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내어준 재료로 ‘사람’을 위한 음식을 만든다
‘자연’이 내어준 재료로 ‘사람’을 위한 음식을 만든다
  • 권진영
  • 승인 2016.03.04 15:53
  • 호수 6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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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를 주는 보약 같은 밥상, ‘청자연’ 박금숙 대표
청자연의 떡갈비 정식

세상사에 지친 몸과 마음을 위로해줄 ‘보약 같은 밥상’이 있다면 이런 모습, 이런 맛이 아닐까.

황룡면 아곡리 아치실 마을에서 작년 8월 필암리 *구석길로 자리를 옮긴 ‘청자연’의 주인장박금숙씨를 만났다. 첫인상은 ‘자연밥상 주인’에 어울리는 그 모습이었다.

*구(龜)석(石)길-근처에 거북바위가 있어 거북 구(龜)자가 쓰였다 한다. 30대 중반, 큰아이 초등학교 5학년, 작은아이 유치원생일 때 일찍 시골에 터를 잡고 싶어서 장성으로 귀촌했다.

그리고 10년 뒤, 음식 만드는 일이 행복한 청백리 자연밥상, 청자연의 주인이 됐다. 장성이 자랑하는 건강한 ‘손맛’의 대표 주자다. 밑반찬이 다양하고 그릇도 많이 쓰이는 한식은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라 요리를 배우려는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없다.

또 한 가지 메뉴에 집중해 승부를 내려는 식당들이 많아 제대로 된 한식을 맛보기 힘들다. 그래서 더 반가웠다.

원칙과 신념을 지키려 애쓰는 ‘한식 요리 전문가’가 장성에 있다니. 말이 쉽지, 사계절이 분명한 우리나라에서 1년 내내 자연에서 나는 제철 음식을, 하우스 아닌 노지 채소만을 사용해 음식을 만든다는 것은 대단한 노력과 수고가 아니면 힘들 터.

“태양의 에너지를 그대로 받는 것만이 신선한 식재료이며,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쓰지 않고 자생하는 것들만이 자연밥상에 올라올 수 있다”고 얘기하는 주인의 말투는 단호했다.

아파도 음식으로 다스릴 수 있는 밥상, 누구나 먹고 나면 뱃속이 편안한 밥상이 주인이 꿈꾸는 밥상이며, 조상들이 먹던 음식에서 요리의 기본을 찾는다는 주인은 도서관에서 꾸준히 요리책을 빌려보며 옛것에 대한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

정갈하고 담백한 자연밥상 특성상 자극적인 술안주거리로는 맞지 않아 저녁 손님이 많지 않고, 작은 욕심에 저녁까지 문을 열다보면 주인도, 함께 일하는 직원들도 일에 지쳐 손님을 밝은 모습으로 맞을 수 없을 것 같아 예약 상황에 따라 50~60인분만 준비해 점심 식사만 제공한다. 오후 3시면 문이 닫히는 식당.

저녁 식사는 하루 전 두상 이상 예약해야만 가능한 식당. 매주 월요일은 문조차 열지 않는 식당. 허세가 아니다. 최고의 음식과 최상의 컨디션으로 손님을 맞으려는 주인의 노력이다.

 “요즘 냉이, 쑥, 머위 같은 것들이 꿈틀거리는 게 느껴져요. 봄나물은 맛이 쓰죠. 겨우내 움츠렸던 우리 몸을 깨어나게 해줘요. 여름엔 오이, 수박처럼 수분이 많은 것들이 땀 흘린 걸 채워주지요. 가을 나물은 햇살을 충분히 받아 그 자체로 단맛이 나서 별다른 양념이 필요 없어요. 겨울 음식은 맛이 순하지요. 무, 시금치, 시래기로 음식을 해서 먹으면 몸도 마음도 차분해지실 거예요”

동네서 직접 담근 간장을 구해 맛간장을 만들어 음식 맛을 내고, 아침엔 팥·단호박 양갱이도 만들고, 삼색 나물에 깊은 맛을 더해줄 밑국물 내고, 인기 좋은 매실·뽕잎 장아찌도 직접 담근다.

2주 전부터는 환절기 비염 예방에 좋은 작두콩차를 물 대신 끓여 낸다. ‘일 없이 노는 것은 죽은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박대표는 늘 일속에 파묻혀 있지만 음식을 만드는 그 일이 행복하다.

행복한 주인이 차려낸 밥상 앞에 앉으면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맛나고 건강한 음식을 앞에 놓고 편찮으신 엄마 생각에 내내 눈물을 흘리던 손님이 다음번엔 어머니를 모시고 와 웃으며 식사를 함께 하기도 한다.

그래서 음식은 사람 사는 이야기, ‘그리움’의 다른 이름일 수도 있겠다. ‘자연’이 내어준 재료로 ‘사람’을 위한 음식을 만드는 ‘청자연’. (061)394-9909로 예약하면 섬세하게 신경 쓴 인테리어도 감상하며 여유롭게 건강한 한 끼를 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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