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신과 우상
미신과 우상
  • 변동빈 기자
  • 승인 2018.12.10 11:11
  • 호수 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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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는 붉은 색이 태양을 상징하기 때문에 성공과 행운을 뜻하고 있어서 결혼식 때는 붉은 색 봉투(홍빠오)에 축의금을 넣어 신랑`신부에게 준다.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사람을 훙런(紅人) 즉 붉은 사람이라고 부르며 인기 연예인은 훙싱(紅星)이라고 부른다. 보통 유명 연예인들을 스타라고 부르는데 중국에서는 붉을 홍자와 별성(星)자를 합쳐서 훙싱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식당이나 사업을 시작할 때 개업식에는 개문홍(開門紅)이라는 글을 써서 축하를 하는데 붉을 홍자는 개업 또는 사업 시작을 축하 또는 번창하라는 뜻이 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붉은 색은 금기의 색이다. 붉은 색으로 이름을 쓰면 죽는다거나 저주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어서 누군가의 이름을 붉은색으로 썼다간 큰 싸움이 일어난다.

진나라 시황이 붉은색을 천자의 색 곧 황제의 색으로 규정하여 일반 국민이 붉은색으로 이름을 쓰게 되면 역모를 꿈꾸거나 황제를 모욕한다고 하여 죽임에 처했기 때문이라는 속설이 있으나 확실치는 않다. 하여튼 우리는 범죄를 저질러 전과가 생기면 ‘호적에 빨간 줄이 올랐다’고 말하는 등 붉은색은 부정적인 색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미국 LPGA에서 활약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김세영 선수는 빨간바지를 입으면 행운이 온다고 믿고 있어서 결승전에는 늘 빨간바지를 입고 경기에 출전하고 있다. 이종 격투기 선수인 김동현 선수는 빨간색 팬티를 입어야 경기가 잘 풀린다며 늘 빨간 바지를 입는다고 한다.

과학과 합리적 사고를 벗어난 이런 미신은 우리나라 건물에서도 잘 드러난다. 병원에는 4층이 없고, 어떤 경우에는 4를 쓰지 않고 영어의 포를 뜻하는 F를 사용하기도 한다. 숫자 4가 한자의 죽을 사(死)자와 음이 같기 때문에 생겨난 것이라고 짐작된다. 물론 과학적 근거가 없지만 자기 암시를 통해 마음의 안정을 얻어 좀 더 좋은 성과를 거둘 수는 있다.

1950년부터 1960년까지 우리나라는 베이비붐 세대여서 자녀의 출산율이 매우 높았던 때다. 그런데도 1966년에는 예년의 출산율에 비해 3분의 1이나 줄어들었다. 그 해가 병오(丙午)년 말띠의 해로 말띠에 태어난 여자는 팔자가 드세다는 속설 때문에 출산을 꺼렸기 때문이다. 수많은 여성들이 낙태를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무고한 태아가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한 것이다.

마녀사냥은 15세기부터 18세기까지 유럽에서 여성들을 마녀로 몰아 죽였던 끔찍한 일로 누군가 여성을 마녀로 몰기 시작하면 여성 스스로 마녀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야했다.

그런데 마녀는 물에 빠뜨려도 가라앉지 않는다는 믿음 때문에 마녀로 몰린 여성은 물에 빠뜨려 죽지 않고 살아나면 마녀로 몰려 화형을 당해 죽였는데 그 수가 무려 20만 명 이상이라고 한다. 이 모두가 비과학적이고 비합리적인 미신에 의해 발생한 비극이다.

성당에 가면 성모 마리아상이 있다. 하지만 개신교에서는 우상이라며 그 앞에서 예배하거나 절하지 않는다. 1440년 쿠텐베르그가 금속활자를 발명하고 인쇄업자들이 성서를 인쇄하려고 하자 교황청에서는 이를 금지하였다. 성서를 볼 수 있는 권한을 오직 사제들에게만 준 것이다. 1517년 신학자이자 사제였던 루터는 교황청에서 ‘면죄부’를 판 것을 비판하며 ‘교황은 어떤 죄도 사면해 줄 수 없다’ ‘교회의 진정한 보배는 성서’라는 내용을 포함한 95개조 반박문을 인쇄하여 독일을 중심으로 유럽에 퍼뜨렸다. 교황은 루터를 파문했고, 종교개혁의 불씨는 피어나기 시작하였다. 개혁세력은 성서중심의 신앙을 강조하였고, 성서를 인쇄하고 보급하는데 앞섰으나 교황청은 성서를 보급하는데 반대하며 화려한 성당을 건축하고 웅장한 벽화와 고급스러운 장식을 꾸며 신자들의 마음을 조복하려고 했다.

개신교는 성서 중심의 신앙을 강조하며 어떤 흉상도 만들거나 예배하지 않았으며 목회자들도 사제들이 입는 옷을 입지 않았다. 개신교가 우상숭배에 더욱 예민하게 반대한 까닭은 사실 다른 종교가 아니라 가톨릭과의 싸움에서 비롯되었다.

미신이나 우상과 같은 논쟁들이 알고 보면 참으로 사소하고 별 것 아닌데서 비롯되었다. 결국 어떤 일이든 합리적인 사고와 객관적인 판단을 해야 하고 모든 일은 내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기적도 신비한 사건도 사실은 아주 작은 우연에서 생긴 것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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