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천절은 그냥 노는 날?
개천절은 그냥 노는 날?
  • 변동빈 기자
  • 승인 2018.10.08 13:48
  • 호수 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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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군 행사 없고, 학교에서도 의미 새기지 않아
우리민족 공동체 뿌리이며 홍익인간의 위대한 사상의 근원

 

지난 10월 3일은 개천절이었다. 국정 공휴일로 5천 년 전에 세워진 고조선을 우리 민족의 최초 국가이며 건국이념은 홍익인간이라는 것을 대·내외에 천명하는 날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방자치단체에서 이날을 기리는 행사는 없었고, 학교 현장에서도 학생들에게 그 의미를 교육한 곳은 매우 드문 것으로 조사되었다. 개천절은 삼국유사에 기록된 고조선의 건국 신화를 근거로 제정되었다. 하지만 삼국유사에 건국신화를 허무맹랑한 이야기로 치부하려는 사람들이 많다. 문화체육부장관을 역임한 최광식 고려대 사학과 교수는 “삼국유사의 신화 이야기에서 신화란 단지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을 만든 사람들이 살았던 시대의 역사적 사실을 상징적으로 반영하고, 문화의 원형을 보여준다”고 했다. 그는 “단군신화는 사실상 그 아버지 환웅이 중심이 된 '환웅 신화'인데, 신단수에서 세상을 연 일종의 천지창조 신화 속에서 곡식과 쑥·마늘을 가진 '농경 세력'의 등장을 말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토착 세력인 호랑이는 수렵 종족, 곰은 수렵에서 농경으로 전환하는 단계의 종족을 상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삼국유사에 기록된 고조선 건국신화에서 유래하는 ‘홍익인간’사상은, 우리 민족의 사상적 근원임과 동시에 대한민국 건국이념이자 교육 이념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리고 우리는 대개 ‘널리 인간(즉 사람)을 이롭게 한다’는 뜻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최교수는 홍익인간이 사람으로 국한된 것이 아니라 ‘인간 세상’사람이 사는 세상을 뜻한다며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인간’의 의미를 풀이하며 ‘사람이 사는 세상’이란 설명을 덧붙인 것도 바로 그 때문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불교에서도 윤회를 말하며 천상, 인간, 지옥이라고 표현할 때 인간이란 인간세상이라는 말이듯 인간은 단지 사람이라는 말 외에 사람 사는 세상이라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홍익인간’은 ‘널리 인간 세상을 이롭게 한다’는 뜻으로 ‘인간 세상’이란 사람이 그 중심에 있으면서도, 또한 천지 만물을 두루 아울러 포용하고 더불어 살아간다는 의미다.

홍익인간을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의미로 해석하면 인간 중심주의와 인간 이기주의에 빠질 수 있다. 지금 우리의 지구는 인간 이기주의로 몸살을 앓고 있고, 또 많은 생명이 멸종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그러므로 홍익인간의 의미를 바르게 이해하는 것이 지구를 살리는 철학적 바탕이 될 수도 있다.

<단일 민족, 단일 언어의 중심인 단군할아버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남북 정상 회담 때 평양 능라도 5·1 경기장에서 15만 평양 시민들 앞에서 “우리는 5천년을 함께 살았고, 70년을 헤어져 살았습니다”라고 말했다. 그 5천년의 뿌리는 바로 고조선이고 고조선을 세운 단군은 우리 민족 모두의 영원한 할아버지이며 우리는 그의 자손으로서 같은 피붙이라는 의식이 대통령의 연설에도 녹아있다.
우리는 하나의 혈통과 하나의 언어를 쓰는 세계에서도 매우 드문 나라 가운데 하나이다.

물론 삼국시대에 고구려와 백제 그리고 신라의 언어는 같지 않았으며 특히 고구려와 신라는 통역을 해야 할 정도로 말이 달랐다. 사실 고구려 땅은 드넓은 만주 벌판을 포함하여 지금의 한반도보다 두세 배나 넓었기 때문에 말이 다를 수밖에 없었다.
고려가 세워진 이후 우리 모두는 같은 언어와 역사 그리고 문화에 바탕을 둔 공동체라는 의식이 생겼고, 단군의 고조선 건국의 역사적 근거가 된 삼국사기나 삼국유사가 쓰인 것도 바로 이런 배경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후 조선왕조도 단군신화를 계승하여 단군을 사직단(社稷壇)에서 올리는 제사의 한 대상으로 받들었다. 우리나라 사람은 전통적으로 혈통을 매우 중시하였다. 혈통이 고귀하면 사회적 지위도 높고, 혈통이 낮고 천하면 사회적 지위도 비천하였다.

신라시대에는 성골과 진골 그리고 6두품 제도로 신분이 나누어졌고, 이런 혈통 중시는 고려로 이어졌다. 고려왕조에서 높은 관직에 오르기 위해서는 8조(祖) 세계(世系)를 증명해야 했는데 8조란 아버지 쪽으로 조부, 조모, 증조부, 증조모, 고조부, 고조모와 어머니 쪽으로 외조부, 외조모를 말한다. 이들 가운데 천한 신분이 없어야만 높은 관직에 오를 수 있었다. 따라서 족보의 전통이 시작 된 것은 아마 고려시대로 보는 것이 마땅하고 현재의 족보도 대게 고려시대에서 비롯된 것이 대부분이다.

혈통을 중시하는 사회제도는 조선시대에도 이어졌다. 양반과 상민 그리고 노비는 그 신분을 세습하였고, 부모 중에 누구 한 사람이라도 천민이면 그 자식은 천민이 되었다.
혈통에 의한 신분 세습제도가 사라지고 일본의 강제 점령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같은 혈통 같은 민족이라는 끈끈한 동질감은 더욱 진해졌고, 그 뿌리를 단군할아버지로 보았던 것이다.
개천절은 단순히 건국신화를 기억하는 의미가 아니라 우리 민족의 단합과 자긍심의 뿌리가 된 단군과 홍익인간의 위대한 사상을 길이 후손에 전하고자 하는 날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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