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용무도의 사회
혼용무도의 사회
  • 변동빈 기자
  • 승인 2015.12.26 12:41
  • 호수 6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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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신문이 올해 선정해 발표한 2015년 사자성어는 '혼용무도'(昏庸無道)라고 한다. 혼용이란 혼군(昏君)과 용군(庸君)에서 따온 말로 어리석고 무능한 임금을 가리키는 말이다.
세종대왕 같은 훌륭한 임금을 성군(聖君)이라고 하고, 연산군 같은 이를 폭군(暴君)이라고 불렀다. 또한 명군(名君)은 치세를 잘해 명망 높은 임금. 현군(賢君)은 덕행을 베푸는 어진 임금이요, 혜군(惠君)은 자비심 넘치는 임금을 칭찬할 때 쓰는 말이다.

천하무도(天下無道)란 세상이 어지러워 천하에 도리가 제대로 행해지지 않는다는 뜻으로 논어에 나오는 구절이다.
결국 혼용무도란 어리석고 무능한 임금으로 인해 나라 상황이 마치 암흑에 뒤덮인 것처럼 온통 어지럽다는 뜻이다.

혼용무도 외에 겉은 옳은 것 같으나 속은 그렇지 않는다는 뜻의 ‘사시이비 似是而非'(14.3%), 연못의 물을 다 퍼내어 물고기를 잡는다는 뜻의 '갈택이어 竭澤而漁'(13.6%), 달걀을 쌓은 것과 같이 위태롭다는 뜻의 '위여누란 危如累卵'(6.5%), 흐르는 강에 빠뜨린 칼을 배에 새겨 놓고 칼을 찾는다는 '각주구검 刻舟求劍'(6.4%)의 순으로 나타났다.

갈택이어는 진나라 문공이 이옹이란 사람에게 자문을 구했을 때 “연못의 물을 모두 퍼낸다면 당장은 많은 물고기를 잡을 수 있다. 그러나 나중에는 물고기를 한 마리도 잡지 못할 것이다. 또한 산짐승을 잡기 위해 산의 나무를 모두 태워 버린다면 훗날엔 잡을 짐승이 한 마리도 남아 있지 않을 것이다. 지금 속임수를 써서 위기를 넘긴다 해도 이는 영원한 해결책이 아니라 임시방편일 뿐이다”고 한 말에서 비롯된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이후 교수들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는 2013년에는 순리와 정도에서 벗어나 일을 억지로 강행하는 폐해를 지적한 '도행역시(倒行逆施)였다.
2014년에는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한다는 '지록위마(指鹿爲馬)'였으니 질서도 절차도 없었으며 거짓이 횡행한다는 뜻이었다.

그런데 집권 3년차인 2015년 대한민국 교수들은 대한민국이 무능하고 어리석은 대통령으로 인해 세상이 온통 어지럽고 어둡다고 한 것이다.

2015년 사자성어 가운데 하나가 '대우탄금(對牛彈琴, 소에게 거문고를 탄다)'도 교수들의 심경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쇠귀에 경읽기(우이독경, 牛耳讀經)과 비슷한 뜻이다.
정부가 대부분의 역사학자와 교사 그리고 국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역사 교과서국정화를 추진하는 등 국민과의 소통 부재를 꼬집은 말이다.

박근혜 정부는 스스로 최근 우리의 경제를 위기라고 판단하고, 모든 수단을 다 강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경제는 위기요, 정치는 소통과 타협이 없는 독선과 독단으로 가고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폭군 아래서는 현명한 신하가 머물 수 없다. 하지만 어리석고 무능한 임금 아래에는 간혹 지혜롭고 의리있는 신하가 있을 수가 있다.

교수들이 혼용무도라고 진단한 2015년 대한민국의 현 주소가 그나마 비관적이지 않는 것은 우리 사회에 지혜롭고 양심적인 지식인과 지도자가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자신의 양심을 행동으로 옮기는 지식인과 지도자가 많이 나타나 주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 담겨있는지도 모르겠다.

박근혜 대통령은 ‘진실한 사람을 선택해 달라’며 자신의 입맛에 맞지 않는 정치인을 물갈이하려 하고 있고, ‘올바른 역사’를 가르치겠다며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국민들은 ‘진실한 사람’과 ‘올바른 역사’가 국민들의 정서와는 너무나 멀다고 생각하고 있다. 국민들은 바르게 보고 있는데 대통령은 눈을 감고, 귀를 막고도 다 보인다고 하고, 다 듣는다고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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