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드 마크가 될 것인가? 흉물이 될 것인가?
랜드 마크가 될 것인가? 흉물이 될 것인가?
  • 기현선 기자
  • 승인 2016.08.29 09:56
  • 호수 6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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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조형물 관련 예산 5억 5천만 원, 낭비논란 일수도 있어
미래조형물 일수록 의미와 메시지가 분명해야

장성군이 5억 5천여만 원의 예산을 책정하고 사업에 들어간 장성군 미래조형물 건립에 대해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흥미를 쫒아가는 랜드 마크?>
지난 3일, 장성군청 로비에는 한 개의 판넬이 세워졌다.

이 판넬은 장성군의 미래를 상징할 조형물을 만드는데 군민의 의견을 반영하는 것으로 두 가지 조형물의 디자인과 장소를 설명한 뒤 군청을 찾은 군민과 군청직원들 등이 더 마음에 드는 쪽을 직접 투표를 할 수 있게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판넬을 본 군민들은 하나같이 “이 조형물이 필요한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궁금증을 나타냈다.

군청을 찾은 한 주민은 “마음에 드는 디자인을 고르라고 해서 힘든 일이 아니니 참여는 하지만 이걸 왜 만들어야 하는지 궁금하다”며 “A안(왼쪽)의 경우에는 장성의 초입부분인데 이곳은 꽃동산이다 뭐다 해서 안 그래도 화려한데 이런 조형물까지 만들어야 하나?”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역시 투표를 하면서도 “품격 있는 장성을 상징하는 조형물이라는데 그런 건 잘 모르겟다”며 “특별히 장성과는 상관이 없는 디자인인 것 같다. 꼭 만들어야 하는 것인지 의문이다”고 이야기 했다.

군청관계자에 의하면 이 조형물의 설치 목적은 “홍보”에 있으며 조형물은 이번 달 말까지 심의를 마쳐 최종적으로 결정된다고 한다.

지난해 7월, 1억 2천만 원을 들여 장성읍의 회전교차로에 애플 탑을 설치할 때도 장성군은 “장성을 상징하는 랜드 마크”라고 대대적으로 홍보 하며 “장성을 홍보하는데 사용될 것이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1년여가 지난 지금, 또다시 디자인 비용 5천만 원과 설치비 5억 원을 들여 새로운 ‘홍보용’ 조형물을 세우기 위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 한강에는 2006년도에 제작됐던 봉준호 감독의 영화 ‘괴물’에 캐릭터가 지난 2015년에 1억2천만 원의 예산을 들여 조형물로 제작되어 있다.

하지만 아이들과 함께 이곳을 찾는 관광객이나 지역주민들은 “2006년도의 영화를 기억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렇게 설치된 괴물의 모습을 보니 생뚱맞고 흉물스럽고 아이들은 무서워하기도 한다”며 “괴물은 10년 전 영화다. 아무리 봐도 시대에 뒤처지는 느낌이다”고 싸늘한 반응을 전했다.

2015년 연말에 코엑스에 제작된 싸이의 손목 동상역시 비슷한 신세다.

미국의 ‘황소상’이나 ‘LOVE’ 동상을 벤치마킹해 만들었다는 이 손목 동상은 싸이의 노래 ‘강남스타일’에 나오는 안무중 손목부분을 제작한 것으로, 높이 5.3m, 넓이 8.3m로, 약 4억 원의 예산을 들여세워졌으나 결국 관광객은 물론이고 지역주민들에게까지도 외면 받는 신세가 됐다.

결국 서울시는 스토리를 가진 랜드 마크를 만들겠다는 야심찬 포부와는 달리 쉽게 의미를 잃을 조형물을 위해 약 6억 원의 예산을 써야 했다.

타 지역의 경우도 상황은 비슷하다. 인천의 월미 은하레일은 월미도에 관광열차를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으로 850억 원을 들여 2010년에 완공됐으나 시범운행을 하던 중 문제점이 발생해 결국 사람을 한 번도 태워보지 못한 채 지난 7월 철거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월미 은하레일은 발생되는 철거의 비용만도 수백억 원을 쓸 예정이며, 철로를 제외한 역사나 교량을 모노레일로 바꾸어 사용하는 사업을 진행 중에 있고, 이에 따른 사업비가 약 190억 원가량 더 책정되어있다.

우리지역의 경우도 상황은 비슷하다. 민선 3기 때 50억을 들여 만든 문화예술공원은 조각품과 비석 등을 한 점당 수천만 원을 주고 사와 공원을 조성했지만, 현재는 주민들조차도 그런 곳이 장성에 있는지 잘 알지 못한다.

이처럼 수많은 지자체들이 랜드 마크나 조형물을 제작하면서 K-POP, 흥행영화 등 유행과 흥미 위주의 단발성 사업으로 진행하다보니, 표면적으로 들어나는 예산낭비의 문제뿐만 아니라 지역의 환경과 어울리지 않음, 관리소홀 등의 문제로 인해 무작정 방치된 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에 처해버린 것이 사실이다.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랜드 마크>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어디든 기본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랜드마크에는 스토리 또는 전해져 오는 전설이나 속설 같은 이야기가 항상 함께 따라온다.

이것은 랜드마크나 조형물이 단순한 외관의 디자인이나 세련미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며 결국 시간이 지나면서 의미가 더욱 깊어져간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강원도 철원 월전리역에는 ‘철마는 달리고 싶다’는 간판아래 6.25전쟁당시 이곳에서 마지막으로 기적을 울렸던 객차의 잔해와 폭격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으며, 그 앙상한 잔해들이 전쟁의 아픔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어 이곳에 방문한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특별히 말을 하지 않아도 전쟁의 비참함과 둘로 나뉘어 버린 나라의 비극적 슬픔에 철마의 앙상함이 더욱 절절히 다가올 것이다.

스토리가 있는 랜드 마크나 조형물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그것이 낡고 헤져도 날로 그 의미가 더해져 가기에, 그것의 외관이 설령 흉물스러워졌다 하더라도 그 흉물스러움이 더 큰 의미를 지니는 지역의 랜드마크가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새롭게 만들어지는 조형물이나 랜드 마크 들은 다음시대에도 전해질수 있는 역사적인 기념비적인 의미를 가지고 만들어져야 한다.

 스토리가 있다 하더라도 그 것이 현재시점의 유행을 따라가거나 흥밋거리에만 초점을 두게 되면 결국 시대에 뒤떨어진 흉물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 진행되고 있는 장성의 미래조형물이 장성을 홍보하는 기능과 미래에 대한 희망을 제시하는 조형물이어야 한다면 이것은 앞으로도 얼마큼의 시간을 장성과 함께 보내야 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더더욱 그 조형물의 의미와 스토리가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들어내야 한다.

관리부실과 예산낭비의 문제로 질타를 받고 있는 수많은 지역의 조형물들. 장성군 역시 그 실패의 순서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 번 확인해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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