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뿌리 민주주의가 제대로 된 처방이다
풀뿌리 민주주의가 제대로 된 처방이다
  • 장성군민신문
  • 승인 2011.09.16 09:36
  • 호수 3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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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장호순
진단과 처방은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어떤 문제에 봉착했을 때 그것을 해결하는 방식이다. 우선 진단을 잘해야 한다. 진단을 잘못하면, 엉뚱한 처방이 나오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상영되는 미국 인기드라마 <하우스>의 주인공 의사는 병의 원인을 기가 막히게 찾아내는 명의다. <하우스>에서는 병의 원인을 찾기 어렵지, 원인을 찾고 나면 치료는 간단하다. 그러나 드라마와 현실은 다르다. 말기 암처럼 정확히 진단했더라도 불치병이어서 치유할 수 없는 병들이 많다.

오세훈 서울시장 사퇴 이후 불어 닥친 소위 안철수 돌풍이 서울시장 뿐만 아니라 대선까지 확대 해석되면서, 추석 전후 민심을 요동치게 했다. 그런데 안철수 돌풍의 원인에 대한 진단은 쉽게 내려졌다. 안철수 교수의 능력에 대한 유권자의 기대감이 크기도 하지만, 주된 원인은 기성 정치인에 대한 혐오와 불신의 결과라는 것이다. 그래서 불출마를 선언한 안철수 교수가 밀기로 한 시민운동가 박원순 변호사가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로 급부상했다.

그러나 현 집권당과 정부에 대한 불만을 참신한 인물 한 두 사람으로 해결하려는 유권자들의 처방은 아주 잘못된 처방이다. 만약 박원순 후보가 당선된다 하더라도 그를 지지한 많은 유권자들은 또다시 배신감을 느끼고 좌절할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을 겪으면서, 대통령 한 사람이 혼자서 할 수 있는 것, 바꿀 수 있는 것이 그리 많지 않음을 유권자들은 확인했다. 노무현의 무능 혹은 배신에 대한 불만이 지금의 한나라당 집권과 이명박 정부를 가능하게 했었다.

현재 한국의 유권자들이 느끼는 분노와 좌절감은 정당민주주의가 부실해 발생하는 현상이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정당 민주주의가 크게 향상되었지만, 아직은 당원이나 유권자의 참여 측면에서는 부족한 점이 많다. 소위 3김 시대 개인정당이나 다름없던 정당이 이제는 당대표를 당원선거로 선출하고 있다. 친박-친이, 주류-비주류 등의 계파는 있지만, 과거처럼 서로 각목을 들고 싸우던 추태는 보이지 않는다.

당내 민주주의는 정착되었지만, 정당을 매개로 한 유권자와 정치인 사이의 소통 체계는 매우 미흡하다. 유권자는 선거 때나 되어야 정치인을 만날 수 있다. 국회의원의 지역구 사무실은 선거사무소 기능만 할 뿐이다. 대부분의 유권자들은 자신들이 선출한 국회의원이 어떻게 지역을 대표해 의정활동을 하는지 알 지 못한다. 예를 들어보자. 성희롱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한나라당 강용석 의원 제명안이 지난달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되었다. 독자 여러분의 지역구 의원은 어떻게 표를 던졌을까요?

유권자와의 소통 수단으로서 정당의 기능이 부실하다보니, 대통령이나 국회의원들에게 민심을 전달할 방법이 없다. 민의를 전달해야 하는 언론은 정치인들이나 정당의 대변자로 전락한지 오래이다. 국민들이 정치인들에게 묻고 따지고 싶은 말을 대신해주고, 그에 대한 대답을 국민들에 알려주는 민의 대변자로서의 언론은 찾아보기 힘들다. 모두 자기 하고 싶은 말 하기 바쁘다. 그러니 정치인들은 명절에 유권자를 직접 만나봐야 민심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

현실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은 정치인과 유권자가 만나는 지역 차원의 정당 민주주의가 부실하기 때문이다. 안철수 신드롬은 그렇게 현재 꽉 막힌 정당의 민의 수렴 시스템에 대한 불만과 반감의 표시이다. 따라서 안철수 돌풍에 대한 처방은 새로운 사람보다는 새로운 시스템이 되어야 한다. 지역차원의 정당 민주주의, 즉 풀뿌리 민주주의를 활성화시키는 것이 병든 한국 정치에 대한 제대로 된 처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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