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들의 도박
스님들의 도박
  • 변동빈 기자
  • 승인 2012.05.11 11:06
  • 호수 4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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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24일 백양사 방장 수산스님의 49재가 봉행되기 전날, 장성의 모 관광호텔에서 스님들이 모여 밤샘 도박을 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일부 언론에서 특급호텔 스위트룸에서 억대 도박을 했다는 고발장이 접수되었다고 보도했지만 사실은 특급호텔도 아니고, 오고간 판돈도 수백만 원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어찌되었든 스님들이 밤샘 도박을 했다는 사실은 돈이 많고 적음을 떠나 지탄받아 마땅하다.

화엄경에 초발심시변정각(初發心是便正覺)이라는 구절이 있다. 처음 출가할 때의 마음으로 쉬지 않고 수행해야 깨달음을 얻는 다는 말이다.

밤새도록 정진하며 부처님의 경전을 읽고 또 외워도 부족할 판에 출가자가 가장 멀리해야할 것 중에 하나인 도박을 했다면 이는 출가할 때의 마음을 잊어버렸기 때문이다.

스님들의 도박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백양사 주지 직을 둘러싼 내분으로 반대 쪽 스님들의 사주에 의해 몰래 카메라를 설치하고, 이를 언론사에 제보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미리 호텔에 투숙하여 벽에 구멍을 뚫고, 카메라를 설치한 뒤 몰래 촬영을 한 것은 계획적인 범죄행위로 세속인들도 이런 일을 벌이는 것은 파렴치한 일이다.

또한 미리 촬영을 계획했다면 스님들이 도박을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는 것인데 승가의 풍토가 세속인들보다 못할 만큼 땅에 떨어졌다는 증거로 참으로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젊었을 때는 잠을 쫓기 위해 한 겨울에도 냉방에서 정진을 하고, 365일 하루도 수행을 게을리 하지 않았으며 일흔이 지난 연세에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참선을 하고 경전을 보는 스님을 곁에서 모신 적이 있다.

사람이 아니라 기계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절제된 생활을 하는 스님은 공부하는 재미가 세상의 어떤 재미보다 크다고 했다.

출가한 스님은 참선을 하고, 경전을 읽으며 신도들에게 부처님의 법을 전하는 삶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고 즐거운 일이 되어야 한다.

도박을 하고, 주지 직을 다투고, 상대방을 나락으로 떨어뜨리기 위해 불법으로 몰래 카메라를 설치한 행위는 모두가 출가자의 본분을 망각한 것이다.

무슨 낯으로 신도들의 합장을 받으며 공양을 받을 수 있겠는가?

스님이 수행을 게을리 하고, 시주 밥만 축내면 죽어서 뱀이 되거나 쥐가 되어 절 주변을 배회한다고 한다.

당나라 때 국청사라는 절에 한산과 습득이라는 도인이 살았는데 하루는 절과 가까운 목장에서 전생에 수행을 게을리 해서 소가 된 스님들의 법명을 부르자 소들이 한 마리씩 음메하고 대답을 하며 머리를 조아렸다는 얘기가 전한다.

수행을 게을리 한 것만으로도 뱀이 되고, 쥐가 되며 소로 환생을 하는데 하물며 도박으로 밤을 새우고, 주지 다툼을 하는 일을 한다면 어떻게 될까?

조계종은 도박을 한 혐의를 받고 있는 승려들을 조사해 종법에 따라 처벌하겠다고 밝혔지만 도박 뿐 아니라 몰래 카메라를 설치하고, 이를 사주한 승려들 또한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백양사는 만암대종사와 서옹대종사 등 근대에 한국불교를 대표할 고승들이 주석하신 곳이며 조계종 고불총림이라는 위상을 되찾기 위해서라도 이번 사건에 연루된 모든 승려들에 대해 주지를 비롯한 일체의 소임을 박탈하고, 초심으로 돌아가 용맹정진하도록 해야 한다.

출가할 때의 초발심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자신은 물론 한국불교마저 망쳐버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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