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와 자서전
일기와 자서전
  • 변동빈 기자
  • 승인 2017.10.23 13:33
  • 호수 6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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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씨가 [전두환 회고록]이라는 자서전을 펴냈는데 그는 광주민주화운동을 두고 “양민에 대한 국군의 의도적이고 무차별적인 살상행위는 일어나지 않았다”거나 “광주사태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대통령이 되었다는 것이 원죄가 됨으로써 그 십자가는 내가 지게 됐다”고 하였고, “상처와 분노가 남아 있는 한 그 치유와 위무를 위한 씻김굿에 내놓을 제물이 없을 수 없다”며 “나를 비난하고 모욕 주고 저주함으로써 상처와 분노가 사그라진다면 나로서는 감내하는 것이 미덕이 될 수 있을지 모른다”라고 기록했다. 그는 광주시민을 학살한 책임자가 아닌, 마치 자신이 피해자인 것처럼 뻔뻔하게 역사를 왜곡하여 묘사한 것이다.

법원은 전두환씨의 자서전 판매를 중지하라고 결정했고, 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된 내용을 삭제하여 다시 판매에 들어갔다고 한다.

최근 국정원의 정치개입 등 이명박 정부의 비리와 불법행위가 연이어 드러나고 있는데 이명박씨는 그의 자서전에서 4대강 사업이 “2008년 12월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11조원 규모의 4대강 살리기 사업을 보고했다. 홍수와 가뭄, 오염으로 몸살을 앓는 4대강 사업 정비사업을 추진해야한다는 내용이었다”고 밝혔다. 대운하 건설과 달리 4대강 사업은 국가균형발전위원회의 보고를 받고 검토하면서 관심을 갖게 됐다는 설명이다.

또한 이명박씨는 역대 정부의 4대강 관리 실패사례를 나열하면서 “한반도 대운하에는 반대하던 학자들도 4대강 정비는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고 서술했다. 또한 “나는 4대강을 이대로 방치하는 것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 하는 국가의 책무를 유기하는 것이라 생각했다”고 썼다. 하지만 감사원의 2012년 7월 감사발표를 미루어 보면 4대강 살리기는 처음부터 대운하 재추진을 위해 추진됐을 가능성이 짙다.

조선시대 가장 많은 양의 일기를 남긴 이제 황윤석은 13세부터 세상을 떠난 63세까지 57권 6.000장의 [이제난고]를 남겼다. 이제는 그의 호이고 난고란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써내려갔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제난고는 하나도 보태거나 빼지 않고 사실 그대로만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매우 가치가 있는 사료로 인정되고 있다. 황윤석은 고창에서 태어났으며 그의 증조부 황세기가 황룡의 기진탁 선생에게 학문을 닦았다. 기진탁 선생은 송암 기정익의 아버지이며 기정익은 필암서원을 현재의 장소로 옮긴 인물이며 우암 송시열의 제자이다.

따라서 이제난고에는 장성에 관한 내용도 적지 않게 기록되어 있는데 처음 아치실을 방문하여 아곡(鵝谷)이라는 시 한수를 남겼는데 주(註)에 아치실의 마을 이름을 아곡(鵝谷)[소곡(小谷) 또는 아치실이라고 한다. 또 제곡(弟谷) 혹은 아찬곡(阿餐谷)으로 일컫는다]

고 설명하였다. 두 번째 방문에서는 “小谷(아츠실)의 송암 기정익 선생댁을 방문하여 손자 종상, 동상을 만나 송암선생의 유묵을 얻어 보았다”고 기록하고 있다. 황윤석은 장성부사로 부임하고 있던 정경순과 비슷한 나이였고, 뜻이 통해 서로 교유하였고, 정경순은 그의 재주를 아껴 자신의 6촌 형인 정홍순에게 추천하여 황윤석이 관직에 오를 수 있도록 도와 주기도 하였다.

1780년 연암 박지원은 종형인 박명원을 따라 청나라 고종의 칠순잔치에 참석하는 사신의 일원으로 동행하게 되었다. 그 때 쓴 열하일기는 중국 연경을 지나 청나라 황제의 여름별장지인 열하(熱河)까지 기행한 기록을 담았는데 중국의 문인들과 사귀고, 연경의 명사들과 교유하며 중국의 문물제도를 보고 들은 내용을 각 분야로 나누어 기록하였다.

1780년 6월 24일 신의주의 압록강을 건너 요동을 거쳐 베이징에 도착하고, 다시 열하로 가서, 8월 20일 다시 베이징에 돌아오기까지 약 2개월 동안 겪은 일을 날짜 순서에 따라 항목별로 적었다.

[열하일기]는 중국의 신문물을 망라한 서술과 중국의 실학사상을 소개하였으며 중국의 역사 등 모든 분야에 걸쳐 수록되지 않은 분야가 없을 만큼 광범위하고 상세히 기술되었으며 조선시대 여행기 중에 최고로 꼽히고 있다.

일기를 쓰는 사람들은 자신의 하루를 기록하며 스스로를 돌아보는 기회로 삼기도 한다. 자서전이나 회고록은 자신이 살아오면서 겪었던 중요한 사건이나 경험을 기록하여 남기는 것인데 일부 정치인들의 자서전이나 회고록이 거짓과 변명으로 역사를 왜곡하고, 자신의 잘못을 덮으려는 의도로 발행되는 것이 안타깝다.

지금부터 250년 전 황윤석이 쓴 [이제난고]가 역사적으로 높은 가치로 평가받는 이유는 방대하고 다양한 내용 외에도 하나도 과장하거나 포장되지 않은 진실을 기록하였기 때문이다. 대통령을 지낸 사람들이 시골의 미관말직에 불과했던 선비만 못한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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