一默如雷
一默如雷
  • 변동빈 기자
  • 승인 2018.09.10 10:50
  • 호수 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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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가모니에게는 수천 명의 제자가 그를 따르며 그의 말과 가르침에 의해 수행을 했었다. 어느 날 석가모니는 아무 말 없이 수많은 제자들 앞에서 한 송이 꽃을 들어 보였고, 가섭만이 그 뜻을 알고 미소를 지었다고 한다. 불교에서 불교의 진리가 이심전심으로 전해지는 이 일화는 염화미소라고 하여 선가(禪家)의 대표적인 화두의 하나가 되었다.

승려들의 수행방법에는 참선, 염불, 묵언 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 이 모든 수행방법 중에 묵언은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기도 하다.

침묵은 소리 없는 언어라고 한다. 문수가 유마힐에게 물었다. “어지신분은 마땅히 무엇이 보살의 둘이 아닌 법문에 들어가는 것이라고 말씀하시겠습니까?”그 때에 유마힐은 묵묵히 말을 하지 않았다. 이러한 유마힐을 보며 문수가 찬탄하여 “훌륭하고 훌륭하십니다. 문자와 언어가 없는 것이 참으로 둘이 아닌 법문에 들어가는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유마의 침묵이 마치 우레처럼 대중의 마음을 움직여 깨달음의 길로 들어가게 하였다고 해서 “유마일묵여뢰”(維摩一默如雷)라는 말이 생겼다.

수준이나 등급을 의미하는 한자 품(品)은 입‘구’자가 세 개가 모아져서 이루어진 글자다. 말이 쌓이고 쌓여 한 사람의 품성이 된다는 말이다. 인품(人品)이나 품성(品性) 또는 품격(品格)을 쓸 때 모두 이 품자가 들어가는데 말은 그 사람의 품격과 인품을 드러나게 한다는 뜻이다.

검도를 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두려운 상대는 움직이지 않는 사람이다. 움직이지 않으면 흐트러지지 않고 흐트러지지 않으면 약점이 보이지 않는다. 장자에 목계(木鷄)라는 것이 나오는데 왕이 닭싸움을 하는 투계의 조련사에게 “세상에서 가장 용맹한 닭을 조련시켜 보여주라”고 했다. 몇 달이 지나 조련사는 뜰에서 놀고 있는 닭을 바라보며 “이 닭이 폐하께서 찾는 천하무적의 닭”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 닭은 뼈대도 가늘고 살집도 없는 보잘 것 없는 닭이었다.

그 닭은 고개를 든 채 부동자세로 움직이지 않고 정면을 바라보고 있었으며 아무리 덩치가 큰 닭이 덤벼도 허점을 보이거나 움직이지 않았다. 어떤 닭이 공격해도 움직이지 않으면 공격한 닭은 스스로 지치고 무너지게 마련이다. 그 닭의 모습이 마치 나무로 깎은 닭과 같다고 하여 가장 용맹한 닭을 목계라고 한 것이다.

48세의 나이에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어 재선에 성공하였으며 임기가 끝날 무렵에도 지지도가 떨어지지 않았던 버락 오바마의 가장 큰 장점은 상대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상대의 발언권을 존중하는 태도였다고 한다. 존중은 상대방의 말을 귀담아 들어주는 것이며 핑계를 대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말을 가장 잘하는 사람은 웅변가도 달변가도 아닌 상대방의 말을 귀담아 들어주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돈이나 재물 등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多多益善)”는 사자성어가 있는데 말은 짧으면 짧을수록 좋다(短短益善). 강남 스타일이라는 노래로 세계적인 가수가 된 싸이는 미국 NBC 티비에 나와 “옷은 고급스럽게 춤은 싼티나게 춘다”는 짧고 간결한 말로 자신의 인기 비결을 전했다.
관청(官廳)에서 한자 청(廳)자는 듣는 집이라는 글자다. 백성들의 소리를 들어주는 곳이 관청이다.
박근혜 전대통령이 수석비서관회의를 할 때에 보면 일방적인 지시만 하고 있을 뿐 토론하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그것이 박근혜정부를 망하게 만든 요인의 하나였고,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후퇴하게 한 사례이다. 대부분의 독재자들은 귀는 막고 입만 열고 있다. 지도자의 역할은 각 분야의 실무자들의 이야기를 들어서 이를 조율하고 통합하는 일이다. 일방적으로 지시하는 지도자는 지금의 리더로는 가장 무능한 지도자이다. 유마의 침묵이 우레와 같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였듯이 지도자는 말하는 것보다 듣는 일에 더 정성과 열정을 다해야 한다.

잘못된 독재국가의 전형적인 사례는 신하들의 얘기마저 듣지 않는다는 것이다. 총명(聰明)한 사람은 영리하고 재주가 있는 사람을 뜻하는데 이 때 총자는 귀가 밝다는 뜻으로 남의 말을 잘 듣는다는 어원을 갖고 있다. 말 잘하는 지도자보다 귀가 밝고 마음이 열린 지도자가 백만 배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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