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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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진영 기자
  • 승인 2017.07.10 10:32
  • 호수 68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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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들 ‘진땀 빼게 한’ 실버주택 기공식

7월 3일 오전 10시 30분, 공공실버주택이 들어설 장성읍 영천리 장성보건소 주차장에서 ‘장성 공공실버주택 기공식’이 열렸다.

기자가 시간에 맞춰 도착했을 때, 실버주택 예비 입주 후보이자 이날 기공식 참석자로 가장 어울리는 어르신들은 이미 1000여개의 자리를 꽉 채우고 계셨고, 양 옆 천막과 그늘진 지붕 아래에서는 행사 관련 공무원뿐만 아니라 각 읍면 직원들이 기념품과 간단한 음료를 나누어 주며 행사 진행을 돕거나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나와 있었다.

그러나 이때까지, 기자도 10시 30분부터 11시까지가 ‘축하공연, 방명록 등록 및 행사장 입장’등 식전행사 시간이고, 공식 행사는 11시가 지나서야 시작된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공식 행사가 시작되기까지 30분은 축하공연과 전문 MC의 군정 홍보 멘트로 채워졌고, 어르신들의 표정은 어두워져갔다.

공식행사가 시작된 뒤 행사 참석자들의 박수소리가 더 이상 나오지 않을 때까지 계속된 수십 명의 내빈 소개는 여느 행사에서 보기 힘든 진풍경이었다.

이어진 부군수의 경과보고, 군수의 기념사, 장성군의회 의장의 축사 내용을 어르신들은 기억이나 하실까?

특히, 유독 길었던 군수의 기념사는 실버주택 기공식 기념사라기보다 ‘민선 6기 군정 성과 보고’에 가까웠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기념사 마지막에 ‘무더위에 건강에 유의하시기를 당부드린다’는 말이 무색하게, 어르신들은 이날 그늘 한 자락 없는 땡볕 아래서 부채질하느라, 연신 흐르는 땀 닦느라, 비 올지 몰라 준비한 우산을 양산대용으로 들고 있느라 힘든 시간을 보냈다.

장성 공공 실버주택 기공식은 ‘우천’시 장성문화예술회관에서 실내행사로 열릴 예정이었다.

차라리 비가 왔더라면 좋았을 뻔 했다.

땡볕 아래가 아닌, 편안한 의자가 있는 시원하고 쾌적한 문예회관 공연장에서라면 한 시간이 넘는 행사라도 어르신들에게 별 무리가 없었을 거다.

굳이 예산 들여 전문 진행자에게 사회 맡길 필요 없이, 그동안 우리 지역에 어르신들을 위한 공공실버주택을 유치하기 위해 애쓰고 기공식을 열기까지 열정적으로 사업을 추진해 온 공무원이 진정성 있는 진행을 했어도 좋았겠다는 생각이다.

이날 오전 문예회관 대공연장에서 열린 ‘민선 6기 3주년 성과 발표를 겸한 정례조회’처럼 말이다.

물론 이날 행사가 ‘장성 공공실버주택 기공식’인 만큼, 사업부지에서 행사가 열리고 ‘시삽’도 하는 것이 최선이긴 하다.

그러나 이날 체감온도는 30도를 훌쩍 넘겼고, 습도는 83%였다.

어르신들의 야외활동 자제를 당부하는 수치다.

효도권, 토방 낮추기 사업 등 어르신들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는 장성군이 공공실버주택을 유치한 것은 박수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소개되는 내빈 말고, 행사장을 가득 채워준 ‘진짜 내빈’이 주인공이라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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