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四苦)시대에 노후생활
사고(四苦)시대에 노후생활
  • 변동빈 기자
  • 승인 2015.12.04 09:57
  • 호수 6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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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겪어야할 네 가지 괴로움이 있다.
첫째는 수입의 감소에 따른 곤궁한 삶이다. 정년퇴임을 한 선배가 “현직에 있을 때는 10만원이야 쉽게 썼는데 퇴임하고 나니 단돈 만원도 함부로 쓰기가 어렵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대법관을 지내고 한 때는 부인이 운영하는 편의점 일을 도와주며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았던 김능환 변호사가 1년을 버티지 못하고 법무법인에 들어가며 “무항산이면 무항심이다”는 말을 했다.
맹자가 한 말로 생활이 안정되지 않으면 바른 마음을 견지하기 힘들다는 뜻이다.

둘째는 몸이 늙으면 저절로 오기 마련인 병에 따른 괴로움이다. 사람은 태어나면 늙고 병들어 죽는 것이 불변의 이치이기 때문이다.
셋째는 할 일이 없어서 오는 무료함과 이에 따른 괴로움이다. 정년퇴임 제도가 시작된 것은 불과 100여 년 전 미국에서 부터였다.

평균 수명이 65세가 전후였을 때 사람들은 죽는 날까지 일을 하였고, 정부와 노조에서 최소한 퇴임 후 4~5년은 노후의 삶을 즐기라는 의미에서 정년 제도를 도입하였다. 그런데 지금은 퇴직을 하고 최소한 20년 이상 일 없이 살아야 한다.
넷째가 외로움에 의한 고통이다. 대가족제도에서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면 손주들을 돌보기도 하고, 손주들의 재롱을 보고 노년을 즐겼다.

하지만 농촌에 사는 노인들이 1년에 자식들을 만나는 회수가 대부분 10번도 되지 않는다고 한다.
40~50대 직장인들에게 노년에 바라는 세 가지를 물었는데 안정적인 경제생활, 함께할 수 있는 친구, 무료하지 않는 일거리라고 답한 사람이 가장 많았다고 한다.
한편 퇴임을 한 60대에게 하고 싶은 일을 물었는데, 자기 취향에 맞는 일, 사회에 봉사하는 일, 수입이 되는 일, 전원생활과 죽을 때까지 공부하며 살아가는 것 등이었다고 한다.

최근 들어서 도시의 사오십 대 직장인들이 농촌으로 들어와 귀농을 꿈꾸는 이유 중에 하나가 농업은 정년이 없다는 이유라고 한다.
때로는 50대 초중반부터 명예퇴직의 압력을 받는 직장인들은 농촌에서 70대 중반까지도 농사를 지으며 현역에 있는 농민들을 부러워한다는 것이다.
퇴임 후에는 고향으로 돌아가 부모를 봉양하고, 인재를 키우며 노후를 보내는 것이 조선시대 선비들의 모습이었다.

하서 김인후 선생을 비롯한 지지당 송흠 선생, 망암 변이중 선생 등도 퇴임 후에는 고향인 장성에 들어와 제자들을 가르치고, 고향사람들이 예의를 실천하며 의리를 지켜 서로 공경하고 돕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우리 지역에 맞는 향약(鄕約)을 만들고 이를 실천한 내용과 기록이 지금도 전해지고 있다.
대한민국의 정신과 문화적 수준과 가치는 조선시대보다 훨씬 뒤떨어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젊은이들에게 가치와 배려, 정의와 지혜를 가르치고 실천해야할 세대가 원로들이고, 기성세대이다. 그런데 국가에는 원로가 없고, 향리에는 어른이 없다.

독일의 사회학자 에리히 프롬은 “선진국에서는 존재(to be)를, 후진국에서는 소유(to have)를 중심 가치로 가르치고 있다”고 했다.

퇴임을 하고 할 일이 없다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더구나 조선시대 선비처럼 고위 공무원을 했거나 교수나 전문직에 있었던 사람이 고향으로 돌아와 후학을 가르치거나 고향에 정신적 지도자가 되려는 사람이 없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그들의 삶은 행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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