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가는 세시풍속 – 동지
사라져가는 세시풍속 – 동지
  • 변동빈 기자
  • 승인 2015.12.26 13:32
  • 호수 6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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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는 24절기의 하나로서 1년 중에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날이다. 24절기는 태양력에 의해 자연의 변화를 24등분하여 표현한 것이다. 동지는 음력 11월 초순에 들면 '애동지', 중순에 들면 '중동지', 그믐께 들면 '노동지'라고 하는데, 이는 동지가 드는 시기에 따라 달리 부르는 말이다.
올해는 동지가 음력 11월 12일이니 ‘중동지’라고 해야 한다.
동지는 밤이 가장 길어 음(陰)이 극에 이르지만, 이 날을 계기로 낮이 다시 길어지기 시작하여 양의 기운이 싹트는 사실상 새해의 시작을 알리는 절기이다.
중국의 《역경》에는 태양의 시작을 동지로 보고 복괘를 11월에 배치하였다. 따라서 중국의 주나라에서는 11월을 정월로 삼고 동지를 설로 삼았다. 이러한 중국의 책력과 풍속이 우리나라에 전래된 것으로 보인다.

옛 사람들은 이날을 태양이 죽음으로부터 부활하는 날로 생각하고 경사스럽게 여겼으며 동지를 '작은 설'이라 하여 설 다음 가는 경사스러운 날로 생각하였다.
그래서 옛말에 '동지를 지나야 한살 더 먹는다' 또는 '동지팥죽을 먹어야 한살 더 먹는다' 라는 말이 전하기도 한다.

중국의 《형초세시기》에 의하면 “공공씨의 재주 없는 아들이 동짓날에 죽어서 역질 귀신이 되었는데, 그 아들이 생전에 팥을 두려워하여 팥죽을 쑤어 물리친 것이다”라는 기록이 있다.
팥은 붉은 색을 띠고 있어서 사악한 것을 몰아내는 힘이 있는 것으로 믿어 집안의 모든 잡귀를 물리치는데 이용되어 왔다. 귀신을 쫓는데 팥을 사용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또한 붉은 색은 '양(陽)'을 상징함으로서 '음(陰)'의 속성을 가지는 잡귀를 물리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경상도 지방에서는 팥죽을 쑤어 삼신·성주께 빌고, 모든 병을 막는다고 하여 솔잎으로 팥죽을 집 주변 사방에 뿌린다.
경기도 지방에서는 팥죽으로 사당에 차례를 지낸 후, 방을 비롯한 집안 여러 곳에 팥죽 한 그릇씩 떠놓기도 한다.

동짓날에는 책력(冊曆)을 선물하는데 책력은 천체의 운행 등을 바탕으로 한 해의 주기적 시기를 밝히는 방법인 역법(曆法)에 의해 1년의 시령과 그 날짜를 기록한 문서를 말하며, 흔히 달력이라고도 한다.
특히 책력은 농경사회에서 생업과 밀접한 관련을 맺으며 요긴하게 사용되었던 생활의 지침서라고 할 수 있다.

동짓날의 팥죽에는 새알심이라고 하는 단자를 넣는데 지방에 따라서는 옹심이, 오그랭이, 옹시래미라고도 부른다. 이 새알심은 팥죽의 핵심으로 우리의 건국신화에 나타나는 난생(알에서 태어남)설화에서 알 수 있듯이 알은 생명의 탄생을 나타낸다.

동짓날 자기 나이 숫자대로 새알심을 먹어야 비로소 한 살을 먹게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새알심은 죽음에서 소생하는 태양을 상징하기도 하고, 천신(天神)의 대리자인 새의 알이기도 하며, 다산(자식을 많이 낳는 것)을 상징하는 닭의 알일 수도 있고, 생명과 풍요를 상징하는 곡식의 알이기도 하다.

알은 새로운 생명과 탄생의 출발을 가능하게 하며, 다산과 풍요를 보장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 동짓날에는 뱀사(蛇)자를 써서 벽이나 기둥에 거꾸로 붙이면 악귀가 들어오지 못한다고 전해지고 있다. 그리고 해가 길어지기 시작하는 동지부터 섣달 그믐까지 집안의 며느리들이 시할머니나 시어머니, 시누이, 시고모 등 시집의 기혼녀들에게 버선을 지어 바쳤으니 대가족 시대의 풍습이라 할 수 있다.

이를 동지헌말 또는 풍정(豊呈)이라 한다. 18세기 실학자 이익은 동지헌말에 대해 “새버선 신고 이날부터 길어지는 해 그림자를 밟고 살면 수명이 길어진다”하여 장수를 비는 뜻도 내포돼 있음을 알 수 있다.
농경사회에서 산업화사회가 되면서 우리의 세시풍속이 사라지고, 대부분의 젊은이들은 동짓날이 언제인지도 모르고 지나간다.


우리의 세시풍속을 지켜내는 일, 우리의 전통과 문화를 계승하는 소중한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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