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안 되는 줄 알면서 왜 그랬을까
[칼럼]안 되는 줄 알면서 왜 그랬을까
  • 장성군민신문
  • 승인 2012.06.29 08:31
  • 호수 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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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길/광주전남민주화운동동지회 고문
멀지않은 옛날, 행복한 미래를 위해서는 열심히 공부해야 하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그렇지 못한 것을 후회하는 여학생들의 고민을 토끼소녀 바니걸스가 노래했다. 철없는 사춘기 여학생이기 때문에 후회할 것을 알면서도 철딱서니 없는 짓을 반복하는 여학생의 앙증맞음은 차라리 귀여웠다.

그러나 역사 속에서 확인되는 권력자들의 오류와 기만, 바로 안되는줄 알면서도 강행했던 정책들은 훗날의 우리들을 안타깝게 한다. 더욱이 그 정책이 백성을 도탄에 빠뜨리고 국가의 좋은 기회를 잃게 만든 정책임이 분명할 때, 그 허위가 가증하다.
이승만 정권의 북진통일정책의 허위성은 진즉 폭로되었지만, 조선시대의 효종과 송시열의 북벌정책은 그 허위성은 감추어지고 오히려 높은 기개만 선양될 가능성이 있어, 그 진면목을 밝힐 필요가 있겠다.

병자호란의 패배로 인조는 남한산성에서 나와 청 태종에게 항복하여 신하가 되는 삼전도의 치욕을 당하였다. 청 태종은 전쟁을 무신보다 문신들과 상의한 사실과 민생을 돌보지 않고 준비하지 않은 전쟁을 결정한 사실을 인조에게 준열하게 꾸짖었다. 왕가와 조정으로서는 더할 수 없는 치욕이었다.

인조의 아들로 뒷날 효종이 되는 봉림대군은 청나라에서 팔 년 동안의 인질생활을 보내 그 복수심이 치열하여 북벌정책을 펼치는데, 서인의 영수인 송시열이 적극적 동조자가 되었다. 그는 주자학의 화이관에 빠져 청나라를 야만의 오랑캐로 인식하고 있었고 임진왜란 동안에 받은 명나라의 은혜에 의리를 다할 것을 주장하였다. 북벌정책은 송시열과 같은 주자주의자와 척화자가 저변의 동조세력이 되었다.

효종은 ‘나와 이일(북벌)을 함께 추진할 자는 오랑캐에게 죽은 집안 자제’라고 지목하여, 이승만이 북진통일에 월남동포들을 주목한 것과 그 맥을 같이 하고 있었다. 송시열은 공자의 춘추대의로 중국을 높이고 오랑캐의 추악함을 알게 하는 것으로 인식, 명 태조 주원장은 조선의 황제가 되고 조선 백성은 이미 왜란 당시의 명 신종 황제의 골육이었다.

그러므로 군신대의가 조선과 명의 간격을 없게 한다고 주장하였다. 훗날 조선에서 만보단 대보단을 쌓은 연유가 여기에 있었다. 이러한 북벌론의 주장은 이후 숙종대에 까지 이어지고 멀리로는 서인과 노론의 삼백년 집정의 자양이 되고 있었다. 북벌로 정벌하고자 했던 청은 당시 동아 신질서의 주재자로 등장했고 삼번의 난이 있었지만 강희황제의 시대에 청의 극성시기였다.

조선은 북벌 군비를 마련하기 위해 세금의 종목을 늘렸고 농번기에도 농민들을 군사훈련과 부역에 동원하여 향촌사회의 기반을 흔들리게 했다. 오랫동안의 경영에도 불구하고 북벌은 그 시작도 못하고 북벌준비로 훈련시킨 조선의 조총부대가 청의 러시아 방어 작전에 동원된 것이 고작이었다. 송시열과 앙숙이었던 윤휴의 주장도 가관이었다.

그는 임금에게 청나라 사신에게 의전을 금하도록 요구하고 청이 군사를 움직이면 이를 호기로 삼아 열흘 안에 심양을 차지하고, 삼번난으로 내륙이 진동할 것임으로 가히 성공한다고 호언장담하였다. 평양에서 점심 먹고 압록강에서 물 마신다는 어느 북진론자의 선배로 제격이다.

그들은 안 되는 줄 알면서 왜 그랬을까? 북진이나 북벌은 외양이고 속셈은 주류세력의 이익을 위한 국론 통합의 묘책이었던 것이다. 물론 주도세력의 관념과 감성이 선도했겠지만, 정책의 결과는 그냥 백성들이 짊어져야만 하는 역사적 짐이 되어버린다는 점에 해소되지 않는 서민들의 슬픔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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