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고 비워야 보인다
멈추고 비워야 보인다
  • 변동빈
  • 승인 2017.03.06 10:41
  • 호수 66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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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은이들의 멘토로 손에 꼽히는 혜민스님은 “너무 바빠서 항상 쫓기는 것 같을 때, 고민 때문에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 때, 사람으로부터 상처받아 힘들 때, 미래가 캄캄하고 불안하기만 할 때 잠시 멈추라”고 했다.

달리는 말을 타고 산을 본다는 뜻의 주마간산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얼마나 건성으로 보일 것이며 진실을 알지 못할 것인가? 그런데 요즘 세상은 그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빨라 서 내가 어디쯤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정신없이 살아가고 있다.

증자는 “남을 위하여 일을 꾀하면서 진심을 다하지 않았는가, 벗과 사귀면서 진실하지 않았는가, 배운 것을 익히지(실천) 않았는가”하고 하루에 이 세 가지를 돌아본다고 했다.

그런데 요즘 사람들은 하루에 단 한 번도 자신을 돌아볼 여유는 물론 노력도 하지 않는 다. 사실 일기를 쓰는 것은 자신의 기록이기도 하고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이 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의 회고록을 보면 자신의 잘못이나 허물을 기록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천주교 성직자와 신자들은 일상생활에서 벗어나 묵상이나 성찰 그리고 기도를 할 수 있 는 조용한 곳을 찾는데 이를 피정이라고 한다.

피정은 예수 그리스도가 광야에서 40일간 단식하면서 기도하였던 일을 제자들이 본뜨 게 되면서 시작되었다고 하는데 천주교의 성직자와 수도자들은 의무적으로 피정을 해야 한다.
피정은 욕망과 경쟁에서 살아가는 일상의 자신을 온전히 내려놓고 하느님과 만나는 기 회를 갖는 것인지도 모른다.

공자는 부모가 돌아가시면 3년 상을 치르는 것에 대해 제자인 재아가 3년은 너무 길다 고 말하자 “부모가 돌아가시고 흰쌀밥을 먹고, 따뜻한 침대에서 잠을 자도 네 맘이 편할 것 같으면 그렇게 하라”고 대답했다.

공자는 사람이 태어나 세 살은 되어야 스스로 대소변을 가리고, 제 손으로 밥을 먹을 수 있기 때문에 부모가 보살펴준 3년은 부모를 생각하고, 부모의 유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부모의 3년 상을 치를 때는 한참 벼슬을 하거나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 야할 중년의 나이다. 따라서 나라에 위급한 일이 있을 때는 임금이 상중인 신하를 불러 일 을 맡기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년 상을 치렀던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천주교에서 피정을 하며 자신을 돌아보는 것과 같이 3년 상을 치르는 동안 벼슬과 재물에 대한 욕망이 죽음이라는 과정을 통해 헛된 것이라는 자각하게 하는 과정이었기 때 문은 아니었을까?

지금부터 13년 전인 2003년에 장성군민신문이 창간하였고, 필자는 신문 속에 빠져 자 신을 돌아볼 시간마저 갖지 못했다. 자신을 돌아볼 수 없었기에 사물을 바르게 볼 수 있는 안목도 기르지 못했다.

멈추지 못했고, 놓지도 못했기 때문에 관조할 수 없었던 것이다.

욕망과 어리석음 그리고 내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에 대한 성냄으로 가득 찬 마음 은 마치 흙탕물에 들어가서 보물을 찾으려는 것과 같다. 흙탕물은 멈추고 기다리면 투명 한 물만 드러나는 것과 같이 욕망과 분노 어리석음으로 가득 찬 마음은 멈추고, 비워야 참 지혜가 생기게 된다.

이제 멈추고, 비우며 자신을 관조할 수 있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무념무상의 경지는 아 니더라도 사물의 경계에 무덤덤할 수 있는 여유와 지혜를 얻을 수 있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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