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 천지를 눈에 담다 ③
백두산 천지를 눈에 담다 ③
  • 변동빈 기자
  • 승인 2017.07.10 10:53
  • 호수 6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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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그리고 천지를 가다

천지로 가는 길

지안에서 퉁화시로 이동한 우리 일행은 다음날 아침 일찍 백두산으로 출발하기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아침 여섯시에 서둘러 식사를 하고, 백두산(장백산)에 도착해서 다시 서파입구로 가는 전용 버스로 갈아탔다. 여기서 서파 입구까지 40분이 걸린다고 한다.

천지로 가는 길은 천지를 중심으로 중국 쪽에서 두 방향이 있는데 서쪽 방향에서 올라가는 길과 북쪽 방향에서 올라가는 길이 있고, 북한 쪽에서 올라가는 남파 길이 있다. 우리 일행은 서쪽 방향에서 올라가는 길(서파)을 택했다. 한참을 달리다 보니 백두산 고원의 넓은 구릉지대가 나타나고 멀리 백두산 정상이 보였다. 백두산에는 최근 주민 소득을 위해 많은 장뇌삼을 재배하고 있다고 한다. 버스를 타고 지나는 길에 장백산 산삼 재배지라는 안내판이 보이기도 했다.

출발할 때 오늘 날씨가 좋을 것이라는 희망과 기대를 안고 출발했는데 마치 손님을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 서파 입구의 날씨는 쾌청하고 공기도 맑았다.

버스에서 내려 1440계단을 걸어 올라가야 천지를 만날 수 있다. 6월 10일 초여름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백두산엔 아직도 곳곳에 눈이 쌓여 있고, 바람은 차가웠다. 백두산의 날씨는 쾌청하고, 구름은 그림처럼 하늘 한자리에 머물러 있었다. 삼십여 분을 걸어 천지에 도착했다.

천지의 장엄한 모습에 한 동안 멍하니 바라보기만 했다. 둘레만 약 14km나 되고, 물의 깊이는 300미터가 넘는다니 더 말해야 무엇하겠는가?

천지는 중국과 북한 땅이 접해 있는 곳이다. 천지로 올라가는 길에 여권을 검사하고, 까다로운 절차를 밟는 이유를 그 때서야 알았다. 사람의 키보다 높이 세운 경계석에 한쪽은 중국이라는 글씨가 새겨 있고 다른 한쪽에는 조선이라고 하는 구역 표시가 되어있었다.

천지에 오르기 위해 우리 땅이 아닌 중국 땅을 밟고 올라와야 한다는 현실이 가슴 아팠다. 천지에 오라왔을 때는 이미 오후 한시가 되었었다. 한시 반까지 내려와야 한다는 가이드의 부탁 때문에 아쉬운 발걸음으로 몇 번이고 천지를 되돌아보며 산을 내려왔다.

효도라는 것

유교의 기본은 충,효,열 삼강이다. 현대에 와서 임금에 대한 충성은 나라에 대한 충성으로 바뀌었고, 열은 부부간의 신의로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사람이 살아가면서 바뀔 수 없는 것이 부모에 대한 효가 아닐까? 물론 과거와 같이 부모가 돌아가시면 3년 동안 부모의 묘소를 지키며 삼년상을 치르거나 아침저녁으로 문안을 여쭙는 것은 어렵게 되었다.

하지만 부모를 공경하고,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은 사람의 도리이다. 서파로 오르는 길은 1440계단을 걸어 올라가야 한다. 나이든 노인들은 걸어 올라가기가 쉽지 않은 곳이다.

그런데 휠체어를 타고 온 할머니가 자식들의 부축을 받으며 버스에서 내렸다. 평지도 걸을 수 없어서 휠체어를 타고 온 노인을 모시고 백두산 천지에 오른 자식들은 돈도 없고, 신분도 그닥 높지 않은 그저 평범한 중국인으로 보였다.

2013년 5월 중국 장쑤(江蘇)성에 사는 63세의 한 퇴직 교사가 91세 된 어머니를 리어카에 태우고 1년 동안 상해와 베이징 등을 여행했다는 기사가 생각났다. 한평생 집 밖이라곤 동네 외에는 나가보지 못한 노인은 고령 때문에 버스도 탈 수 없었기 때문에 딸은 간단한 살림도구를 싣고 리어카에 노모를 태우고 중국 곳곳을 다닌 것이다.

네 명의 자식들이 걷지도 못하는 늙은 어머니에게 천지를 보여 주기 위해 왔다. 그 정도해야 자식의 도리를 했다고 할 것이다. 효도란 무언인가? 진심으로 정성을 다하는 것이다.

귀곡산장에서의 하룻밤

천지에서 내려와 늦은 점심을 먹고, 금강계곡을 둘러보았다. 깎아지른 듯 높고 좁은 협곡은 현기증을 느낄 만큼 어지러웠다. 백두산 아래 호텔에서 하룻밤을 묵는다고 했다. 시간이 남아 가까운 온천이라도 가자는 우리들의 말을 외면하고 가이드가 안내한 곳은 중국 임산물을 판매하는 매장이었다. 다시는 여행사에서 마련한 페키지 여행은 가지 않겠다고 또 한 번 다짐을 했다.

능이버섯, 표고버섯 등 버섯 말린 것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우리나라 쇼핑몰에서 파는 중국산 보다 값이 두 배 이상이었다. 한마디로 바가지를 씌우는 것이었다.

‘싼 게 비지떡’이라는 속담처럼 값싼 여행 상품엔 반드시 함정이 있다. 여행사를 하고 있는 친구가 착한 가격의 여행상품이라고 해서 무조건 가기로 한 것이 후회가 됐다.

백두산에서 하룻밤을 잔다는 것은 또 하나의 작은 설레임이었다. 그런데 버스로 한참이나 들어간 외딴 숲속에 작은 호텔은 스산하고, 적막하기가 마치 영화에 나오는 귀곡산장과 같았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필자가 ‘어 여기는 귀곡산장인디’라고 했더니 일행들이 크게 웃었다. 그런데 천사(天賜)호텔이라고 한 그 곳에 숙박하는 손님들은 달랑 우리 일행뿐이고, 저녁 식사를 할 때부터 천둥, 번개와 함께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식사를 하면서 귀신은 환할 때 나타나지 않으니 불을 켜고 자야한다는 등의 이야기를 했더니 모두들 아무렇지 않은 듯 지나갔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 식사를 하기 위해 모인 자리에서 귀신이야기를 들었더니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고 투덜거렸다. 값싼 호텔에서의 하룻밤도 그렇게 소중한 추억이 되었다.

백두산 그리고 천지

한반도의 정기가 어린 곳이며 우리민족의 소중한 자원인 이곳에 하루 빨리 장성에서 기차를 타고, 신의주나 원산으로 와서 오를 수 있는 날을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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