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행장 쓰기
나의 행장 쓰기
  • 변동빈 기자
  • 승인 2017.07.31 10:35
  • 호수 68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보통 취업을 하기 위해 쓰는 것이 이력서다. 이력서에는 출신학교와 병역 그리고 자격증 등을 기입한다. 또한 컴퓨터 활용능력과 외국어 수준 그리고 외국에 어학연수 기간과 훈장 등 수상내역과 가족관계를 포함하기도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력서에 출신지역과 학교 그리고 가족관계를 기입하지 말 것을 촉구하며 출신지역과 학교 그리고 부모의 사회적 지위가 취업에 영향을 주는 것을 막고자 권장하고 있다.

대부분의 이력서는 20대에 가장 많이 쓰고, 자신이 그동안 무엇을 했으며 어떤 능력을 갖고 있는가를 표현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력서가 자신이 쓰는 스스로의 역사라면 행장(行狀)은 친구나 제자 또는 지인이 죽은 사람의 집안 내력과 평소의 언행 등을 기록하여 비문이나 전기 등을 쓰는데 자료로 제공하고자 하는 것이다. 행장(行狀)은 언행과 모양이라는 뜻으로 행동거지를 의미한다.

따라서 이력서가 무엇을 했는가를 쓰는 것이라면 행장은 어떻게 살았는가를 기록하는 것이다.

루스벨트 대통령의 보좌관인 해리 홉킨스의 아들이 2차 대전 중에 전사하였고, 군 고위 장성들은 홉킨스의 다른 아들들을 보다 안전한 곳으로 배치하려고 했다. 하지만 홉킨스는 자신의 다른 아들들이 보다 안전한 후방부대로 옮기는 것을 반대했다.

임진왜란 때 남문창의를 주도한 오천 김경수 선생은 아들 극후와 극순을 불러 놓고 "나는 이미 병들고 늙어서 싸움터에 나갈 수 없으니 한스럽구나."라고 말하였고, “아버님께서 허락하신다면 먼저 싸움에 나가 대의를 위해 죽을까 합니다." 라고 말하자, 선생은 두 아들을 진주성으로 가도록 허락했다. 아들 극후와 극순은 격전 끝에 마침내 순사하고 말았다.

홉킨스와 김경수를 모질고 인정 없는 아버지라고 질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세상에 자식을 사랑하고, 아끼지 않는 부모가 어디 있겠는가? 그들이 택한 것은 부모의 사랑보다 대의를 중히 여겼을 뿐이며 어떻게 사는 것이 바람직한 삶인가를 제시한 것이다.

요즘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 유행하는 것 중에 하나가 자신의 묘비명을 미리 쓰는 것이다. 필자가 아는 한 친구는 “모든 일을 남을 위해 했을 뿐 그 자신을 위해서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라고 적었다. 어떤 사람은 “자기보다 훌륭한 사람들을 곁에 모으는 기술을 가졌던 사람 여기에 잠들다”라고 썼다. 한 기자의 무덤에는 ”강철처럼 날카로왔고, 칼날처럼 곧았다“라고 적었다.

어떤 직위에 올랐고, 얼마나 많은 돈을 모았는지를 쓴 사람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사람이 사는 동안에는 비록 돈과 명예를 좇았을지 모르지만 자신이 진정으로 살고 싶었던 삶은 다른 사람에게 존경받지는 못할망정 적어도 손가락질 받지 않는 가치와 의미가 있는 삶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름휴가 때 종교단체에서 실시하는 템플스테이나 피정이 인기라고 한다. 사찰이나 기도원에서 명상과 묵언 등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그런데 마지막 날 일정 중에 자신의 유언 쓰기가 있는 경우가 많다.

옛날 유언은 재산 분배 등과 후손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을 적었지만 지금은 자녀가 많지 않고 법에 따라 재산이 상속되기 때문에 굳이 유언이 없어도 다툼이 발생하지 않는다. 따라서 미리 쓰는 유언은 대부분 자신이 살아왔던 삶을 반성하고, 가족이나 친구 등에게 미안했던 일들을 사과하는 내용이 많다. 자녀들이 어떻게 살았으면 하는 바람도 들어있다. 어쩌면 자신의 행장을 남이 아닌 스스로 쓰는 것과 같다.

필자가 바라는 행장은 “떳떳하게 살았고, 배려하는 마음을 놓지 않았으며 윗사람에게 예의를 잃지 않았고, 그가 선택한 일은 현명했다.”라고 써주길 바란다면 지나친 욕심일까? 남은 삶을 그렇게 살아야겠다는 다짐과 함께 나의 행장을 생각해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전라남도 장성군 영천로 168 3층
  • 대표전화 : 061-392-2041~2042
  • 팩스 : 061-392-2402
  • 청소년보호책임자 : 변동빈
  • 법인명 : (주)주간장성군민신문사
  • 제호 : 장성군민신문
  • 등록번호 : 전남 다 00184
  • 등록일 : 2003-07-04
  • 발행일 : 2003-08-15
  • 발행인 : 류이경
  • 편집인 : 변동빈
  • 장성군민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장성군민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jsnews1@daum.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