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색 저널리스트와 똑똑한 유권자
황색 저널리스트와 똑똑한 유권자
  • 변동빈 기자
  • 승인 2018.05.29 13:40
  • 호수 7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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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색 언론인은 나쁜 기자를 상징하는 말이고, 황색 신문(yellow paper)은 싸구려 3류 신문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미국에서 가장 권위있고, 기자들이 명예롭게 생각하는 퓰리처상이 황색 언론인의 대표적인 인물인 퓰리처의 기부금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퓰리처는 지역신문의 기자로 출발하여 편집장이 되었고, 이브닝월드지를 창간하여 선정(煽情)신문의 기초를 닦았으며 대중신문의 발전에 큰 공을 세운 인물이다.
최초에 미국의 신문은 정당이나 교회에서 발행하였고, 신문은 특정한 정파의 이익을 위해 만들어졌다. 미국에서는 1870년대에 이르러서 구독료가 저렴하고, 일반 국민들이 쉽게 읽을 수 있으며 정부나 기업을 비판하고, 독자들의 흥미를 끌 수 있는 폭로성 기사들을 실은 대중신문이 등장하였다.

정치인과 기업인의 비리 등을 파헤치는 폭로성 기사는 권력자들에게 ‘나쁜 신문’으로 매도되었지만 이들 신문은 탐사보도의 시초가 되었으며 황색신문이 추구한 것은 애국, 충성, 정직, 검약, 감상과 같은 미국의 전통적 가치였다.

황색신문은 스스로 권력의 파수견이라 부르고 정치의 부패를 폭로하고, 기업의 억압을 파헤치고, 이민자와 흑인의 착취를 아파하며 중산층의 양심을 일깨워 대중운동으로 만들어가고자 했다. 물론 황색신문이 지나치게 대중화를 좇아 선정적인 보도와 사생활 침해 그리고 신문사의 이익을 위해 광고주에게 유리한 기사를 제공하는 등의 문제를 일으켜 신문의 격을 떨어뜨린 결과를 부르기도 하였다.

흔히 언론을 권력을 감시하는 감시견(watchdog)과 권력을 비호하고 감싸주는 경비견(guarddog)과 권력의 사랑을 받으며 간식이나 받아먹는 애완견(lapgog) 그리고 권력이 어떤 일을 하더라도 눈감아 버리는 잠자는 개(sleepingdog)로 분류하기도 한다.
100여년 전 미국의 황색신문은 적어도 경비견이나 애완견이 되는 것은 스스로 용납하지 않았다. 그런데 당시 미국의 신문은 국민이 무지하다고 여기고 신문이 그들을 가르치는 교사의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였다.

150년이 지난 지금 대한민국의 언론환경은 어떤가? 작은 군단위에도 서너 개의 신문이 있고, 인터넷 신문사도 여럿이다. 신문 또는 방송에서 보도한 기사는 실시간으로 사실 여부를 검색할 수 있으며 독자들은 150년 전과 같이 무지하지도 어리석지도 않다.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글쓴이가 누군지 확인되지도 않은 인터넷 자유게시판 글이 신문기사로 보도 되는가하면 특정 후보가 함량미달이니 네거티브 선거를 하느니 하는 기사가 버젓이 보도되고 있다. 자유게시판에 올라온 내용을 기사로 보도하려면 글을 쓴 사람을 확인하고 최소한 그 사람과 인터뷰는 했어야 한다. 또한 후보의 함량미달을 누가 어떤 기준으로 정한다는 말인가? 일류대학을 졸업하고 화려한 경력을 쌓았다고 결코 좋은 후보라고 할 수 없다. 진실한 자세로 주민을 위해 성실하게 봉사하며 청렴하게 공직을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을 훌륭한 후보라고 한다면 어떤 이유로 그 후보가 함량미달인지 설명했어야 했다.

기자는 사실을 보도하되 사실 뒤에 가려진 진실을 밝혀 독자에게 전달해야 한다. 사실과 진실을 밝히려면 권력자의 압력이나 광고주의 유혹을 거절 할 수 있어야 한다. 더구나 언론사의 발행인 또는 대표가 이권에 개입할 수 있는 회사 또는 기업을 갖고 있다면 그는 언론인이라고 할 수 없으며 언론인이 되어서도 안 된다. 대한민국 언론의 가장 큰 병폐 중에 하나가 건설업자들이 신문을 사업방패 또는 사업 확장의 수단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언론인의 가면을 쓴 언론인이 유권자와 군민을 모욕하고 있다. 신문기사로 유권자의 마음을 돌리거나 선거에서 특정 후보를 당선시킬 수 있다는 생각은 오만과 착각일 뿐이다. 유권자들은 기자보다 훨씬 똑똑하고, 기자들보다 더 많이 알고 있으며 더 현명하다는 사실을 깨우치기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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