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나도 내 부모 내나라
못나도 내 부모 내나라
  • 장성군민신문
  • 승인 2015.01.03 09:03
  • 호수 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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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한겨레신문의 한글날 특집 칼럼에서 어떤 학자의 ‘이대로 가다가는 백년 뒤에 한글이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충격적인 기사를 보고 가슴이 뜨끔하였다. “뭐! 한글이 없어져?” 하고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웃었지만 작금의 사회적인 시류를 보면 그 말이 허언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불안한 생각을 버릴 수가 없다.

 나는 시골에 사는 늙은 사람이라 하루가 멀다 하고 변해가는 오늘의 시대와는 한참 떨어진 옛 세상에서 살고 있어서 그런지 모르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비단 우리 한글뿐만 아니라 다방면에서 소중하게 지켜온 우리 문화들이 점점 살아져 가고 있음을 볼 수 있는 것이다.

 한 예로 도시의 거리를 걷다보면 우리글이 아닌 순 영문으로만 된 간판이 즐비한 것을 어렵지 않게 불 수 있다. 우리글만 아는 사람들은 그 곳에서 무엇을 하고 있다는 간판인지 알 수가 없어 여기가 한국이 맞는가. 의심하며 현대를 배우지 못한 한참 뒤떨어진 무식쟁이라 그러겠지 하면서도 한심하다는 생각은 금할 수가 없다. 많이 배운 현대인들은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그렇게 뒤떨어진 생각을 하느냐고 오히려 비웃겠지만 나 같은 사람의 입장에서 볼 때는 좋은 우리 것을 버리고 나쁜 외국 것만 택하는 것이 우리가 그토록 경원시하든 사대사상에 또다시 푹 빠진 것이 아닌가하고 생각하면 분통이 터진다.

 왜 제나라 글, 제나라 말을 밀쳐놓고 남의 나라의 꼭두각시가 되어 창피하게 이렇게까지 하여야만 하는 것일까, 한글이 우리 것인데 꼭 저렇게 하여야만 대접받는 세상이 되었단 말인가 생각하면 창피하다는 생각을 금할 수 없다.
 옛날 중국을 대국이라고 상전 모시듯 섬기고 살아온 조상들을 우리는 사대주의사상에 현혹되어 우리의 혼을 팔아버렸다고 비판하였고. 왜정시대에는 일본식 창씨개명을 하고 일본 깃발을 들고 떵떵 거리던 사람들을 광복이후에는 매국노, 또는 친일파라고 침을 뱉지 않았던가.

 그렇게 부화뇌동했던 과거를 뉘우치고 살아왔던 우리가 이제 또다시 그렇게 사대주의 사상을 복원하고 있는 것만 같아 안타갑기 그지없으며 우리의 내일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물질문명이 우리 보다 앞섰다고 그저 무조건 서양식만 따라서 하는 것이 신지식인이요 선도자라면 나로서는 그러한 선도자보다는 차라리 우리 것을 지키는 후도자로 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곁들여 말하면 근년에 와서 이름까지도 창씨개명 아닌 창명개명으로 서양식 이름을 가진 사람이 기하급수로 늘어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으며 여기에 아파트 이름까지도 서양식으로 괴상망측하게 지어 붙이고 있는 것을 볼때 기가 막히다. 대체 왜 이렇게 지어 붙여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이것 역시 사대사상의 소산이 아닌가 싶다. 오직해야 시골에 사는 늙은 부모가 서울에 사는 아들집을 쉽게 찾지 못하도록 아파트 이름을 그렇게 붙인 것이라는 촌노들의 탄식도 무리는 아닌 듯싶다.

 사대사상의 소산인지 모르지만 요즘 세상에서는 많이 가르치면 불효자가 되고 조금 가르치면 효자가 된다고 말한다. 부모들이 피땀 흘려 자식을 가르치는 것은 어찌 보면 불효자를 만들고 있는 셈이다. 가르치느라 죽도록 고생하신 부모는 후진국(?)에 버려 둔 채 저희들만 살기 좋은 선진국이라는 나라로 가버리다니 이런 못 된 놈들이 예의지국이라는 우리나라에서 태어났다는 것이 창피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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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위 앞서가는 현대인에게 한마디 부탁하고 싶다. 제발 우리는 한국에서 난 사람이다 아무리 저쪽나라가 살기 좋다 하여도 속속들이 서양 사람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나를 낳아 길러주시어 오늘 이 자리에 나를 있게 하여주신 분은 잘 났건 못났건 내 부모가 아니던가. 우리 부모 우리 조상이 못났다고, 우리나라가 후진국이라고 다 버리고 잘산다는 다른 나라로 가서 이곳이 이제 내 나라구나 저 잘생긴 분이 내 부모로구나 한다고 그게 될 법이나 한 일인가. 그래도 지금 세상에서는 그렇게 하여야 현대인이라고 한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그 부모는 대성통곡을 할 것이다.

 선진국의 좋은 문물은 취사선택으로 당연히 받아들여야 하겠지만 그것도 우리의 풍토에 맞고 우리의 전래되는 전통을 무너트리지 않는 범위에서 받아들여야 옳은 방향이 될 것이다. 우리의 전통을 지키는 것이 한 발짝 떨어진 후진국이 된다하여도 우리는 그 길로 살아가는 것이 가장 옳은 길일 것이다.
  우리는 내 부모를 버려서는 안 되듯이 우리 한글, 우리 민족혼을 그 누가 감언이설로 유혹하더라도 넘어가지 말고 끝까지 지키면서 살아가는 자랑스러운 한국인이 되는 것이 백번 천 번 옳은 길 일 것이다.


    
                              (전) 노령유학회장  이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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