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하게 떨어질지언정 비겁하게 당선되지는 않겠다.
당당하게 떨어질지언정 비겁하게 당선되지는 않겠다.
  • 변동빈 기자
  • 승인 2012.03.16 15:22
  • 호수 4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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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출직에 나선 후보가 나는 “당당하게 떨어질지언정 비겁하게 당선되지는 않겠다”고 말한다면 주변사람들은 그를 현실을 너무 모르는 바보이거나 이상주의자라고 비판할지 모른다.
노무현 전대통령은 1990년 통일민주당과 민정당, 신민주공화당의 '3당 합당'에 대해 ‘부도덕한 야합’이라며 합당에 동참하지 않고, 자신을 정치인으로 이끌어주었던 김영삼과 결별하고 1992년 제14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였으나 낙선했다.
1995년 부산시장 선거에 출마했으나 낙선하였고, 2000년에는 당선이 보장되는 것이나 다름없는 종로 지역구를 지역주의 타파를 내세우며 부산에서 새천년민주당 후보로 출마했으나 또 다시 한나라당 후보에게 패배하고 말았다.
국민들은 떨어질 것이 뻔한 선거에 3번이나 나갔다며 ‘바보 노무현’이라고 불렀고, 그의 올곧은 신념과 행동하는 양심을 사랑했던 사람들은 노무현을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당선시켰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서전 ‘운명이다’에 “인터넷 세상에서 나는 ‘바보 노무현’이 되었다. 유리한 종로를 버리고 또 부산으로 가서 떨어진 미련한 사람. ‘바보 노무현’은 ‘청문회 스타’ 이래 사람들이 붙여 주었던 여러 별명 중에서 제일 마음에 들었다. 나는 바보가 아니다. 내가 바보라고 생각한 적도 없다. 다만 눈앞의 이익보다는 멀리 볼 때 가치 있는 것을 선택했을 뿐이다. 당장은 손해가 되는 일이 멀리 보면 이익이 될 수가 있다. 정치하는 사람들이 모두 ‘바보처럼’ 살면 나라가 잘 될 것이다”라는 내용이 있다.
요즘 정치인들 가운데 ‘바보’ 만나기가 백사장에서 바늘 찾기보다 어렵다. 그런데 민주당 사무총장에 임명된 박선숙의원이 야권통합을 위해 자신이 전략공천으로 거론되던 세 곳의 지역구를 양보하고, 총선에 불출마한다는 소식이 들렸다.
공천에서 탈락한 현역 의원들이 당을 떠나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당선에만 혈안이 되어있는 정치인들이 수두룩한 현실에서 박선숙의원의 양보는 여름날의 청량음료와 비길 것이 아니다.
또 한사람의 바보가 있다. 공직을 사퇴하고, 고향으로 돌아가 국회의원 예비후보로 등록해 자신의 이름과 정책을 알리며 선거운동을 시작한 이개호 전 전남행정부지사는 정치권의 이해놀음에 담양, 곡성, 구례의 지역구가 공중 분해되어, 경선을 보름 밖에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영광, 함평, 장성, 담양 지역구로 옮겨야 했다.
본인의 말대로 100미터 달리기에서 다른 두 사람은 이미 75미터를 뛰어 가고 있는데 자신에게는 출발점에서 그들과 100미터 시합을 하라고 하는 것과 같은 경선을 치른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무소속 출마를 권유했지만 그는 이 부당하고 불공정한 민주당 경선을 받아들였고, 당당하게 떨어졌다.
“민주당 후보가 되겠다고 나섰는데 상황이 바뀌었다고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것은 나 스스로 떳떳하지 못하다”는 것이 그의 소신이었다고 한다.
그를 가까이에서 수행했던 후배는 필자에게 “3무 선거운동을 했다. 돈과 조직 그리고 비방이 없는 선거운동이었다”고 말했다.
이개호씨는 “누군들 선거에 나간 사람이 당선되고 싶지 않겠느냐? 하지만 기존의 많은 정치인들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오직 당선에만 목적을 두고, 진정으로 자신이 왜 정치를 해야 하는지 목적을 잃어버린 사람들과는 다른 정치를 하겠다고 나선 내가 처음부터 당당한 길을 버리고 싶지 않았다”며 “당당하게 떨어질지언정 비겁하게 당선되고 싶지는 않았다. 그 것이 바로 노무현 정신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요즘에도 이런 정치인이 있다. 그래서 위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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