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속의 유행(流行)과 우행(愚行)
농업 속의 유행(流行)과 우행(愚行)
  • 발행인 김 병 국
  • 승인 2018.10.18 11:21
  • 호수 7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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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때려치우고 시골 가서 농사나 지을까”
하던 일이 안 풀리거나 삶에 어려움을 겪을 때 내뱉던 푸념 섞인 시대의 유행어였다. 그저 남 따라서 쟁기질하고 씨앗을 뿌리면 농산물을 자루에 담아 넣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던 시대의 농사에 대한 사고였다.
전혀 틀린 말은 아니었다. 농사가 품질보다는 다수확을 목표로 경작하고 있었으므로  따라하면, 그리고 부지런만하다면 대충 비슷한 수확량을 거둘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래선지 시골 거주자는 대개 규모의 차이는 있었으나 농사꾼이었다.

오늘날에 이르러선 농사의 개념이 바뀌었다. 농업 생산 기술이 발달하면서 생산량은 기후의 심술만 아니라면 어느 정도 기대치에 가깝게 채울 수 있다. 최상의 상품이 아니면 시장에서 대접 받기 어려운 현실이 문제다.

일반화의 오류, 농사꾼에겐 저주스런 말이다. 더불어 풍작을 이루면 흉작보다 못한 결과를 얻는다. 다시 말해 전체적으로 10%의 과잉생산이 가격을 반 토막 내는 현상이다. 더 열심히 일하고 더 노력해서 얻은 좋은 결과가 차라리 적당한 노력 적당한 수확만 못한 결과물이다.

신뢰받지 못한 통계자료, 혹은 통계 따위에 관심 없는 농법의 결과다. 국가에서 관리하는 쌀농사를 제외하면 대개의 농업이 그러하다. 씨앗 판매량이나 경작면적을 매년 조사하면서도 결과는 한결같이 시장의 각설이, 즉 예측할 수 없는 가격, 혹은 입놀림이다.

최상의 문화는 농업을 더욱 힘들게 한다. 과거 청바지에 쓱쓱 문질러 한 입 베어 물던 사과 맛을 지금의 젊은이들이 알기는 할까. 시장이나 대형마트에 가득히 진열된 우량상품, 그것들이 아니면 소비자의 눈길을 잡을 수 없다. 그럼 나머지 농산물은 어찌하는가.

최고의 상품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농사꾼은 이 지점이 야속하다. 먹고 마시는데, 굳이 그것마저 등급을 매겨 한해의 농사 결과를 저울질 한다. 농상업의 유행이면서 우행이다. 하지만 이것역시 세상을 발전시키는 동력으로 우리가 거부할 수 없는 순환계다.

“우리는 농약하지 않고 청정 채소만 재배하여 먹는다” 농업의 아마추어들이 하는 말이다. 시간이나 관심 부족으로 구멍 나고 못생긴 채소를 무농약으로 포장하는 말이다. 내가 지은 농사니 버리기 아까울 뿐, 그 모양의 채소는 시장에서는 출입금지다. 농업이 전문분야에 이르렀음을 간과한 표현이다.
물론 긍정적인 면도 있다. 윗마을 J이장은 예순을 넘긴 나이에도 노트를 옆구리에 끼고 기술센터를 드나든다. 습관적 방법으로는 최고의 농산물을 생산할 수 없기 때문이란다. 정보를 얻고 공부하지 않으면 사과나무가 알아챈다, 그걸. 넘쳐나는 우량상품들은 그 과정을 거쳐야 매장에 이른다.

농사는 땀을 요구한다. 그리고 그만큼의 결과를 준다. 필자도 밀짚모자를 쓰고 뜨거운 태양아래서 풀과의 전쟁을 겪었다. 농사의 절반은 그들과의 혈전이다. 일 년 내내 그렇게 보내야 한다. 그럼에도 결과를 보장 받을 수 없는 데는 농자 혹은 농업 관리의 어리석음이 있다. 그 우행만 잡을 수 있다면 농자도 충분히 자존감을 가질 수 있다.
농업, 쉽고도 어렵다. 자칫 유행에 뒤떨어져 철 지난 빈티지룩처럼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하는 농산물은 갈 곳을 잃는다. 그러나 노동의 가치가 최고의 농산물에만 있는 건 아니다. 차선의 농산물이 외면 받는 건 유통의 함정이다.

農者天下之大本, 깃발을 만들기 위한 용어가 아니다. 이젠 순수한 농업인 속에서도 부자가 나와야 한다. 살기가 좀 좋아졌다고 부자는 아니다. 한 시대 후에도 기록되는 농업인이 나와야 한다. 농업인이여, 야망을 갖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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