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로 수학여행을 떠났던 고교생 가운데 325명이나 되는 학생들이 탑승했던 여객선 침몰로 대다수가 그만 진도바다에 수장되고 말았다. 너무나 슬프고 안타깝다. 그 젊은 영혼들의 안식을 빈다.
학창시절의 낭만이라고도 할 수 있는 수학여행은 누구에게나 오래도록 추억 속에 남아 있다. 수학여행이라고 해서 특별히 수학(修學)을 했던 것 같지는 않고 그저 친구들과 장난을 치며 함께 여관에서 잠을 잤던 색다른 경험, 고적 앞에서의 친구들과 사진촬영, 그리고 학교와 집을 벗어난 해방감, 그런 기억이 남아 있다.
그러나 수학여행은 어떻게 된 일인지 가끔 사고가 일어난다. 버스전복, 선박침몰, 익사사고 등 수학여행과 관련하여 신문에 보도된 수학여행 사고는 드물지 않다. 그래도 수학여행은 계속된다. 비행기 승객들에겐 비상시 탈출방법을 반드시 승무원이 실연해 보여준다.
수학여행을 가기 전에 학생들에게도 그처럼 위급 시 대처방법을 가르쳐주었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정원이 900명이 넘는 크루즈 여객선에 4백여 명이 승선했다면 구명대도 충분했을 터이고, 탈출하는 데에도 좀 더 용이했을 수 있다.
짙은 해무가 낀 밤 항해에 노련한 선장이라면 비상시를 대비해서 4층의 학생들을 텅 빈 5층으로 이동시키고, 구명대를 미리 풀어놓았을 수도 있다. 워낙 소심한 나 같으면 틀림없이 그랬을 것이다.
나는 수십 년 전에 보았던 신문사진을 잊지 못한다. 일본 배가 바다에서 전복되어 침몰 중인데 선장 혼자 엎어진 배 위에서 손을 흔드는 장면이었다. 선원들과 승객들을 다 탈출하게 하고 마지막 남은 선장은 배와 함께 운명을 같이하는 참이었다.
그 선장은 배는 바로 자기 자신이므로 배가 침몰하면 자기도 함께 죽을 수밖에 없다며 하선을 거부했다. 배와 함께 침몰하는 선장의 그 사진이 왜 지금껏 기억 속에 남아 있는지 모르겠다.
지난 번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건을 겪으며 일본을 지나치게 매뉴얼화 된 사회라고 흉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는 지나치게 매뉴얼화 되지 않은 사회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 커다란 크루즈 선박이 침몰하는데 무엇 하나 매뉴얼대로 대처한 대목이 있는 것 같지 않다.
소식에 따르면 선장은 제1호로 탈출했다고 한다. 이것은 분명 매뉴얼이 아닐 것이다. 매뉴얼대로 하지 않은 경우가 또 있었다. 일반 승객이 자기의 구명대를 학생에게 벗어주고 자기는 물속에 수장되어 버린 경우가 있었다고 한다. 참으로 눈물 나는 장면이다.
그런데 인천에서 제주까지 13시간이나 걸리는 밤 여행을 기획한 학교당국은 대체 무슨 생각을 했던 것일까. 그 많은 학생들에게 밤바다 항해에서 무엇을 보라 한 것일까. 배 멀미에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시달리며 제주에 도착했을 때는 몸이 축 처져 있었을 텐데.
여수나 완도로 와서 배를 타는 쪽이 훨씬 낫지 않았을까. 이 대목이 나는 정말 이해되지 않는다. 설마 ‘무박’ 며칠 여행으로 경비를 아끼자는 것은 아니었을까. 별의별 잡생각이 내 머리를 어지럽힌다.
생떼 같은 어린 목숨들을 잃고 생각노라니 우리 사회는 모든 분야가 안심하고 함께 하기 어려운 시스템인 것 같다. 보고 듣고 먹고 움직이는 것 무엇 하나 안심하고 일원이 되기에는 위험부담이 있다. 이 안심과는 거리가 먼, 매뉴얼이 작동되지 않는 사회에서 지금껏 생명을 부지해온 사람들은 참 대단히 운 좋은 사람들이랄 수밖에.
개나리 노란 꽃같이 이제 갓 피어난 어린 목숨들이 그렇게도 허무하게 져버리다니. 오늘은 단식으로라도 그들의 명복을 빌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