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가 끝난 뒤를 생각하자
선거가 끝난 뒤를 생각하자
  • 변동빈 기자
  • 승인 2018.06.11 10:35
  • 호수 7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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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2년 네덜란드에서 태어난 스피노자는 사상과 종교의 자유를 추구, ‘국가의 목적은 자유이다’며 군주제와 군국주의를 반대하고 반대파를 억압하는 행위를 ‘극악무도한 야만’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 해도 나는 한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고 말한 것으로 더욱 유명하다.

선거가 막바지에 이르러 지역신문과 SNS의 공방을 보면 군수 선거만 있을 뿐 선거 다음에 장성군민의 화합과 미래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잔인할 정도로 상대후보와 지지후보가 다른 신문을 공격하며 최소한의 예의와 금도도 지키지 않는다.

발행인라는 사람이 칼럼에서 공당의 군수후보에게 ‘윤후보는 똑똑히 알아라’라고 훈계를 하고 있다. 또 다른 신문에서는 성희롱을 당했다는 여성을 이용하여 판을 키우려는 왜곡된 기사를 서슴지 않게 보도하였다.

특정후보를 지지하는 모임의 SNS(밴드)에서는 피해를 당했다는 여성의 사진을 캡처하여 마치 마녀 사냥하듯 비난과 공격을 멈추지 않고 있다.

집권여당인 민주당 전남도당의 성명서에는 자유게시판에 작성자가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의 글을 인용하여 ‘변태 군수’라고 표현하였다. 이 정도의 수준이 공당의 성명서라는 것이 한심할 뿐이다. 아무리 목적이 정당하다고 할지라도 수단과 방법이 정의롭지 못하면 그 목적은 비윤리적인 결과를 낳게 되고, 정의와 멀어질 수밖에 없다.

선거에 뛰어든 후보들이 상대후보를 향해 네거티브를 하는 것은 오랜 선거역사에서 늘 있어왔던 일이라고 하자. 미국의 대통령선거를 연구한 결과에 의하면 박빙의 선거에서 네거티브는 당락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되었다.

그런데 신문이 후보들에 앞서서 네거티브를 하는 것을 보면 군민과 유권자들을 너무나 무시하고 우습게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선거기간동안 장성에서 발행하는 지역신문들이 정책과 이슈 그리고 공약 등을 점검하고 따지며 후보들에게 묻는 보도를 거의 보지 못하였다.

신문이 국민들에게 유익한 존재인지 유해한 존재인지를 두고 영국과 유럽의 사상가들과 미국의 학자들은 끊임없이 논쟁하고 따져왔었다. 1947년 미국은 언론의 윤리와 사회적 책임을 피력하는 허친스 위원회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의 핵심 내용은 “언론인은 단순히 자기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가 아니라 인류에 봉사한다는 자세로 일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적 책임과 공공에 대한 봉사는 언론 뿐 아니라 모든 직업에 근본적인 윤리 기준이지만 특히 언론의 자유를 갖고 있는 저널리스트는 자신이 쓴 ‘기사와 논평이 진실한가?,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가?’를 늘 생각해야 한다.

물론 당시에는 사실이라고 여겼던 일들이 시간이 지나 거짓으로 밝혀지거나 진실을 은폐하여 알 수 없는 일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아리스토텔레스의 ‘선은 선을 추구하는 것이 선이다’라는 명제처럼 기자 스스로 자신의 양심을 속여서는 안 된다.

15년 전 필자는 신문을 통해 독자를 깨우칠 수 있을 것이라는 오만한 생각을 한 적이 있다. 하지만 독자들이 기자의 논평이나 주장을 보고 자신들의 생각이나 정치적 선택을 바꿀 만큼 결코 어리석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신들이 지지하는 후보가 당선되어야만 지역발전을 이룰 수 있고, 군민의 화합을 이룰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선거가 끝난 뒤 도저히 한자리에 앉아서 밥 한 끼도 못 먹을 정도로 감정의 골을 깊게 파고 있다. 그런 결과가 과연 장성발전과 군민행복을 이룰 수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저것들 보기 싫어서 안 찍는다’는 말을 듣는다. 지나치게 상대후보를 깎아내리고 트집만 잡는 사람을 보고 하는 말이다.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위한다면 말 한마디라도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해야 한다. 진정으로 장성과 군민을 생각한다면 선거가 끝난 뒤를 생각해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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