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정마을을 아시나요?
괴정마을을 아시나요?
  • 기현선 기자
  • 승인 2016.08.29 09:59
  • 호수 6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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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령산 자락의 조용한 산골마을

면소재지에서 6km떨어진 괴정마을은 윗마을과 아랫마을로 이루어져 있는데, 윗마을은 축령산의 남쪽산맥인 강진봉의 해발 170m에 자리 잡은 동향마을이고, 아랫마을은 윗마을에서 동남쪽으로 도로를 사이에 두고 향로봉 서남기슭 해발 160~170m에 자리 잡은 남향마을이다.

동쪽으로 향로봉 너머로는 대덕리가, 서쪽으로는 황룡면 통안리가 접경을 이루고 있으며, 남쪽으로 700m 지점에는 송계리, 북쪽으로 1km지점에는 백련마을이 인접해 있고 백련골 에서 흘러나온 물이 마을 앞을 적시고 남쪽으로 흐른다.

괴정마을이 생긴 시기는 알 수 없으나 1789년에 발간된 호구총수에 마을이 ‘하괴정’ 이라고  기록된 것으로 보아 오래된 마을임을 알 수 있으며, 윗마을이 생성된 시기는 1910년으로 보여 지는데 파평윤씨가 백련동에서 살다가 이곳으로 들어오면서 만들어진 곳으로 1930년도에는 김해김씨와 화순오씨, 남평반씨가 마을에 들어와 살기 시작 했다고 한다.

마을의 뒤쪽으로 ‘선비목’ 또는 ‘학자수’라 불리는 회나무가 많았는데 이는 중국의 진사 시험 시기가 회나무꽃이 필 시기와 비슷해 지어진 이름으로 한여름에 더운 날씨를 이겨내고 피어나는 꽃의 특성 때문에 힘든 시간을 이겨내고 과거에 급제하기를 바라는 마음에 심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이밖에도 괴정마을은 ‘마을에 회나무가 많고 모정이 있었다’ 하여 한자로 ‘회나무 괴(傀)’자와 ‘정자 정(亭)’ 넣은 ‘괴정’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으며 조선시대 성리학자 점필재 김종직의 후손인 선산김씨가 윗마을과 아랫마을에 나뉘어 살아 동네 이름을 서김, 동김으로 나누어 부르기도 했고, 큰 마을과 작은 마을의 방향이 서쪽과 동쪽 이어서 ‘서괴마을’, ‘동괴마을’ 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다.

괴정마을의 모정에서 만난 주민들 중 이곳에서 태어나고 자랐다는 조성채(77)씨는 마을에 대해 “산속이라 농사를 짓기도 불편하고 교통도 안 좋아 사는 것이 힘들었지만, 그래도 마을 사람들이 다들 워낙 인품이 좋아 함께 살면서 큰소리 난적도 없고 서로 이해하고 도우며 재미있게 살았다”고 말했다.

이 마을에서 한때 딸기를 재배한 적이 있다는 마을 주민은 “딸기를 재배하면 돈은 돼서 좋았지만 그때만 해도 지금처럼 교통이 편리하지가 않았기 때문에 딸기를 출하하는 일이 보통 힘든 일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딸기를 따서 직접 광주까지 가지고 가야 하는데 차가 없으니 운반차를 부르던가 아니면 버스로 가지고 나가야 했다. 이 과정이 너무 힘들었다. 오죽했으면 돈이 돼도 못하겠어서 접었겠냐?”며 “마을 앞은 온통 비포장 도로였고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서도 빠지고, 넘어지기 일쑤였다. 지금은 도로가 깔려 있어서 마을 앞까지 버스도 하루에 9번씩 들어오고 많이 좋아졌다”고 말하며 미소 지었다.
 


또 다른 마을 주민은 “지금은 버스가 다녀서 학교나 장을 다니기도 정말 편해졌다”며 “옛날에는 아이들도 고생이 많았다. 서삼초등학교 또는 축암분교(현재는 폐교됨) 까지 걸어서 다녔었는데 거리도 멀고 길도 험했으며, 어른들은 황룡 장에 다녔는데 왕복 6시간씩은 걸어 다녀야 했다. 정말 힘들었다”고 이야기했다.

“산속 마을이다 보니 농사도 짓긴 했지만 임산물이나 장작, 숯 등을 채취하여 장에 나가 팔기 위해 무거운 짐을 가득 지고 장에 나가야 했고, 돌아오는 길에는 물건을 파느라 지친 몸이지만 돈을 아끼느라 끼니를 거르고 다시 돌아오기도 했다”는 한 주민은 “그래도 그 시절이 힘들었지만 재미있었다”며 환하게 웃었다.

시집을 오면서 괴정마을에 살게 됐다는 손귀례(78)씨는 “마을에 산지 벌써 50여년이 넘은 것 같다”며 “젊었을 때는 마을 잔치가 있는 날이면 여자들이 다들 나와서 술도 빚고 안주도 만들고 했다. 일이 많았지만 그래도 젊은 혈기에 힘든 줄 모르고 일했고 함께 해서 즐거웠다”고 이야기 했다.

이어 “예전에는 마을에서 남자들끼리 모이면 술도 먹고 화투도 치곤했는데 지금은 그럴 만큼 사람이 살지도 않는다”며 “술을 마시면 한 번씩 싸울 법도 하지만 워낙 마을사람들이 성품이 좋아 그런 일도 많지 않았다. 지금은 같은 성도 아니지만 오래 살다보니 다들 친척 같고 식구 같은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젊었던 시절을 이야기 하던 중 “내가 시집올 때만 해도 남자들은 아무것도 안하고 놀면서 도와주는 것이 없어 정말 힘들었다”며 “하루하루 해야 할 일들이 많아 너무 바쁜데 남편은 매번 화투를 치고 돈을 잃고 왔다. 나중에는 포기하고 ‘아파서 병원비 들어가는 것 보단 낫다’ 고 생각하며 다행이라고 여기고 살기도 했다”고 말하니 모정에 있던 사람들의 폭소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괴정마을을 찾을 당시, 더운 날씨에도 모정에 앉아있던 6명의 마을 주민들에게 “날씨가 더우니 마을회관에 가서 에어컨을 트는 것이 어떤지” 물었으나 주민들은 “마을의 모정에서 부는 바람이 마을회관의 에어컨 바람보다 더 좋다”며 “이렇게 유유자적 하게 사람들과 이야기 하면서 가만히 누워 있으면 시원해진다”고 이야기 했다.
 
과연, 모정에 앉아 주민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느 샌가 모정에는 축령산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기분 좋게 불어와 지친 더위를 조금씩 조금씩 거둬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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