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이 모여 지역 현안을 함께 고민하고 토론하는 장이 열려 지역사회의 이목을 끌었다.
지난달 28일 오후 장성공공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장성희망촛불(가칭)’이 주최한 ‘장성 해넘이 이야기 마당’이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주 발제자의 발제 ▶패널 주제발표 및 방향제시 ▶질의응답 의 순서로 진행됐다.
먼저 「노란마을(옐로우시티) 괜찮은가요?」 라는 주제로 토론회의 문을 연 기호철 교수(서울대 고병리연구실)는 ▲사계절이 뚜렷한 장성에 사계절 노란색 획일화가 타당한가 ▲노란색 컬러마케팅이 ‘도농복합도시 장성’에 적합한가에 관해 20여분 동안 이야기를 이어갔다.
황룡강에 용이 살았다는 전설에 대해 기 교수는 “1920년대 이전에는 없던 전설이며, 르네상스란 ‘문화·예술의 부활’을 이르는 말인데 그런 측면에서 ‘황룡강 르네상스’의 의미가 흐릿한 것이 사실이다”며 “도시에 색상을 이미지화 한 멕시코, 인도 등은 이미 갖고 있는 유물과 자원에 색의 이미지를 입힌 것으로, 장성의 경우 ‘컬러마케팅’ 이라는 발상 자체의 전환은 좋으나, 그것이 새마을 운동을 표방하며 초가집 없애고 마을길 넓히는 등 획일화된 도시를 만드는 것으로 가는 것에는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변동빈 장성군민신문 주필은 「노란마을로 먹고 살 수 있을까」 라는 주제에서, “먹고 살 수 있으려면 지속가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 주필은 “지방자치시대에서 핵심 군정 시책이 지속가능한가는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이익이 있는가 ▲주민들이 추구하는 가치·이념과 맞는가로 판가름된다”며 “노란꽃잔치가 100만 명의 관람객을 불러 모았다고 하지만, 4계절 관광객이 찾지 않는 축제는 한계가 있다”고 우려했다.
또 “‘하얀색’을 떠올리게 하는 그리스 산토리니는 아름다운 바다 절경에 색이 입혀져 유명해졌고, 주민 공감을 이끌어낸 감천 문화마을이나 동양의 나폴리라 불리는 통영 동필항처럼 환경과 주민이 우선되지 않는 정책은 지속가능할 수도, 성공할 수도 없다”고 못 박고, “우리 장성만이 가지고 있는 문화와 자원을 특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세 번째 이야기꾼인 목포대 환경학과 이상득 교수는 「웬만하면 생태계 건드리지 말고 일 합시다」는 주제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이 교수는 ‘사상과 문화를 담는 ‘색’이 ‘옐로우’ 하나로 획일화되는 것은 커가는 아이들에게 긍정적이지 않고, 다양성에도 위배된다는 문제가 있다고 말문을 열고 “4차 산업시대, 융복합 시대를 사는 요즘, 생태계를 고려하지 않은 채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지 못하도록 단순하게 개발에만 치중하다 보면 타 지역과 차별화되지 못해 사람들로부터 결국 외면받게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지막 순서로 마이크 앞에 선 건양사이버대학 신방식 겸임교수는 「백만 명 왔단디 돈 좀 벌었다요?」 라는 질문을 던지며 “4계절, 365일 군민이 신나게 참여하는 옐로우시티가 되어야 하는데 ‘색’만 강조하다 보니 인구유입, 군민의 흥 같은 걸로 연결이 되지 않고 군정 트렌드에 그쳤다”며 백양사, 의병, 서원, 축령산 등 역사와 문화, 자원들이 풍부한데도 이것들의 가치를 제대로 끌어올리지 못하는 점을 안타까워했다.
여기에 “토론과 치열한 논쟁으로 진보적인 발전 방향을 찾아야만 장성에 희망이 있고, 이를 위해 선제적 방향 제시와 비판·비평의 몫을 해낼 수 있는 지역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패널들의 주제 발표 이후 질의응답이 진행됐다.
참가자 A씨는 “고려시멘트, 동양메탈 등 지역의 이미지를 해치고 주민 건강을 위협하는 업체들의 문제가 심각하고, 주민들은 강한 행정력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B씨는 “옐로우시티를 위해 공무원, 사회단체는 물론 주민들도 동원되는 것을 보며 ‘과연 옐로우시티에 주민들이 자의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영역이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 부분에 대한 답을 듣고 싶다”고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토론회가 끝나고 회의실을 나서던 한 참가자는 “장성에서도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할 수 있는 이런 토론회가 열리고 참여할 수 있게 돼서 반가웠다”며 “이제 우리 장성도 자신과 생각이나 이념이 다르다고 서로를 헐뜯고 욕하지 말고, ‘다름’을 인정하고 상대방의 생각에도 귀를 기울일 줄 아는 성숙한 군민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