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문학의 거목 ‘동암 김병효’ 선생 타계
장성문학의 거목 ‘동암 김병효’ 선생 타계
  • 최철민 기자
  • 승인 2014.12.25 15:23
  • 호수 55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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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세의 일기 마쳐…25일 영결식 문학인 장으로
평생 고향·제자사랑에 열정…‘참된 스승의 상’ 보여
80성상의 일기 등 저서 남겨…장성문학회 창립 ‘족적’

 

▲동암 김병효 선생의 영결식이 열린 지난 25일 북이면 묘향마을 고인의 선영에 고인을 모신 상여를 운구하고 있다. 

 

▲조객들의 조문행렬.

 

▲생전의 김병효 선생.
아동문학의 거목으로 장성군 아동문학 창작에 많은 기여를 했으며, 40여 년 동안 교직에 몸 담아오며 후학을 지도하셨던 동암 김병효 선생이 23일 새벽 92세의 일기로 타계했다.

동암 선생의 빈소는 경기도 고양시 명지병원에 마련됐었으며 지난 25일 발인, 북이면 사거리 묘동마을 선영에 안장됐다.

묘동마을 고인의 선영에서 이날 가진 영결식은 ‘문학인 장’으로 진행됐으며, 유두석 군수 등 내외귀빈과 광주·호남문인협회 및 장성문인협회 관계자, 지역주민 등 100여명의 조객들이 찾아 생전 선생의 모습을 회상하고 하늘에 가신 것을 추모하며, 영면에 드시기를 기원했다.

동암 선생은 평생을 고향과 모교, 제자사랑에 뜨거운 열정과 실천을 보임으로써 ‘참된 스승의 상’을 세우셨다는 교육계의 평가가 따르고 있다.

생전 고인은 본지 초대 독자위원회 위원장, 편집위원장을 지내시기도 했으며, 전 북이면 조양초등학교장으로 정년퇴임 했다.

이날 영결식장에서 선생의 제자 공 모 씨는 생전의 선생에 대해 “‘노령산 옥녀봉 신선’이시다고 호칭을 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항상 맑고 깨끗한 성품이셨던 것이 이유다.

동암 김병효 선생은 1922년 10월19일에 북이면 사거리에서 출생, 하서 김인후 선생의 15대 손으로 동시작가이며, 당시 모교인 사거리국민학교를 시작으로 40여 년간의 교직생활로 인해 국민훈장 동백장을 수상했던 교육자이다.

1975년 1월 모교인 사거리국민하교 총동문회를 창립, 발족시키고 개교60주년 기념사업으로 솔선해 대형시계탑을 기증했으며, ‘노령인아! 큰 뜻 품어라!’를 새긴 대형 기념석탑 건립과 ‘노향애향록’ 발간 등에 기여한 공도 크다.

특히, 선비고장이란 이름에 걸맞은 학문과 예절숭상의 실현을 위해 30여 년 전에 장성문학회를 창립, 지역 문학발전에 커다란 족적을 남겼으며 최근에는 고향의 여러 뜻있는 지인 제자들과 노령사무회를 조직, 매주 월요일 북이도서관에 모여 서예와 문학, 명심보감 강론으로 잊혀져가는 전통문화 사상을 장려하는 등 고령에도 사회교육에 열정을 쏟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선생은 또, 아동문학으로 동시, 동요, 시, 시조, 수필 등 여러 권의 저서를 남기기도 했다. 더불어 ‘하서 김인후선생 이야기’란 위인전을 펴낸 바 있으며, 지난 2010년 장성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여기에 선생이 10세 때부터 80여 성상을 써온 ‘일기’, ‘노령산 검은 바위’ 외 여러 권의 문학 작품집은 후배들을 위해 현재 장성군 북이도서관에 기증, 고귀한 공적을 남기는 등 생전 고인을 아는 지인들은 ‘우리고장의 자랑이다’고 뿌듯해 한다.

▲고 김병효 선생의 영결식을 장성문인협회에서 문학인 장으로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고인의 제자가 선생의 약력을 소개하고 있다.

 

▲조선희 장성한국부인회장이 동암 선생이 생전에 즐겨 읊으시던 시를 낭송하고 있는 가운데, 참석자들이 생전 고인의 모습을 회상하며, 슬픔을 억누르고 있다.

한편, 이날 ‘문학인 장’으로 진행된 영결식에서는 박형동 장성문인협회장의 조시와 호남문인협회 일송 오재열 회원의 추모시 낭송에 이어, 조선희 장성한국부인회장으로부터 생전 고인이 즐겨 읊으셨던 ‘할아버지의 손, 손녀의 손’ 시 낭송이 함께 했다.

추모시에서 호남문협 일송 오재열 회원은 고인을 두고 “유별나게 맑고 고운 영혼으로 시를 쓰셨다”며, “억겁이 수유라더니 허망하고 또 허망하다”고 아쉬운 마음을 나타낸 후, “문불여 장성이 낳았던 큰 시인 한 분이 고고한 선학이 되어 하늘로 가셨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표현했다.

다음은 생전 고인이 즐겨 읊으셨던 시와 박형동 장성문인협회장의 조시를 소개한다.
 
“할아버지 손, 손녀의 손”
동암 김병효

여든 넘은 할아버지 손
쭈글쭈글 너무 말라 밉기만 하다

그런데 왠 일일까
유치원에서 돌아온 손녀는
할아버지 야윈 무릎에서 응석을 부린다

뼈만 남은 깡마른 손을 만지고
부비고 주무르고 게임도 하고
목을 움켜잡고 딩굴기도 하고
차갑기만 했던 할아버지 손에도 따슨 온기가 감돈다.

이 조손간의 따슨 정이 어디서 솟아나는 것일까
할아버지란 낱말에서 솟아났을까
할아버지의 은은한 사랑 속에서 배어났을까
엄마 아빠의 그림자에서 우러났을까

아마도 전통이 배인
가정의 보금자리에서 싹 텄나 보다.

-조시-  “노령의 큰 바위 얼굴이여”
박형동 장성문인협회장

온 겨레가 나라를 잃고 절망과 신음 속에서
눈물을 삼키며 하루하루 목숨 줄 이어갈 때에
하늘이 우리 장성 땅을 어여삐 여기시어
노령산 자락 묘동마을에 한 아이를 보내셨네.

학문을 익히고 성품을 닦으며
착하고 부지런하게 자라
이 땅의 스승이 된 동암 김병효
일생을 어린이 곁에서
어버이보다 따뜻한 손길로 돌보시던 동암 김병효

그에게서 배운 이들은
모두 순박하고 따뜻한 사람들이 되었고
자녀들은 모두 아버지의 판박이로 자라서
살아가는 마을을 착하고 예절바르게 만들었네
이웃들은 아침저녁으로 감화를 받아
함께 오손도순 정겹게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었네.

햇살에 반짝이는 아침이슬같이 맑고 깨끗하게 반짝였던 분
언제나 마을을 내려다보는 큰 바위 얼굴 같은 분
그래서 선생님의 호를 동암이라 하셨나요?

문불여장성의 핏줄을 이어 받았음을 깨닫던 날
뜻 있는 사람들을 모아 장성문학회를 창설하여
북 돋고 물을 주어 여린 화초처럼 정성을 다해 가꾸셨네
선생님의 뜻을 따라 책과 글을 사랑하는 이들 모여들어
삶을 배우고 마음을 닦으며 글을 배웠네.

어느덧 장성문학은 거목으로 자라 정자나무가 되었고
그 아래 장성사람들이 모여 들어
시를 읊조리며 아름다운 삶을 노래하네.

아침저녁으로 자신의 몸과 마음을 돌아보며
행여나 어지러운 발자국 하나라도 남길까 봐
80여 성상 하루도 빠짐없이 써온 동암일기
한글과 영어 중국어 일본어로 쓰여진 일기 속에는
선생님의 맑은 정신과 순결한 모습이 오롯이 그려져 있네.

아아
선생님이 가르친 제자들
선생님이 세우신 장성문학은
저마다 우뚝 서서 세상을 밝히는 등대가 되고 푯대가 되었으니
선생님의 삶은 이 땅을 촉촉이 적시는 단비였고
선생님의 삶은 이 땅을 기름지게 하는 거름이었으며
백 년 길 선생님의 삶 또한 행복이었으니
하늘에 이르시거든 자랑하소서.
아름다운 소풍길을 잘 다녀왔다고
그곳을 더 아름답고 따뜻하게 가꾸어놓고 왔다고
그렇게 자랑하소서,

선생님의 마지막 사랑으로 가르침을 받고 세움을 받은 나
이제 말석에서나마 거룩하신 뜻을 이어가리니
선생님이여 편히 눈을 감으로서.
모두 모여 이렇게 선생님을 보내드리오니
이젠 가쁨으로 눈을 감으소서.
선생님이여, 사랑하고 존경했던 나의 선생님이여!
선생님이여, 사랑하고 존경했던 나의 선생님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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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남 2014-12-30 14:48:06
저는 김병효님의 둘째 딸 효남입니다. 아버지 가시는 길 외롭지 말라고 이렇게 1면을 장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살아생전 가장 아버지께서 사랑하셨던 땅 장성, 특히, '장성군민신문'에 대한 애착은 대단하셔서 서울에서 회의 참석차 내려가시곤 하셨지요. 앞으로도 장성군민신문의 번창을 빌며 아버지의 영전에 이 신문을 바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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