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고각하(照顧脚下)
조고각하(照顧脚下)
  • 변동빈 기자
  • 승인 2012.06.29 11:22
  • 호수 4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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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에 가서 스님들이 거처하는 방문 앞에서 신발을 벗으려고 하면 섬돌 위 마루에 조고각하(照顧脚下)라고 쓴 글을 볼 수가 있다.
“ 네 발밑을 돌아보라” 이 말은 한 수행자가 스승을 찾아가 “부처의 참 가르침이 무엇이냐?”고 묻는 질문에 답한 것으로 일종의 화두(話頭)다.
하지만 이 말속에는 자신을 돌아보라는 의미도 있을 수 있고, 자신의 행동을 삼가고 조심하라는 의미도 담겨 있다.
마태복음에 “너는 기도할 때에 네 골방에 들어가 문을 닫고 은밀한 중에 계신 네 아버지께 기도하라. 은밀한 중에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갚으시리라.”는 말씀이 있다.
이는 자신을 깊이 성찰하고, 스스로를 속이지 않을 때 하느님과 만날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논어에 “그 뜻을 참되게 한다는 함은 스스로 속이지 않는 것이다.(중략) 그러므로 군자는 혼자 있을 때 삼가고 조심해야 한다”(誠其義者 無自欺. 愼其獨也)고 했다. 
카톨릭 신자들은 매년 수도원 등으로 피정을 하러 떠난다. 어떤 신부나 수녀는 사찰로 피정을 하는 경우도 보았다.
피정이란 세상을 피해 영혼을 정화한다는 말이다. 영혼의 정화를 통해 하느님과 깊은 만남을 갖는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철저한 자기성찰을 통해 자기모순을 발견하고, 스스로 허물을 바로 잡는 가르침이거나 방법들이다.
민선 5기 김양수군수의 취임 2년을 맞아 김양수군수가 군수가 되기 전에 신문에 기고한 칼럼을 다시 읽어보길 권한다.
김양수군수가 쓴 칼럼에 이런 말이 있다. “19세기 미국의 정치개혁가이자 신학자인 제임스 클라크는 정치인을 ‘정치가’와 ‘정략가’로 분류했다. 그러면서 정치가란 다음 세대를 생각하는 정치인이고, 정략가는 다음 선거만 생각하는 정치인이라고 설파했다”
정략가는 “당선 직후부터 아부를 일삼는 맹목적인 지지파를 앞세워 다음 선거준비에 올인 한다. 경쟁자나 반대파를 헐뜯는 일은 다반사다. 심지어 공무원들에게 노골적인 압력을 행사하여 이권에 개입하고 지방행정을 농단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공사는 잘게 쪼개어 선거 때 신세를 진 업자들에게 수의계약 방식으로 선심 쓰듯 나누어 준다. 그러다가 어느 날 검찰에 소환 당하고 법정에 출두하는 단체장의 모습이 언론매체에 등장한다. 그 결과 주민들의 자존심은 상처를 입고 지역의 명예는 더럽혀진다. 더러는 재․보궐 선거를 실시하는 원인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 나라에 품격 있는 단체장이 더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시대착오적인 유아독존형 단체장들이 더러 있다. 단체장은 훌륭한 데 실세나 측근이 설쳐대는 지역도 있다. 그런 곳에서는 공무원들이 단체장의 눈 밖에 나지 않으려고 몸을 사리면서 침묵해버리기 일쑤이다.”
많은 선출직 공무원 특히 단체장들이 하나같이 하는 말이 있다. “나는 나를 지지했던 사람이거나 지지하지 않았던 사람이거나 차별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건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승진이나 공사를 하려면 누구누구에게 줄을 대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떠돌고, “선거 때 고생한 사람치고 한몫 안 챙긴 사람이 없다”는 말을 그저 근거없는 소문이라고 일축해서는 안 된다. 김군수의 취임이 벌써 2년이 지났다. 이제는 조고각하할 시간이다. 그리고 다시 출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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