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식량 위기, ‘로컬푸드’로 대처하자
농업·식량 위기, ‘로컬푸드’로 대처하자
  • 권진영 기자
  • 승인 2017.08.21 11:06
  • 호수 68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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⓶로컬푸드 직매장은 ‘로컬푸드’로 승부해야 한다

식재료의 대부분을 지역에서 생산했던 전통사회에서는 먹을거리(또는 먹을거리 생산자)와 그것을 먹는 사람이 서로 연결되어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 식탁에 오르는 대부분의 농산물은 수천, 심지어는 수만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생산된 것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그 농산물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생산되었는지, 얼마나 먼 곳에서 왔는지 알지 못한다.

이러한 일명 ‘세계 식량 체계’의 폐해에 대한 대안으로, 또 위기에 처한 한국 농업과 소멸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는 농촌의 회생 방안으로 ‘지역 식량 체계’ 즉 ‘로컬푸드’가 등장해 주목을 받고 있다.

이에 ‘로컬푸드’가 한국 농업과 사회 전반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 이를 바탕으로 성공적으로 자리 잡았거나(완주 로컬푸드) 한국 소비자의 마트형 소비 패턴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공산품을 배재하고 있는 곳(나주 로컬푸드)의 사례를 살펴보고 우리 지역 로컬푸드 정책의 방향을 함께 생각해보고자 한다./편집자 주

싣는 순서

⓵ 세계 식량 체계로 인한 지역 농업과 식량 위기, 로컬푸드가 대안이다

⓶ 로컬푸드 직매장은 ‘로컬푸드’로 승부해야 한다

 

전남 로컬푸드직매장 18곳 중 13곳 농협이 운영

농림축산식품부 자료에 따르면, 올 6월 기준 전국 로컬푸드직매장 수는 171개소로, 이를 지원 주체별로 나눠보면 국고 지원이 80개소, 나머지 91개소는 지자체 등이 지원한 곳이다.

다시 운영주체별로 살펴보면 농축협이 운영하는 곳이 113개소, 민간법인, 지자체 등이 운영하는 곳이 58개소다.

(지난 7월 20일 임시 오픈한 남면농협로컬푸드직매장은 위 통계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점은 법인이나 지자체가 운영하는 로컬푸드직매장은 지역 농산물과 지역 농산물을 이용한 가공식품을 판매하는 비중이 높지만, 농협 등이 운영하는 경우는 일반 하나로마트처럼 공산품 판매를 겸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공산품 비중이 농산물 비중보다 높은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 전남의 경우, 로컬푸드 직매장 18곳 중 지난 호에서 언급한 나주로컬푸드직매장 외 곡성·순천·함평 로컬푸드직매장과 구례군에 문을 연 지리산 로컬마켓을 제외하고 남면로컬푸드를 비롯한 13곳을 농협에서 운영하고 있다.

순천로컬푸드, 민관이 손잡다

순천로컬푸드직매장은 총 9억 원의 자본금 중 순천시가 4억 원을 출자하고, 시민들이 순천로컬푸드주식회사라는 농업회사법인을 만들어 직접 주주로 참여하는 방식으로 5억 원을 출자해 민관 공동 협력법인 형태로 2016년 5월 21일 개장했다.(법인에는 순천 농·축협이 각 1천만 원, 생산자, 소비자, 농업회사 법인 등 1,088명이 5만원에서 250만원까지 출자해 참여했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참여하고 주인이 되는 ‘순천형 로컬푸드’를 내세운 순천로컬푸드직매장은 개장 1년 만에 매출 30억 원을 돌파했다. 13만 명 이상(하루 평균 350명)이 다녀갔고, 회원 가입자도 5,500명을 넘어섰다.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린 품목은 농산물로 총 판매액의 42%를 차지했고, 축·수산물 26%, 가공품 24%, 기타 8% 순이다.

특히 매출의 88%에 달하는 26억 원이 지역 농가에 돌아가, 실질적인 농가 소득 증대에 기여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직매장 출하 농가 433명 중 293명(62%)이 농산물 판로 확보가 어려운 소농과 고령농으로, 대농 위주의 정책지원에서 소외된 농민들에게 큰 희망이 되고 있다.

순천로컬푸드직매장에서는 순천지역 내 사회적 기업에서 생산하는 것 이외 일반 공산품을 판매하지 않는다.

직매장 관계자는 “소비자들로부터 ‘불편하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지금처럼 로컬푸드와 농민들에게 더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무시할 수 없어 논의중이다”고 말했다.

또한 순천시가 나서 출하 농산물 안정성 확보를 위해 6천만 원의 예산을 투입해 매월 20~30건의 잔류농약 검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공표해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고 있다.

여기에 공모를 통해 주부, 요리강사, 농민 등 로컬푸드에 관심 있는 시민과 소비자를 로컬푸드 모니터링단으로 선정해 로컬푸드 시책 및 프로그램 홍보, 로컬푸드 관련 시민의견 수렴, 자원봉사활동 등의 역할을 수행하도록 했다.

안전한 먹거리를 소비자와 농가가 직접 챙기고 홍보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시 관계자는 “모니터링단이 로컬푸드의 이념과 다양한 소식들을 널리 알리고 많은 의견을 전달해주는 다리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시도는 ‘순천로컬푸드직매장’을 ‘시민이 주도하는 민관협력 모델’의 자리로 올려놓았다.

나주 로컬푸드가 ‘로컬푸드’만 고집하는 이유

나주시 강인규 시장은 서면인터뷰에서 ‘매출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공산품 없이 로컬푸드 판매만 고집하는 이유’에 대해 “우리 시 로컬푸드 직매장에서 공산품을 취급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소비자와의 신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직매장에서는 지역산 농산물과 원재료를 사용한 가공식품만을 취급하고 있다. 로컬푸드가 함축하고 있는 신뢰의 원칙은 어떤 상품이든 소비자가 원할 경우 생산현장 및 공정 과정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는 사실로부터 시작된다. 공산품의 대부분이 수입산에 의존하는 국내 현실에서 이를 무분별하게 판매하게 된다면, 이러한 원칙을 부분적으로 포기하는 셈이 된다. 로컬푸드의 1번지이자 성지로 불리는 완주로컬푸드협동조합에서도 그러한 이유로 지역산 공산품만을 판매하고 있다. 그 덕분에 소규모 영세 업체 및 생산자들의 판로가 확대 형성되는 부수적인 효과도 얻고 있다고 들었다. 우리 시도 지금 당장의 여건은 다소 미진하지만, 앞으로 지역의 공산품 생산자와 업체를 적극 발굴하여, 이와 같은 공산품 종류를 차츰 늘려갈 계획이다”고 답했다.

‘시 직영으로 로컬푸드 직매장을 운영하는데 따른 장단점’으로는 “시 직영의 형태로 사업을 추진함으로써 생기는 가장 큰 이점은 바로 공익성의 확보다. 알다시피 로컬푸드는 단순한 유통 혁신을 넘어서 지속가능한 지역 농업 체계 구축이라는 공익적 의미가 담겨있다고 생각한다. 고령농, 소농의 소득 보장, 6차 산업 등 농업의 부가가치 증대를 통한 농촌 활성화, 지역 내 선순환 경제구조 창출, 도농교류 촉진 등 로컬푸드를 매개로 한 다양한 실험들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그 결실이 골고루 분배되기 위해서는 운영 주체의 공공성이 필히 담보되어야만 한다. 물론 로컬푸드 사업이 양적, 질적으로 성장함에 있어 직영이라는 운영 형태가 갖고 있는 한계도 분명히 존재한다. 이에 우리 시는 지난 해 2월에 ‘나주시 농업농촌융복합산업진흥재단’이라는 출연 재단을 설립하고, 로컬푸드통합지원센터와 천연색소산업화지원센터를 산하기관으로 독립시켰다. 이를 통해 공익성을 유지하는 동시에 운영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강화해가고 있다. 올해 안에는 민관 거버넌스 협의체 역할을 담당할 ‘로컬푸드육성지원위원회’를 출범할 계획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바탕에는 “2003년 조례 제정 후 전국에서 최초로 친환경학교급식을 시행한 바 있으며, 농업기술센터와 농어업회의소를 중심으로 다양한 농정 시책들을 선도적으로 실시해 온 경험을 갖고 있다. 우리 시가 로컬푸드통합지원센터라는 중간조직을 설립해 운영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렇듯 오랫동안 축적해 온 풍부한 민관 협력의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장성군의 로컬푸드 정책, 방향성을 묻다

로컬푸드 직매장 이름을 걸고 일반 마트나 농협 하나로마트처럼 소비자들에게 인지도가 있는 대기업 공산품과,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상품의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는 수입품을 지역농산물과 함께 판매하는 것은 안전하고 쉽게 매출을 올리는 방법이다.

그러나 이런 형태라면 굳이 지자체에서 농협에 지원을 해줘가며 ‘농협 배불리기’를 해 줄 필요가 없다.

일부 매장의 경우 ‘로컬푸드직매장’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공산품 비중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하나로마트 안에 로컬푸드 매장이 들어가 있는 숍인숍(Shop in Shop)의 개념인 셈이다.

이런 경우 공산품 판매 매출이 포함된 ‘일 매출 00원, 월 매출 00원’은 의미가 없다. 장성군 최초의 로컬푸드 직매장으로서 농가 참여도는 어떤지, 앞으로 로컬푸드 직매장에 농산물을 출하기를 희망하는 농가는 얼마나 되는지, 생산자와 농가에 어느 만큼의 수익이 돌아가는지가 포인트다.

대기업에서 쏟아내는 치약, 식혜, 강장, 각종 오일(참기름, 들기름 등), 된장, 고추장, 두부, 밀가루 등이 버젓이 한편에서 판매되고 있고, 지역 농산물을 진열할 수 있는 판매대와 공간은 헌정되어 있다면 로컬푸드직매장으로서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내다보기 힘들다.

장성군은 지난 4월 20일 ‘장성군 로컬푸드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조례 제2조(정의) 1항에 따르면 ‘로컬푸드(Local Food)란 생산자에게 적정한 가격을 보장하고 소비자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장성군에서 생산·가공되어 직거래되거나 2단계 이하의 최소 유통단계를 거쳐 주민에게 공급되는 농식품을 말한다’고 되어 있다.

4항에서는 ‘로컬푸드 농식품 전문판매점이란 로컬푸드 농산물·가공품 등을 지역의 생산자가 직접 가져와 판매하는 곳으로, 도매업자나 소매업자가 전혀 개입되지 않는 판매장 시설을 말한다’고 못 박고 있다.

반짝하고 사라지는 ‘로컬푸드 직매장’이 아니라 지역민은 물론 인근 도시민들이 장성군 로컬푸드의 값어치를 알고 신뢰할 수 있어야 오랫동안 살아남을 수 있다.

그러기 위해 로컬푸드 직매장은 ‘로컬푸드’로 승부해야 한다.

장성군이 농민과 지역 농업을 위해 장기적이고 가치 있는 로컬푸드 정책을 수립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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