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은 남발하고 바른말은 막고
막말은 남발하고 바른말은 막고
  • 변동빈 기자
  • 승인 2012.04.20 09:28
  • 호수 48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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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총선에서 민주당 김용민후보의 과거 막말이 새누리당의 승리에 일조했다고 한다. 2007년 대선에서는 정동영후보의 노인 폄하 발언이 언론의 호된 비판과 함께 최소한 수십만 표 이상을 이명박후보에게 헌납했을 것이라고 평가하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선조들은 세 치밖에 안 되는 혀로 수십 명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으니 말을 삼가고 조심하라고 했다.
불교에서는 사람이 짓는 무거운 죄 가운데 살생과 강도, 삿된 음행 다음으로 남에게 나쁜 말하는 것과 두 말하는 것, 꾸미는 말이라고 했다.
나쁜 말이란 남에게 폭언을 하거나 악담을 하는 것이다. 상대방이 잘못되도록 하는 말도 나쁜 말이다. 두 말이란 거짓말을 뜻한다. 여기서 하는 말이 다르고 저기서 하는 말이 다른 것을 두 말이라고 한다. 두 말을 가장 많이 하는 사람의 직업은 아마도 정치인일 것이다.
꾸미는 말은 남을 속이기 위해 비단결처럼 달콤하게 말하는 것으로 사기꾼의 가장 뛰어난 능력이 바로 꾸미는 말이다.
교언영색(巧言令色)이라는 말이 있다. 남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그럴싸한 말과 얼굴 표정을 짓는 것을 말한다. 논어에는 이런 사람 가운데 어진 사람은 드물다(巧言令色 鮮矣仁)고 했다.
이 또한 요즘 정치인과 사기꾼들의 대표적인 모습이다.
말로 인한 실수를 적게 하려면 무엇보다 말을 적게 하고 듣기를 좋아해야 한다. 가장 말을 잘하는 사람은 남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사람이라는 말도 있다.
후당(後唐) 때 재상을 지낸 풍도(馮道)는 “입은 화를 불러오는 문이요 혀는 몸을 자르는 칼이라. 입을 다물고 혀를 감추면 어느 곳에서나 몸이 편안하다(口是禍之門, 舌是斬身刀, 閉口深藏舌, 安身處處牢)”는 시를 남기기도 했다.
불가에서는 석 달 동안 선방에서 안거를 하면서 일체 말을 하지 않고, 묵언수행을 하는 스님들이 있다. 꼭 대화가 필요할 때는 글로 의사를 표현한다.
석 달 동안 말 한마디도 하지 않고 대중들과 생활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석 달 동안 묵언을 하고 나면 묵언 수행이 끝나고 말이 잘 나오지 않을 정도라고 한다.
진정한 소통은 말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석가모니의 제자인 가섭존자는 스승이 꽃을 들자 미소로 대답했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기도 하지만 말 한마디로 원수가 되고, 스스로 죽음을 부르기도 한다.
조선시대에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간 사화(士禍)도 사실은 말이나 글을 꼬트리 잡아 일어난 경우가 많다.
말로 인한 화는 개인과 개인 사이에서 일어난 경우가 대부분인 반면 글로 인한 화는 선비와 군왕 또는 언론인과 독재자 사이에서 많이 일어났다.
하지만 말은 삼가고 조심하되 선비와 언론인이 권력의 잘못을 방관하고, 부정에 입을 다물어서는 안 된다.
정치인은 말을 삼가고, 언론인은 입을 다물어서는 안 된다. 공영방송에 기자와 프로듀서가 해고라는 고난을 감수하면서도 파업을 강행하는 이유가 바로 권력이 강제로 그들의 입을 다물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인은 막말과 거짓말을 일삼고, 언론인의 참말을 막는다면 그 사회의 미래는 희망을 가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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