명예직이었다. 그러다가 2003년부터 젊은 정치인을 양성하고 지방의원들이 의정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유급제로 전환되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지방의회의원은 비전임직이며, 겸직 및 영리행위가 허용된다는 점은 달라진 것이 없다.

그런데 의정비 심의 시기가 지방의회의 지자체에 대한 예산심의 시기와 맞물려있기 때문에 관련 공무원들이 심의위원회 또는 여론조사 등 절차를 진행함에 있어 독립적이지 못하다는 지적도 있다. 따라서 의정비 심의와 예산심의 시기를 달리 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또 의정비심의위원회 위원들에게 제공되는 심의 자료의 부실성도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의정비 심의는 선거와 맞물려 4년 주기로 실시되며, 의정비 심의위원회 역시 이때 구성되었다가 해체된다. 위원 가운데는 의정비 관련 심의가 처음인 경우도 다수다. 따라서 세부 의정활동 실적과 의원 개개인의 겸직 또는 겸업 현황, 의정비 외에 의원들의 복지수당 등 각종 복지혜택 및 업무추진비 사용내역 등 지자체장이나 지방의회의 의장이 의정비 심의위원회에 제공해야 할 최소한의 자료를 법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의정비심의위원회 위원들의 구성과 객관성 확보를 위한 제도적 보완도 필요하다.

특히 의정비를 지급받는 당사자인 지방의회에서 심의위원을 추천하지 못하도록 하고, 4년 동안의 지방의회 의원들의 의정비를 심의하는 중요한 의결 기관이므로 지방자치법 또는 행안부 가이드라인 등 의정비 심의와 관련한 충분한 내용을 숙지한 뒤 심의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집행부 견제·입법 활동 등 필수 의정 활동, 어떻게 반영할까?

여기에 의정비 산정 때 고려 사항 중 하나인 의원 의정 활동을 구체적인 수치로 산정하여 이를 반영하기 위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통해 선출된 기초의원들의 역할은 크게 ▶주민의 대변자로서 민원, 청원의 전달 및 해결 ▶예산안 및 결산안 심사, 행정사무감사 등 행정기관에 대한 견제·감시 ▶조례안 등을 입안하여 행정의 방침을 결정짓는 입법 활동 등이다.

사실상 예산안 심사나 행정사무감사 등 행정에 대한 견제, 감시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였는가에 때한 평가를 산술화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장성군의회가 최근 들어 집행부 견제 기능이 많이 약화되고 불요불급한 예산을 걸러내는 역할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가까운 예로 지난 9월 완공한 옐로우게이트(남면 국도 1호선)는 당초 장성군의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10억 원에 이르는 과도한 사업비와 3년여에 걸친 사업 기간에 비해 다수 군민의 공감을 얻지 못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장성호 제방에 설치된 ‘옐로우시티 장성’ 초대형 홍보문안 사업비 4억여 원에 대해서도 ‘효율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집행부가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의회의 예산 승인이 필요하다. 적잖은 사업비가 투입되는 대규모 사업에 대해 의회가 효율성과 타당성을 철저히 따지지 못했다면 그 파장은 고스란히 주민들이 짊어지게 된다.

여기에 정량평가가 가능한 조례안 발의 현황을 살펴보면 더욱 심각한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다.

지난 7대 의원들의 의원별 발의 현황을 살펴보면 8명의 의원이 발의한 제·개정 조례안은 12건이 전부다. 의원 중 3명은 4년 동안 발의건수가 한 건도 없다. 다수의 의원이 입법 활동에 무관심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더군다나 12건의 발의안 중 주민 생활과 밀접한 지역 현안에 대한 조례안은 8건에 불과하다.

더 잘하라는 채찍으로 알아야

장성군의회 의회운영위원회(위원장 김미순 의원)는 지난 10월 24일 ‘연간 총 회의일수를 현재 80일 이내에서 100일 이내로 20일 더 늘리고, 연간 총 회의 일수를 초과해 집회할 필요가 있을 때는 본회의 의결로 회의 일수를 연장할 수 있도록 하며, 연 2회 개최하는 정례회 기간도 일수를 40일 이내에서 50일 이대로 10일 더 늘리기로 협의했다’고 밝혔다.

당시 의회는 ‘현안 사업, 예산안, 조례안 등 각종 안건들을 더욱 폭넓게 검토하고 민생 현장 방문 기회를 늘려 군민을 위해 일하는 의회를 만들고자 하는 의원들의 목소리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의정비심의위원회가 열리고 의정비 인상안이 의결되자 ‘노림수였던 것 아니냐’는 눈총을 받기도 했었다.

물론 논란이 일고 있는 사업 승인이나 조례발의 실적으로 모든 의정활동을 평가하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 그러나 단체장과 집행부를 견제하고, 주민 삶의 질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정책들을 발굴하려는 노력이 많이 부족한 것은 여러 부분에서 발견되고 있다.

의원들의 지속적인 행정 연구와 현장 방문, 주민의견 수렴 등의 활발한 의정 활동 결과가 의원발의 조례의 형태로 나타나는 만큼, 주민들의 아프고 불편한 곳을 긁어주려 노력하는 것이 표를 준 주민들에 대한 기본 도리다.

따라서 설문조사에서 50% 이상의 주민들이 의정비 인상안에 ‘적정하다’고 응답한 것을 ‘앞으로 더 잘하라’는 채찍으로 알아야 한다는 의견이다.

주민들 역시 투표했다고 해서 모든 것이 끝난다는 생각을 버리고 끊임없이 지역구 의원들의 의정활동을 점검해 분발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것이 유권자의 바른 태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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