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시아 길
아카시아 길
  • 장성군민신문
  • 승인 2017.06.05 11:04
  • 호수 6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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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부드럽고 연한 푸른색이다. 숲을 건너오는 바람은 살갑다. 초목은 이제 짙은 초록색으로 색깔을 바꾸고 있다. 대기는 드 맑다. 어느덧 5월의 마지막 날을 지나간다. 나는마치큰왕국으로들어서기위해국경 선을 넘는 외교사절처럼 이제 마지막 봄날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가슴속설렘같은것이나를인도한다. 미세먼지가 없는 날이면 즐겨 걷는 산책길 이다. 길옆으로 개천이 있다.

개천은 건천이 어서비가올때만물이흐른다.개천의둔 치를 따라 아카시아나무가 무성하다. 누가 부러심은것같지는않다.눈에들어오는 가까운산들에도온통하얀눈에덮인듯 아카시아 꽃 사태다. 산책길 내내 아카시아 진한 향기가 공기 를 진동한다. 아마도 내 온몸에도 꽃향기가 진하게 적시었을 것이다. 배우 마릴린 몬 로가밤에잠잘때입는옷에대해서기자 가 질문하자 “잠옷은 샤넬5”라고 대답했다 는데내옷은시방아카시아향기로염색된 옷이라 해야 할 것 같다. 산에서는 꿩, 뻐국새, 그리고 딱따구리 말 고도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 새들의 소리가 들려온다. 새들이 축제를 벌이는 듯한 느낌 이다.

못내 ‘봄에 겨워 우는’ 새들의 소리. 이새가울면저새가울고저새가울면이 새가울고.꿩이우는소리는목이쉰듯갈 라진 소리다. 멀리서도 알아차릴 정도로 크 게 들린다. 뻐꾹새 울음 뒤에는 으레 산울림이 뒤따 라온다. 뻐꾹새의 애잔한 울음소리가 발걸 음을 멈추게 한다. 딱따구리의 나무를 쪼는 소리가 무슨 기계로 박음질을 하는 소리처 럼 들린다. 모르면 몰라도 신방을 꾸리려고 집을만들고있는소리일터이다.이들말 고도물병에물을들이붓는듯한맑은새소 리도 들리고, 나는아카시아꽃한가지를꺾어코끝에 대본다. 폐부 깊숙이 그 향기를 들이마신다. 그리고는어릴적에하던대로꽃한송이 씩떼내입술로꽃대궁이를대본다.꿀맛 같은 것이 살짝 혀끝에 감돈다. 꿀벌은꿀한방울을모으기위해1만번 이상의비행을한다고한다.한방울을꿀 을얻기위해서말이다.하기는향수한방 울을얻기위해서는장미한트럭분이필요 하다던가.물론지금은꽃없이향수를만 들어낸다니 별 문제지만. 5월의향기를다맡기도전에6월로접어 든느낌이다.시절은멈추는법없이칼같 이오고간다.탄허스님은열반을가리켜 ‘시공이 끊어진 자리’라고 하셨는데, 그것은 시공을느끼지않는마음자리같은것을말 씀한것이아닐까.이말씀을5월에부친다 면 5월이야말로 시공이 끊어진 계절이래도 좋을 법하다.

노천명 시인이 ‘5월은 계절의 여왕’이라고 노래한 것은 절묘한 표현이다. 열반이니 천국이니 왕국이니 다 같은 말로 들린다.나의걸음은그5월을통과하여전 진한다. 하릴없이두발로걷는것,향내진한5 월을 만끽하며 대지를 내딛고 걷는다는 것. 나는 이것을 축복이라고 해석한다. 달리 표 현할 말이 없다. 아름다운 새소리들, 아카시 아진한향기,부드럽고푸른하늘,온몸에 안겨오는 바람. 천국이 있다면 이런 정경이 아닐까싶다. 그러므로 5월은 천국을 살짝 엿보게 해주 는 맛보기 코스프레로 비유해도 괜찮을 성 싶다. ‘상춘곡(賞春曲)’에서 내가 입버릇처 럼 되뇌는 대목은 ‘나직이 읊조리며 천천히 걸어서 시냇가에 혼자 앉아’라는 구절이다. 연이어 ‘맑은 시냇물을 굽어보니 떠오는 것 이 복숭아꽃이로다. 무릉도원이 가까운 듯 하다.

저 들이 무릉도원인가?’라고 혼자 시 냇가에 앉아서 바라보는 봄날 선경의 경지 를그리고있다.작은목소리로시를읊으 며 ‘천천히 걷다가 시냇가에 혼자 앉아’의 경지가 그렇게도 내 마음에 안겨든다. 내가 5월을 알기 시작하면서부터 나는 5 월을 하나의 독립된 계절로 떼어냈다. 봄, 5 월,여름,가을,겨울.일년에는다섯계절 이 있다고. 세계를 돌아보면 가을은 캐나다 를넘볼데가없고,겨울은스위스를다툴 데가 없으나 5월은 우리나라가 뽐내는 천연 자원이라 할 만하다. 아카시아 길은 바람이 불면 아카시아 꽃 들이 나비떼처럼 흩날린다. 바람이 잦아들 면나무그늘에흰아카시아꽃들이멧방석 처럼쌓여있다.꽃을밟고가는길은생의 절정을 느끼는 듯한 환각을 일으킨다. 이것 이사는것인가,하고.마구내감각을흔든다.

일본의 어느 하이쿠 시인은 ‘내려다보면 떨어진 꽃, 쳐다보면 떨어질 꽃’이라고 세상 의 아름다운 이법의 끝을 묘파했지만 내게 두고는 떨어진 꽃도 떨어진 꽃이 아니다. 대체 사람들은 일평생 몇 번이나 5월을 맞이하고 몇 번이나 아카시아 길을 걸을 까. 아카시아 길을 걸으며 구태여 세상고락 을떠올릴필요가없다.한걸음한걸음나 아가면서 즐기면 그뿐. 이 찬란한 아카시아 길을마음이지어낸것이라고?오라,그마 음에 천국이 있어라. 문틈시인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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