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의 후유증과 지역사회의 대응
세계화의 후유증과 지역사회의 대응
  • 장성군민신문
  • 승인 2011.09.30 08:05
  • 호수 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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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장호순
지난 20여년간 “세계화”는 한국사회의 지배이데올로기였다. 새로운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가 더 잘사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세계화는 국가이익을 위해 불가피하므로, 그로 인해 피해를 보는 소수의 농민들이나 농촌지역은 침묵하거나 양보하라고 강요했다.

그러나 이제 세계화의 후유증이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고, 그 피해는 일부 계층이나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있다. 유럽 일부 국가의 과도한 부채가 전 세계 금융권을 요동치게 하고, 그 여파로 국내 증시가 매일 매일 살얼음판 같다. 미국의 높은 실업율은 조만간 해소될 가능성이 보이지 않고, 그로 인한 세계적 경기침체는 상당히 오래갈 것 같다.

고물가 시대도 본격 도래했는데, 그 고통 역시 한국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리비아 카다피 정권의 붕괴를 가져온 중동지역의 민주화 운동은 물가인상에 따른 서민들의 고통에서 비롯되었다. 이스라엘에서 조차 높은 주택임대가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중국정부도 식량가격 인상으로 인한 민심 동요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전 세계적 고물가의 진앙지는 세계화의 이익을 가장 잘 챙긴 중국이다. 지난 20년 사이 전 세계 슈퍼마켓에서 파는 공산품의 대부분이 중국산으로 바뀌었다. 품질은 낮아도 저렴한 가격 덕분에 소비자의 선택을 받았다. 한국은 값싼 중국산 공산품외에도, 각종 농산물을 수입해 국내 식품물가를 안정시켰다.

그러나 해외수출을 통해 경제가 성장한 중국의 내수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원자재가격과 식품가격이 크게 오르기 시작했다. 이명박 정부가 취임하면서 “자원외교”를 펼치겠다고 선언한 것도, 중국의 적극적인 해외자원 확보정책으로 인해, 한국 기업이 석유나 원광석과 같은 수입원자재를 구하기 힘들어질 것이 우려됐기 때문이다.

장바구니 물가에도 세계화의 후유증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국토가 좁은 한국의 경우, 농산물 가격은 비쌀 수 밖에 없다. 시장의 규모가 적어 규모의 경제가 적용되기 힘들고, 공급과 수요 탄력성이 낮아 배추 1포기가 1000원도 하다가 갑자기 1만원으로 올라가기도 한다. 그나마 값싼 중국산 농산물 수입을 통해 가격을 통제해 왔는데 이제는 그마저도 힘들게 되었다. 중국산 농산물 가격도 빠르게 올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은 세계 최대의 농산물 수입국가이다. 특히 쇠고기의 경우, 그 소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미국산이나 호주산 쇠고기도 더 이상 비싼 한우 쇠고기의 대체상품이 되기 어려울 것이다. 중국의 쇠고기 소비가 늘면서 옥수수와 같은 사료작물 가격도 치솟고 있다.

세계화된 경제체제는 아직 효율적인 통제체제가 없어 매우 불안하고 유동적이다. 앞으로 국가적으로 대책을 마련해야겠지만, 이미 지역차원에서 대안을 모색해왔다. 대표적인 것이 로컬푸드(local food) 운동이다. 지역에서 재배하고 생산된 농산물을 가급적 그 지역에서 소비하자는 것이다. 장거리 운송에 따른 과도한 농약투입이나 운송비 지출을 줄여, 보다 적은 에너지로 농산물을 생산하자는 것이다. 미국 정부의 통계에 의하면 로칼푸드로 소비되는 미국의 농산물은 매년 20% 이상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은 전체 농산물 거래량의 0.4%에 불과하다. 국토가 좁고, 도시와 농촌이 근접한 한국은 로컬푸드의 잠재적 효율성이 높은 국가이다.

지금까지 한국 사회는 세계화라는 우상에 매몰되어, 모든 문을 열어 놓고 살았다. 이제는 불필요하게 열어놓은 문을 닫기 시작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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