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령노릇이 공후(公侯)보다 백배나 더 어렵다.
수령노릇이 공후(公侯)보다 백배나 더 어렵다.
  • 변동빈 기자
  • 승인 2018.01.29 14:12
  • 호수 70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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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민심서는 다산 정약용이 강진에서 유배생활을 하던 1818년에 쓴 책으로 지방관이 지켜야 할 지침과 지방 관리들의 폐해를 비판하고 있다.

다산의 아버지 정재원은 번암 채제공이 쓴 [진주목사정공묘갈명]에 대단한 인격의 소유자였고, 학문도 높았으며 현감, 군수, 부사, 목사 등을 지낸 목민관으로 훌륭한 치적을 남겼으며, 의리에 밝은 선비의 자질이 넘쳤다고 한다.

다산은 자신이 열여섯 살부터 서른한 살 때까지 아버지가 고을의 목민관을 하면서 어떻게 백성을 대하고, 백성을 다스렸는지 임지를 따라다니면서 보고 익혔다. 사실 목민심서는 다산이 쓴 책이지만 그의 아버지인 정재원이 없었다면 세상에 나올 수 없는 책이다.

다산은 “다른 벼슬을 구할 수도 있으나 백성을 다스리는 벼슬을 구해서는 안 된다”며 “수령 노릇하기가 공후보다 백배도 더 어렵다”고 했다. 군수나 시장을 하는 것이 장관이나 차관을 하는 것보다 더 어렵다고 한 말이다.

수령은 세금을 거두거나 사사로운 범죄에 형벌을 가하는 권한을 갖고 있어서 그 권한이 적지 않았고, 백성들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선정을 베푼 수령은 홀아비, 과부, 고아, 자식 없는 독거노인(鰥寡孤獨)을 구휼하는데 애썼다. 심지어 가난해서 결혼을 못하는 늙은 총각과 처녀가 있을 경우에는 해당 지역의 고을 수령이 결혼을 주선해주었는데 이는 관할지에 노총각·노처녀가 늙도록 있으면 정부로부터 문책을 당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회복지 제도가 법으로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조선시대에도 고을의 수령이 가장 먼저 보살피고 관심을 가진 사람들은 가장 취약하고 가난한 백성이었던 것이다.

다산은 수령의 첫째 근본이자 의무는 ‘백성을 사랑하는 일’이라고 했다. 그러기 위해 아껴 써야 하고, 아끼는 것은 스스로 검소함에서 비롯되며 검소함은 청렴에서 시작된다고 했다.

목민심서 율기(律己)에서도 “청렴은 수령의 본분이며 모든 선의 원천이며 모든 덕의 근본이오, 청렴하지 않고 능히 수령 노릇할 자는 없다”고 하였다.

심지어 “청렴한 선비가 고을살이를 나갈 때는 가루(家累, 아내와 성장한 자식)를 데리고 가지 않는다. 형제 사이에 서로 그리우면 때로 왕래할 것이로되 오래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하였다. 자식이나 형제가 이권에 개입할 것을 염려하여 미리 차단하기 위함이다.

지방자치가 실시된 이후에 광주의 A구청장과 B구청장의 부인이 공무원의 인사와 관련하여 뇌물을 받아 구속된 일이 있었는데 남편인 구청장은 그 사실을 몰랐다고 하여 임기를 마친 적이 있었다. 현재 구속되어 재판을 받고 있는 K무안군수는 그의 친형이 업자들로부터 공사와 관련하여 뇌물을 받은 혐의로 먼저 구속되었고, K군수도 뒤이어 구속되었다.

다산은 이런 불상사를 염려하여 가족이나 형제를 고을에 머물지 않도록 경계한 것이다.

논어에 “공자의 가르침은 충과 서 뿐이다.(夫子之道 忠恕而已矣)”고 하였다. 충이란 자신의 참된 마음을 다하는 것이오, 서란 참된 마음을 바탕으로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이다.

스스로는 진실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고, 다른 사람은 거짓 없이 배려하고 이해하는 것이다.

수령은 스스로에게는 거짓과 부끄러움이 없어야 하고, 백성에게는 진심으로 배려하고 이해하는 마음을 가져야 하기 때문에 수령 노릇하기가 공후보다 백배나 더 어렵다고 한 것이다.

목민심서의 서문에 “오늘날 백성을 다스리는 자들은 오직 거두어들이는 데만 급급하고 백성을 부양할 바는 알지 못한다. 이 때문에 백성들은 여위고 곤궁하고 병까지 들어 진구렁 속에 줄을 이어 그득한데도, 그들을 다스리는 자는 바야흐로 고운 옷과 맛있는 음식에 자기만 살찌고 있으니 슬프지 아니한가?”라고 하였다.

올해 6월 13일은 시장과 군수를 뽑는 지방선거가 실시되는 날이다. 시장, 군수는 조선시대 수령과 같은 역할을 담당하는 사람이고, 그들에게 필요한 덕목과 근본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시장, 군수가 장`차관보다 백배나 더 어렵다는 마음으로 선거에 나온 사람은 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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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요? 2018-02-04 18:56:18
현군구가 가장청렴하지 않아요. 편가르기도 않하고 일감몰아 주기도 않하고 잘하고 있지 않나요.
주말이면 담양보다 외지에서 찾는 사람이 많아 군민소득도 제일이고 이만한 군수깜 없다고 보는데요 출렁다리 건너카페에서 차도 마셔 *도 도와주고 이대로 쭈욱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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