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농협 - 농민 조합원이 주인 되어야
지역 농협 - 농민 조합원이 주인 되어야
  • 변동빈 기자
  • 승인 2018.08.13 10:33
  • 호수 7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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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3월 13일 조합장 선거 앞두고 개혁 바람
농협의 본질 - 농민조합원의 농산물 제값 받고 파는 것

<협동조합을 조합원에게 돌려주어야>

내년 3월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를 앞두고 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법 안내 및 위법행위 예방활동 등을 수행할 공정선거지원단을 공개 모집하기 시작하였다. 일부 조합원들은 협동조합의 본질을 잃은 농협의 대대적인 개혁을 요구하며 이를 위한 개선책을 제시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외국산 농산물이 물밀 듯이 밀려오는 상황에서 우리 농민들이 생산하는 농산물은 제값을 받지 못하고 심지어 판로가 없어 원가 이하로 판매하는 경우마저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도 농협에서 운영하고 있는 하나로 마트에서는 외국산 과일(바나나, 체리, 오렌지 등)을 버젓이 팔고 있다. 이는 농민조합원을 외면하고 소비자의 편의를 핑계로 농협조직과 직원들의 안위만을 생각하며 사업 확장에 치중한 결과라 할 것이다.

협동조합이란 “공동으로 소유하고 민주적으로 운영하는 사업체를 통하여 공동의 경제적 사회적 필요와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하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결정한 자율적인 조직이라고 정의한다.”그러므로 농협은 농민의 이익을 위해 농민들이 자율적으로 조직하여 조합원들이 민주적으로 운영하는 사업체이다.

지역농협이 농민들에 의해 조직된 사업체라면 농협중앙회는 지역농협이 조합원이 되어 조직된 것으로 지역농협의 지도감독 및 농정활동, 경제사업, 신용사업을 지원하는 조직이다. 하지만 농협중앙회가 안고 있는 문제가 심각할 뿐 아니라 대수술을 요구하는 지경에 있어서 여기서는
중앙회에 대한 논의는 생략하기로 한다.

농협은 사회경제적으로 약자인 농민조합원을 위한 사업을 실시하여 그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의무가 있으며 동시에 그것이 농협의 역할이다. 이를 위해서는 조합원에 의한 농협운영 능력을 높이기 위한 교육을 가장 우선으로 해야 한다. 협동조합은 의사결정의 주체인 조합원의 수준만큼 발전하기 때문에 조합원에 대한 지속적인 교육과 훈련이 가장 중요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현실은 이와 너무 동떨어져 있다. 2013년을 기준으로 지역농협 평균 7억8천830만원을 교육·지원 사업에 사용했는데 교육비는 3490만원으로 4.4%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임직원 및  이·감사 등을 대상으로 사용되는 것을 감안하면 일반 조합원에게 사용되는 교육관련 금액은  극히 적을 것으로 보인다.

<조합장 선거 위해 양산된 무자격 조합원과 직원 조합원>

협동조합의 성패를 좌우하는 가장 큰 조건 가운데 하나가 조합원의 신뢰와 이를 기반으로 하는 단결과 상호 존중에 있다. 신뢰가 무너지면 조합에 대한 무관심을 불러오고, 갈등을 초래하며 우수하고 젊은 조합원들의 이탈과 불참의 결과를 가져온다.

조합원의 신뢰와 상호존중을 위해 먼저 무자격 조합원의 청산이 시급하다. 올해 3월 경기도 파주의 모 조합은 조합원 1780명 가운데 무려 300명이 무자격 조합원이며 일부 대의원 조합원도 자격이 없다는 주장이 제기되어 파장을 일으켰다. 조합원이 무자격임을 알면서도 조합장 선거 또는 출자금의 상환에 따른 조합 경영 불이익 때문에 이를 묵인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한편으로 농협 직원들의 조합원 자격에 대해 엄격한 기준을 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농협조합원은 농업인이 조합원의 자격을 가질 수 있으며 농업인이란 농사짓는 일을 생업으로 삼으며 농산물을 생산하는데 종사하여 생계를 영위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구체적으로는 농지 1000㎡이상, 1년에 90일 이상 농업에 종사, 년간 농산물 판매액 120만원 이상 등의 하나에 해당되는 사람을 농업인이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농협조합원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농지원부를 갖고 있으며 농업경영체에 등록되어야 한다.

농협 직원 가운데 직접 농사를 짓는 사람이 거의 없는 것이 사실이고, 비료 등의 구입이 이름만 빌려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이를 확인하면 대부분 조합원 자격을 상실하게 된다는 것이다. 한국협동조합연구소의 자료에 의하면 조합원이 주인이 되는 농협을 만들기 위해서는 고액의 연봉을 받는 농협직원들이 편법으로 조합원 자격을 얻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농협직원들의 조합장 출마를 현재 90일 이전 사퇴에서 1년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조합장 선거 달라져야 한다>

위탁선거법에 따르면 조합장선거의 경우 선거방법으로 선거공보와 벽보, 어깨띠, 윗옷, 소품을 이용한 선거운동 등을 규정해놓았다. 또한 전화를 이용한 선거운동과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선거운동 그리고 명함을 이용한 선거운동 등도 할 수 있다. 하지만 농협법 등에 규정된 합동연설회 또는 공개토론회의 개최는 허용하지 않고 있고, 농민단체나 언론기관 등의 대담 토론회에 대해서도 규정해놓지 않았다.

따라서 새로 제정된 위탁선거법이 농·축협의 비민주적 선거문화를 바로잡기 보다는 현직조합장이나 조합임직원 출신의 기득권유지를 위해 민주주의를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높다.
우선 위탁선거법에 따르면 후보자가 되려는 사람들이 공개적으로 자신의 생각과 정책을 조합원에게 알리기 위한 방법에 많은 한계가 있다. 선거공보나 벽보 등 선거운동방식을 폭넓게 보장하는 것 같지만 이 모든 것을 열흘 남짓한 선거기간 동안 후보자 혼자서 해야 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4년마다 치러지는 조합장 선거는 대부분 전·현직 조합장, 조합의 임직원, 군의원 출신이란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합병된 거대 지역 농협일수록 임직원의 당선가능성이 100%에 가깝고, 순수 조합원의 당선은 하늘에 별 따기와 같다는 것이 일반적이다.

조합장선거는 정당공천도 없고 외부수혈도 불가능해 신진인물이 진입하기가 훨씬 까다롭다. 따라서 현직 조합장 외의 출마자들에게 동등한 기회를 준다는 차원에서 사전선거운동을 보장하는 ‘예비후보자 선거운동’조항을 도입해야 한다. 또한 “임직원이 아닌 조합원 중심의 협동조합으로 전환하기 위해 사직 90일이 경과한 직원에게 부여하는 피선거권을 최소한 1년 이상으로 확대야 한다”고 이호중 농업농민정책연구소 팀장은 주장했다.

<조합원을 위한 농협운영의 사례>

국제협동조합연맹(ICA)에서는 협동조합의 7대원칙을 마련하였는데 ①자발적이고 개방된 조합원제도 ②조합원에 의한 민주적 관리 ③조합원의 경제적 참여 ④자율 및 독립 ⑤교육훈련 및 정보제공 ⑥협동조합 간 협동 ⑦지역사회에 대한 기여 등이다.
농협법 제1조 목적에는 ‘이 법은 농업인의 자주적인 협동조직을 바탕으로 농업인의 경제적·사회적·문화적 지위를 향상시키고, 농업의 경쟁력 강화를 통하여 농업인의 삶의 질을 높이며,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하였다.
또한 지역농업협동조합은 ‘조합원의 농업생산성을 높이고 조합원이 생산한 농산물의 판로 확대 및 유통 원활화를 도모하며, 조합원이 필요로 하는 기술, 자금 및 정보 등을 제공하여 조합원의 경제적·사회적·문화적 지위 향상을 증대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농협의 주인인 조합원은 점차 소외되고, 조합의 임직원들을 위한 들러리로 전락해버렸다는 지적이 많다.

나주 봉황농협은 지난해 10월 1일부터 7일까지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농업협동조합의 이해와 조합원의 역할’이란 주제로 마을별 순회교육을 실시했다. 자체 강사보다는 외부전문가의 객관적 시각에서 농협을 바라보고 교육하고자 (사)한국협동조합연구소에 위탁하였다. “조합의 주인인 조합원들이 적극적으로 조합사업에 참여해야 조합이 성장 발전할 수 있고, 조합원 참여는 교육에서 시작된다”는 것이 봉황농협 조합장의 주장이다.

2005년도에 창립한 남평농협의 '9988봉사단'은 남평농협 조합원 중 주부들로 구성돼 있으며 고령농가들을 대상으로 건강검진과 목욕봉사·말벗 돼주기 등을 주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75세 이상의 조합원 생일 차려주기 등을 하고 있는데 이는 남평농협이 꾸준히 해오고 있는 여성대학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경기도 용인시의 원삼면에 있는 원삼농협은 여성농업인센터를 운영하고 있는데 영유아 보육, 방과 후 학습지도등 농번기 때 아이들을 돌봐주는 역할을 하며 사업비의 90%는 용인시가 지원한다.

<농협경영의 혁신 사례- 완주 용진농협>

농업협동조합법에 명시된 지역농협의 사업 중 첫 번째가 교육·지원 사업이다. 여기에는 농산물의 공동출하와 판매를 위한 교육·지원, 농업생산의 증진과 경영능력의 향상을 위한 상담 및 교육훈련, 사업수행과 관련한 교육 및 홍보 등이 명시돼 있다.
한마디로 조합원에 대한 교육과 조합원이 생산한 농산물의 판매 그리고 생산성 향상을 위한 다양한 지원 등이 농협의 설립 목적이라는 것이다.

지역주민들이 조합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지역농협은 지역공동체 유지 및 농촌경제를 지탱하는 중심축이다. 완주군의 용진농협은 ‘로컬푸드직매장’을 통해 지역의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이익을 주는 유통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

완주군의 경우 전체 9700여 농가 중 1ha미만을 경작하는 곳이 6200여 농가나 되고 65세 이상 고령농이 36.5%인데, 이들의 68%가 판로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로컬푸드’다. 농산물직거래의 일환으로 관심이 증가되고 있는 로컬푸드는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이동거리를 최소화해 환경과 건강을 지키고 지역사회의 도·농 상생을 촉진하는 활동이다.
완주군은 지역농협의 참여 속에 다품종 소량생산 체계를 구축하고, 직매장을 개장하는 등 가족농과 소농의 안정적 판로확대 및 소득보장을 위한 유통시스템을 구축해 나갔다.

용진 농협은 먼저 직거래에 참여를 희망하는 농가를 대상으로 일본 농산물 직매장 견학, 로컬푸드 활성화, 친환경 농산물 생산 등 6차례의 교육을 실시했다. 또 임시매장을 운영하며 사업이 본격화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 등을 검토하는 등 사전준비를 거쳐 지난 2012년 4월 로컬푸드직매장을 개장했다.

직매장에서는 수확부터 포장, 운송, 가격결정, 매장의 진열까지 모든 과정을 생산자들이 담당하는데, 판매가격은 생산농가들이 경매가격과 인근 소비지시장의 가격 등을 참고해 결정한다.
현재 용진농협 로컬푸드직매장에 참여하는 농가는 빠르게 늘어 2018년 기준으로 700여명에 달한다. 70여 마을기업이 두부와 된장 등 가공식품을 생산해 납품하고, 다문화가정 주부들로 구성된 제빵업체와 장애인들로 구성된 떡 제조업체도 로컬푸드직매장에 참여하고 있다.

용진농협은 대도시인 전주와 가까운 지리적 이점이 있었지만, 이미 전주에는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가 있는데 누가 여기까지 오겠냐는 우려를 씻고 로컬푸드의 선두를 보이고 있다.

<도매시장 최고가 변산 양파, 이유 있었다>

농협은 생산자 협동조합으로, 조합원의 농산물을 제값 받고, 많이 팔아 주는 것이야 말로 사업의 핵심이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판매사업 활성화에 노력하는 지역농협들이 있는데 이들은 농가를 조직하고, 엄격한 품질기준과 영농지도를 통해 농산물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또한 공선출하회나 연합사업단, 조합공동사업법인 등을 통한 산지조직화와 규모화를 통해 농산물 유통환경 변화에 모범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부안의 변산면에서 생산된 양파는 도매시장에서 최고가를 받을 정도로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변산농협이 조합원들을 조직화하고, 소비자가 선호하는 ‘장기저장이 가능하고 모양이 균일한 양파’를 생산하면서 인지도가 올라간 것이다.

변산농협의 양파계약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농가의 재배면적이 200~900평에 불과하고 나이도 많지만 양파재배농가 90% 가량이 계약재배에 참여 하고 있다. 변산농협은 2009년부터 양파의 규격화, 품질의 균등화를 통해 영세규모의 한계를 돌파하기 위한 조직화, 규모화, 전문화를 추진해왔다.
계약재배에 참여한 농가들은 종자의 선택과 영농지도 등 모든 것을 농협의 지침에 따르고 있으며 수확한 양파는 전북농협이 공동으로 개발한 ‘예담채’란 브랜드로 대형유통시장에 50%가 공급되고, 나머지 50%는 도매시장으로 출하하고 있다.

<다품종 통합 마케팅에 나선 남원시 조합공동사업단>

남원시조합공동사업법인은 관내 5개 농협이 참여해 2013년에 설립한 통합마케팅(연합마케팅) 조직이다. 딸기, 감자, 포도, 복숭아, 멜론, 파프리카, 사과, 배, 오이, 복분자 등 다품목, 소량의 원예농산물을 협업과 조직화하여 공동 판매하고 있다.
5개 농협은 공동사업법인을 설립하면서 농산물마케팅경력 5년 이상의 책임자급 5명을 파견했고, 역할분담을 통해 농가조직, 생산지도, 상품화, 출하처 관리, 마케팅, 홍보, 교육지원 등을 전문화시켰다.

조합공동사업법인 설립이전에는 각 농협별로 ‘촌맹이’, ‘바래봉’등의 개별브랜드를 사용했는데 통합마케팅 추진 이후 관내 5개 농협이 APC를 연계해 지속적, 연중출하시스템을 구축했고, 공동브랜드인 ‘춘향애인’을 사용하면서 대외인지도와 시장 교섭력이 높아졌다. 이런 노력의 결과 포도, 딸기, 파프리카, 멜론, 감자 등 전략품목은 전체농가의 80%, 사과, 오이, 상추, 배 등 육성품목은 전체농가의 79%가 공동마케팅에 참여하고 있다.

또한 남원인근인 임실, 순창지역의 조합공동사업법인과 딸기 연합마케팅시스템을 구축, 개별마케팅으로는 어려운 시장진입을 해결하고, 안정적인 물량공급능력을 확보하는 등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역농협은 조합원과의 소통과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무조건의 통합만이 정답이 될 수는 없다. 따라서 연합 RPC와 같은 통합 마케팅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지역농협마다 경쟁적으로 공선장 시설을 갖추는 것보다 지역농협별로 대표 작물을 맡아 통합마케팅을 실시하는 것도 대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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