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영당 추향
계영당 추향
  • 변동빈 기자
  • 승인 2017.07.10 10:12
  • 호수 68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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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성은 추(秋)이고 이름은 향(香), 자는 계영(桂英)이며 1590년대 태어난 인물로 장

성군 북이면 원덕리에 살았던 것으로 기록되어있다. 동방문사로 불리었으며 명나라와의

외교문서 작성을 전담한 차천로(1556~1615)와 1618년 장성현감을 지낸 양경우(남원)는

그녀를 금랑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황진이는 송도삼절로 서화담과 박연폭포 그리고 자신을 꼽았지만 사실 사람들은 차천

로의 한시, 한호의 글씨, 최입의 문장을 송도삼절이라고 불렀다. 차천로의 시문이 얼마나 뛰

어났는지 짐작할만하다. 차천로는 추향의 첫사랑이었지만 멀리 떨어져 있어 서로 만나지

못하는 애틋한 그리움이 시로 전하고 있다.

기생 또는 기녀는 천민신분이었지만 춤이나 노래, 거문고 등 악기 연주 그리고 시문의

작성에 능한 예능인으로 요즘으로 말하면 연예인과 같은 역할을 하는 여성이다.

고려시대 삼국 통일의 과정에서 포로로 잡힌 여성들 가운데 노래와 춤 등에 뛰어난 재

주를 가진 여성들을 뽑아 여악(女樂)으로 관리했는데 이것이 기생의 원조라고 한다.

조선 중기에 들어서 기생은 교양이 있는 지식인이었는데 노래, 춤, 악기, 학문, 시, 서화

뿐 아니라 말씨나 행동이 고상하여 일부 기생들은 높은 벼슬을 한 양반이나 문장가들과

교유하기도 했다.

대표적인 기생이 바로 송도의 황진이와 부안의 매창 그리고 장성의 추향이다.

조선후기에 와서는 기생의 종류가 일패, 이파, 삼패기생으로 나누어지는데 일패는 임금

앞에 나가서 노래를 부르는 기생으로 일부는 남편이 있거나 남편이 없다 해도 몸을 함부

로 하지 않았다. 이패기생은 관청이나 양반집에 드나들며 노래와 춤을 추는 기생으로 양

반들에게 몸을 파는 경우도 없지 않았다. 삼패기생은 몸을 파는 유녀를 말한다. 황진이와

매창 그리고 추향은 대표적인 일패기생인 셈이다.

차천로와 사랑에 빠진 추향은 한양으로 떠나 돌아오지 않는 그를 애타게 기다리다 차천

로가 죽고난 뒤 1618년 장성현감으로 온 양경우와 사랑을 하게 된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추향은 이미 경성에까지 명성이 자자하여 왕족들은 물론 고관들이 서로 만나기를 희

망하게 되었고, 양경우가 추향을 그리며 절절한 시를 남기는 사이가 되었다. 양경우가 추

향의 시첩에 답한 시에 “아름다운 모습이 예전만 못하다고 말하지 말게. 검게 쪽진 머리

단장한 모습 예전 그대로라네. 선녀는 본시 평생의 꿈이요. 아름다운 여인 전생의 선녀였

다네. 꽃다운 소식 까치가 가져올까 헤아려보고. 부부의 인연 끊지 않았나 집을 원망한다

네. 깊은 규방 한밤에 거문고 연주 멈출 때. 어여쁜 손가락은 하나의 줄에 울리리라”라고

했다.

서파 오도일(1645~1703)이 장성으로 유배와서 지은 오산록에 “추향은 시에 능하고, 거

문고를 타고 노래를 했으며 이름이 나라에 널리 퍼졌다. 추향은 지금 죽고, 그의 후손인

추성개도 이미 늙었으나 한번 거문고를 타면 아직도 그 명성이 있다”고 기록되었다. 조선

후기까지도 북이면 원덕리에 있던 추향의 무덤을 지나는 많은 시인들이 그녀를 기리며 시

를 짓고, 일부는 문집에 남겨 전하고 있다.

장성은 송도에 비하면 작고 초라한 벽지인데 추향과 같은 빼어난 기생이 나올 수 있었

던 것은 하서 김인후 선생 이후로 장성의 성리학자들을 비롯한 많은 문인들이 활발하게

활동하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반계 유형원은 장성을 사상문학(士尙文學)의 고장이라고 표

현했다. 선비들이 글 배우는 것을 숭상하는 곳이라는 말이다.

지방자치제도가 실시되면서 뜬금없이 장성군을 홍길동의 고장 운운하며 정체성을 잃

어버리기 시작했다. 기생 추향 한사람으로도 엄청나게 많은 문화관광 콘텐츠를 개발할 수

있다. 없는 것을 새로 만드는 일보다 우리만이 갖고 있는 것을 개발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

이며 지속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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