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습, 횡령, 도박
세습, 횡령, 도박
  • 변동빈 기자
  • 승인 2012.06.15 12:01
  • 호수 4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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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승려들이 백양사 관광호텔에서 밤샘 도박판을 벌렸다는 보도가 나간 뒤 조계총 총무원은 거의 패닉상태에 빠졌다. 총무원 주요 간부들이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퇴하였고, 조계종은 종단 쇄신안을 마련하기 위해 특별기구까지 설치했지만 그 후유증은 쉽게 가라앉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밤샘 도박의 여파는 종단의 핵심 간부들에 대한 도덕성 문제까지 거론되며 온갖 루머와 폭로전 양상으로 확산되었다. 조계종이 막장까지 갔다는 극단적인 발언이 나오고, 선방에서 정진하고 있는 수좌들까지 종단 사태를 우려하며 성명서를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원로들은 우려와 함께 자성과 쇄신을 촉구했고, 선방의 수좌와 원로들이 나섰다는 것은 그만큼 위기라는 말이다. 
교회자산이 1조원으로 추정되는 서울의 충현교회 김창인 원로목사는 지난 12일 이천의 한 교회에서 “목사의 기본 자질이 돼 있지 않은 아들 김성관 목사를 무리하게 지원해 위임목사로 세운 것을 나의 일생일대 최대의 실수로 생각한다”며 “그것이 하나님 앞에서 저의 크나큰 잘못이었음을 회개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대형교회가 아들이나 사위에게 담임목사를 세습한 사례는 수도 없이 많다. 금란교회 담임목사인 김홍도 목사30대 중반의 아들에게 교회를 세습했고,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여의도 순복음 교회 조용기 목사는 국민일보와 대학 등을 사유재산으로 만들었다는 의혹과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밖에도 신자가 1만여 명이 넘는 대형교회 가운데 자식에게 세습된 사례는 적지 않다. 교회의 세습은 신자들이 낸 헌금을 목사의 사유재산으로 만들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뿐 아니라 교회를 예수는 없고, 목사만 있는 사업장으로 변질시킨 것이나 다름없다.
이창영신부는 천주교 대구대교구 가톨릭 기관지인 <가톨릭신문> 사장 시절 6억 원을 횡령하여 그 일부를 대구대교구 전직 교구장들을 위해 쓴 정황이 드러났다. 대구대교구는 이런 사실이 외부에 공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이 신부의 후임사장을 압박하였다고 한다.
이 신부가 횡령한 돈을 교구장인 대주교나 주교 등에게 상납했는데 교구장이 이를 받았다면 뇌물을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 신부들의 인사권을 쥐고 있는 교구장에게 돈을 준 것은 분명 대가를 기대한 돈이기 때문이다.
승려들의 도박과 고급 룸살롱 사건, 목사의 세습, 신부의 횡령. 이 세 가지 공통점은 바로  돈이라는 전지전능한 절대신이다.
물론 대부분의 승려들은 지금도 하안거에 들어가 무소유를 즐기며 정진에 여념이 없고, 대형교회 목사들 가운데는 세습을 거부하고, 신앙심과 도덕성을 갖춘 목사를 청빙하고 있다.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을 찾아 위로하고 격려하며 일생을 봉사와 청빈으로 사는 신부들도 수없이 많다.
세습과 횡령, 도박사건은 지탄받아 마땅하지만 보다 더 큰 문제는 사건이 터진 다음이다.
충현교회를 세습한 김창인원로목사는 회개를 통해 아들에게 교회를 물려준 자신의 잘못을 뉘우쳤고, 도박을 했던 승려들은 모든 공직을 내놓고, 수행자로 돌아갔다.
성직자라고 모든 것이 완벽할 수는 없다. 더구나 젊은 성직자들에게 때로는 욕망과 유혹이 이성을 잃게 할 수도 있다.
잘못을 뉘우치고 자신의 본분을 되찾을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성직자요 세속인과 다른 모습이다. 전국의 선방에서 하안거가 시작되었다. 수행자들이여! 조고각하(照顧脚下)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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