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가뭄의 단비”를 실감 못하는 세대
[칼럼]“가뭄의 단비”를 실감 못하는 세대
  • 장성군민신문
  • 승인 2012.07.06 14:00
  • 호수 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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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호순/순천향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긴 가뭄이 끝나고 장마철이 시작되면서, 정말 말 그대로 “가뭄의 단비”가 왔다. 그런데 104년만의 지독한 가뭄이라도, 도시 젊은이들에겐 실감할 수 없는 현상이었다. “그러고 보니 비 온지가 한참 됐네요.” 서울서 통학하는 한 학생의 말이다. 올해 봄 학기엔 우산을 써 본 적이 없다는 기억으로 가뭄의 정도를 짐작할 뿐이다.

그러나 논과 밭으로 둘러싸인 산자락 시골집에 사는 필자는 산야의 “타는 목마름”을 매일 체감하며 살았다. 모터펌프로 끌어 올린 지하수를 사용하는 필자의 집은 언제 식수가 끊길 지 모를 상황이었다. 다행히 집 옆에 파 놓은 연못의 물이 마르지 않아 가뭄극복에 큰 도움이 되었다.

13년 전 개축한 현재 집은 원래 논 위에 지은 농가주택이었다. 집주변으로 수로가 지나가고, 건물 내외 벽에는 습기로 곰팡이가 슬어 있었다. 슬레이트 지붕을 걷어내고 아스팔트 싱글 지붕을 입히고, 외부에 벽돌을 한 겹 더 쌓아 단열재를 보강해야 했다. 집 뒤 언덕에서 배어나오는 물을 처리하기 위해 5평정도 넓이의 연못을 파서 물을 모았는데, 올 가뭄극복에 큰 도움이 되었다.

매일 저녁 한 시간 가량 연못물을 길어 화초와 텃밭 채소들에게 뿌려주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채마밭과 화단을 관리하는 일은 원래 아내가 맡은 일인데 올해는 가뭄이 심해 물주는 일을 필자가 도왔다. 필자의 간단한 노동 덕분에 30평 남짓 텃밭에 심은 고추, 오이, 호박, 가지, 상추, 근대는 가뭄 속에서도 잘 자랐다. 화단과 화분에 심은 화초류들도 매일 물을 흠뻑 받았다. 식물들이 고맙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물을 주면서 채소와 화초들 사이 군데군데 박혀있는 잡초들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평소 같으면 아내가 잽싸게 뽑아냈을 잡초들인데 올해는 가뭄으로 땅이 너무 단단해져 뽑아내지 못한 것이다. 그렇다고 잡초에게까지 물을 주기는 아깝고, 목말라 애타는 풀들을 보고 모른 척 돌아서는 것도 너무 매정한 것 같았다.

요즘은 시골사람이나 도시사람이나 벌레는 무조건 잡아 죽이고, 풀은 무조건 뽑아내야 한다는 강박 관념에 사로잡힌 듯하다. 특히 자연과 격리된 채 도시에서 성장한 요즘 젊은이들에겐 자연에 대한 동정심이나 경외감을 기대하긴 거의 불가능하다. 한 학기를 마치고 학교에서 멀지 않은 산속 펜션에서 학생들과 진로상담 캠프를 진행하면서 새삼 그런 사실을 확인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펜션 방안에 들어가 나올 생각을 안했다. 30여명의 학생들을 불러내 인근 계곡까지 걸어가면서 식물에 대한 지식을 물어보았다. 감나무와 호두나무를 알아맞힌 학생이 단 한명, 오동나무와 뽕나무를 알아본 학생은 한 명도 없었다. 그런 것을 아는 “촌놈”을 무시하는 분위기였다. 한밤중에도 산속의 맑은 공기를 외면하고 비좁은 펜션 방구석을 나오려 하지 않는다. 모기 때문이란다. 한 학생은 방에서 벌레를 보고 비명을 지르더니, 결국 숙박을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요즘 젊은이들은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자연파괴를 일삼은 세대의 자손들이다. 부모들이 세워놓은 시멘트 도시에서 성장한 그들은 자신들이 자연의 일부라는 점을 인식하지 못한다. 도시 젊은이들에게 산과 바다와 같은 자연은 잠깐 머무는 휴가철 관광지일 뿐이다. 목타는 대지를 적셔주는 “가뭄의 단비”는 우산이 필요한 “궂은 날씨”일 뿐이다.

자연의 고귀함을 모르는 요즘 젊은 세대가 앞으로 세상을 어떻게 살지, 그리고 어떻게 세상을 이끌어갈지 심히 걱정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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